이원면에 차오른 달, '달 카페'
이원면에 차오른 달, '달 카페'
  • 이두범 인턴기자
  • 승인 2020.07.3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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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미용실과 달카페, 사이좋은 친자매가 하는 세트점포
바리스타 1급, 커피 감별사 자격증… 7년 경력 김현주씨
‘사람냄새 나는 작은 찻집 분위기 만들고 싶어'

고향도 아닌 곳에 더욱이 읍이 아닌 면 지역에 자리잡기는 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적당히 텃세도 있을 법하고, 무엇보다 지역 정서도 잘 모르고 관계도 새로 시작하려니 힘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닐 터. 하지만, 보은이 고향인 두 자매는 생면부지의 이원면에 자리잡았다. 이원면 중심가 소재지를 훤히 비추는 둥그렇게 뜬 보름’달'과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었다. 인연은 언니 현주씨부터 시작됐다. 보은에서 옥천으로 시집 온 현주씨는 커피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따며 준비된 카페 주인이었지만, 실력을 잠시 묵혀두었었다. 미용을 공부했던 동생 현정씨를 옥천으로 끌어들이고 이원면에 추천한 것은 현주씨였다. “당시 읍에는 미용실이 참 많았거든요. 많은 데서 경쟁하기보다 면 지역에서 자리잡으면 좋겠다 싶었죠. 이원면은 제가 사는 옥천읍과도 그리 멀지 않고 묘목 농원으로 젊은 사람도 비교적 많고 현금이 많이 도는 곳이라 추천했어요” 

그래서 이원면에 먼저 자리잡은 것은 동생 현정씨였다. 동생 현정씨는 면사무소 바로 인근에 별 미용실을 차렸다. 그런데 마침 별 미용실 옆에 공간이 임대가 난 것을 보고 언니와 같이 무엇을 할까 상의를 했다. 

상의 끝에 이제 현정씨가 거꾸로 언니 현주씨에게 카페를 맡겼다. 이름하여 ‘달’카페, 그래서 다정한 친자매가 이원면 소재지에 별과 달을 사이좋게 달게 된 것이다. 7년 차 바리스타 경력으로 카페에서 일한 경험도 상당수인 언니 김현주씨는 처음엔 재미삼아 동생일을 도와준다는 생각에 출입을 했지만, 거의 일을 도맡아하고 있다.

미용실보다 작은 점포지만, 구성은 알차다. 초창기라 수입은 많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까지 배운 경력 다시 실험한다는 생각으로, 동생 돕는 다는 생각으로 거의 매니저가 다 되어간다. 

■ 그럼 달 카페로 깊숙하게 더 들어가보자 

무채색으로 가득한 이원면 소재지 속 분홍색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면사무소와 농협, 신협 사이 5평 남짓한 공간. 좁다면 좁다 할 수 있는 공간을 알차게도 채웠다.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내벽은 보는 이에게 청명함을 선사한다. 크게 뚫려 있는 창문 때문일까? 손님들이 앉아서 쉬기도 하고, 말동무가 돼주면 좋겠건만. 드라이브 스루 혹은 테이크 아웃 전문점으로 여겨져 문이 열릴 때 보다 창문 노크가 더 잦다. 별이 뜨면 달이 뜨듯, 김현주(44) 씨가 운영하는 “달 카페”는 그렇게 별 미용실 옆에 자리 잡았다. 달 카페와 바로 붙어있는 별 미용실의 대표 김현정 씨는 그의 동생이자 실질적인 달 카페의 대표이다. 살아생전 커피와 카페에 대해 아무런 접점도 없었다. 그에 반해 언니인 김현주 씨는 7년차 베테랑. 카페가 자리 잡을 때까지 1년 정도 돕기로 했다. 

사진만 찍는 ‘인스타 감성’에 치우쳐 사람과의 관계를 놓치는 카페가 태반이다. 보기는 참으로 이쁘지만 앉아서 음료를 마실 때 허리를 어디까지 숙여야 하는지. 고객과의 관계는 판매자와 구매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반면 달 카페에는 ‘사람 냄새’가 난다. 시골 출신이라 시골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입담 좋은 김현주 씨와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한 시간은 금방이다. 한 번 들리신 어르신은 꼭 다시 방문해 단골이 된다. '사람이 먼저'라는 그의 말을 들어보았다.

■ 대표인 듯 대표 아닌

김현주 씨는 연중무휴 달 카페를 지킨다. 본래 읍내에 그의 카페를 차리고자 했으나, 아이들이 자란 뒤 시작하는 게 어떻겠냐는 시아버지의 말씀에 바람을 미루어놨다. 자식들이 금세 자라는 만큼 세월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 치열한 틈 속에서 ‘내 카페’라는 꿈은 점점 후 순위로 밀려나 결국 잊혀지고 말았다. 틈틈이 바리스타 1급과 커피 감별사 자격증을 따고 여러 카페에서 경력을 7년 정도 쌓았으나 카페를 차리는 것은 점점 멀어졌다.  그러다 미용실을 하는 동생이 바로 옆에 과일 가게를 차리겠다는 말을 들었다. 이원면에 과일 가게를 차려서 잘 될까 싶었다. 차라리 카페를 하자고 꼬셨다. 면사무소부터 시작해서 농협, 신협 등 주요 기관들 사이에 위치해 터가 너무 좋았다. 결국 가게가 자리 잡고 동생이 카페 일에 익숙해질 때까지 일손을 돕기로 해 “달 카페”가 탄생할 수 있었다.

카페 어디 하나 김현주 씨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낡고 녹슨 사무실을 마주했을 땐 막막했다. 그렇다고 직접 해서 안 될 것도 없다 생각했다. 내부와 외부 페인트칠은 물론이요. 인테리어는 도면을 직접 짜 건설업에 종사하는 제부의 도움을 받았다. 가격이 부담되는 커피 머신은 카페를 그만둔 지인을 통해 저렴하게 구입했다. 김현주 씨의 이런 노력들 덕분에 비교적 낮은 가격에 창업할 수 있었다. 
  

■ “요즘은 이렇게 다 들고 다니는 거야~” 

달 카페가 생기자, 이원면 어르신들의 카페 문화도 예전 같지 않다. 시럽도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하고 그늘로 가 여유를 만끽한다. 2천5백원부터 시작하는 음료 가격도 수긍하는 분위기이다. 물론 모든 어르신들의 입에 맞는 것은 아니다. “제일 싼 거 줘유!”라 말했다가 쓴 커피에 큰코다친 어르신들도 여럿이다. 이분들은 한 손에는 손자 손을 남은 손에는 믹스 커피를 들고 찾아오신다. 손자가 눈치도 없이 제일 비싼 달고나 커피를 시키면, 어르신은 조용히 믹스 커피를 김현주 씨에게 건넨다. 손자의 달고나 커피와 어르신의 믹스 커피를 정성스레 내어드리면 그게 참 고맙다고 꼭 보답을 해주신다. 카페로 큰 수익은 못 올리지만 이런 ‘사람 간의 온정’이 김현주 씨를 웃음 짓게 한다.

“나는 하도 퍼줘서. 누구든 재료만 많이 넣어주면 맛있어해요” 7년 경력 바리스타의 영업 비결은 거창할 게 없다. 친절하고 반갑게 하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다. 잔돈도 애매하다 싶으면 즉석에서 할인해준다. 몇 푼 안되는 돈을 추구하기보단 사람과의 관계를 추구한다. 꼬마 손님들은 5백원, 미용실 손님들은 천원을 할인해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려 노력한다. “옥수수 팔라고 그러더라구요. 겨울에는 뭐 앞에서 오뎅 팔까요? 오뎅에 산삼 하나 넣어봐요 다 와~” 커피와 카페에 대한 보수적인 신념이 있을 수도 있지만, 김현주 씨는 이원면에 적합하게 변형하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다. 카페를 운영한다는 바람이 이루어져서일까? 아르바이트를 해도 시급 만원을 넘게 받는 그가 일당 3만원을 받으면서도 행복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요 근래 코로나 때문에 매장에서 먹고 가는 손님이 줄어 테이크아웃 전문이라는 간판이 달릴 예정이다. 덤덤한 듯 말했지만 말동무를 기다리는 그의 아쉬움이 묻어난다. 이원면 근처에 지낸다면 달 카페에 들려 음료와 ‘사람 냄새’ 나는 수다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주소 : 이원면사무소 인근
문의 : 010-3946-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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