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을

좋은 작품을 많이 쓴 소설가인 이문구 선생은 어린이를 위한 시를 쓰셨는데 이 시들은 어른들에게도 아련한 향수로 와 닿는다.

 山 길에서

아이가 아이들을 따라
다닐 적에는
지게 진 나무꾼
자루 든 나물꾼
구럭 멘 약초꾼
다니는 길이 따로 있어서
산은 높지 않아도
길은 여러 갈래였네.

아이가 어른이 되어
혼자 가 보니
그 많던 갈래 길
다 어디 가고
무덤만 늘어서 여기저기
길 아닌 길만 나 있었네.

 

고갯길 

우리나라 길은
큰 길이나 작은 길이나
가다가 보면 꼭
고개가 있지.
한 고개
두 고개
넘으면 넘을수록
있고 또 있고
길이라면 모두 고갯길인 셈이지.

고갯길은 힘이 들어.
  
하지만 고개턱을 넘을 적마다
보이는 것이 새로우니까
먼저 넘고 봐야 해.
넘고 나면 넘은 만큼
눈이 높아지고
가슴이 넓어져서
넘을 만하니까 말야.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