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옥천공동체] 포도알처럼 엉겨 붙은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하다.
[한살림옥천공동체] 포도알처럼 엉겨 붙은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하다.
  • 황민호 기자
  • 승인 2020.07.30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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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공동체, ‘포도밭 일꾼’으로 귀농 돕는 한살림농부학교 시작
최근태 대표와 옥천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실험, 일단 성공적
벌써 2년차 귀농 1,2호 배출, 앞으로 가치있는 농부 산실 기대
한살림옥천공동체에서 지난해부터 시작한 포도밭일꾼학교. (사진제공:한살림생산자연합회)
포도밭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돈’을 버는 농업보다는 ‘가치’있는 농업에 방점을 찍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지속가능하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농업’을 더불어 고민하는 동료와 후배를 만들고 싶었다. 귀농, 귀촌 정책이야 어느 지자체나 있고 나름 인구 유입을 하고 있다지만, 자연과 농업에 대해 가르쳐주고 함께 하는 동료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원대한 꿈을 안고 농약 안 쓰는 친환경농업을 한다고 시작해보지만, 관행농법을 하는 이웃들에 한 소리 듣기 일쑤였고 그것은 또 다른 갈등과 상처가 되기도 했다. 

친환경농업을 넘어서 자연과 함께 농사를 짓는다는 것, 어떤 원칙과 가치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같이 나누고 듬직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었다. 다행히 한살림이라는 가치공동체의 든든한 ‘뒷배’(?)가 있었고 가공, 유통, 판매까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갖고 고민하는 옥천공동체가 있었다. 그들은 새로 농촌에 정착해 땅을 사고 기술을 배우고, 유기농 필지를 만들고 작물을 심고 수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고생이 소요되는지를 일찌감치 체득한 사람들이었다.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가장 빠르게 농촌에 정착해 건강한 농민으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사실 속성으로 가르쳐주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말만 거창한 정책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밑바닥에서부터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처음부터 획일적인 ‘정책’에 의존하기 보다 천천히 자기 능력과 속도대로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것은 진정 ‘대책’의 힘이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도움없이 옥천공동체 자발적으로 공유 유기농필지를 만들어놓고 동료들을 기다렸다. 반응은 좋았다. 귀농할 마음은 있지만, 처음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몰라 선뜻 결심을 하지 못했던 이들이 지원하기 시작했다. 급하지 않게 길게 갈 생각을 하고 시작했다. ‘짧고 굵게’ 끝나는 것은 보여주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오래가지 못했다. 

‘매주 토요일’ 시간 나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유기농 포도 농사를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교육비도 없었다. 그렇게 벌써 1년이 지났고 이제 하나둘 자리잡으려고 준비 중인 사람이 생겼다. 그리고 이제 2년째다. 포도밭일꾼 학교를 운영중인 한살림 옥천공동체 알렉산드리아포도 작목반 최근태 대표를 만났다. 

옥천공동체 이동훈 농민이 알렉산드리아 포도를 매만지고있다. (옥천신문 자료사진)
한살림옥천공동체 최근태 대표가 포도를 손보고 있다.
싱그럽게 영글고있는 포도알

■ 같이 가치를 추구하다

이미 한살림도 옥천공동체의 시도를 주목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살림 65세 이상 생산자들의 40%가 후계자가 없다고 조사에서 응답했기 때문이다.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소식지 7월호에 연재된 기사의 일부를 살펴보자. 최근태 대표는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기술한다. ‘포도밭일꾼을 하기 전에도 공동체나 고령화된 농촌사회를 활성화시켜보자라는 생각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귀농인들을 양성하는 시도를 했었어요. 그러나 한살림 테두리 안에서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기가 어려웠어요. 주영직 (전)총무나 지금 공동체에 남아 계신 분들은 그 과정을 극복하고 같이 하시는 분들이죠. 한살림하고 관계된, 또는 연계된 귀농인들을 받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공동체에서 회원들과 같이 고민하게 되었는데요, 2018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귀농까지 하게 된 사례가 만들어지게 되었죠.’

그들은 같이 가치있게 일할 동료들을 멀리서 찾지 않았다. 한살림에 몸담고 있는 가족들부터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에 배움의 속도가 더 빠르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한살림 사무처에서 일하는 사람이거나 한살림에서 일하는 직원의 가족들이 속속들이 결합하기 시작했다. 

같이 결합한 권영규씨는 생산자 소식지에 이렇게 설명한다. 

‘옥천공동체 최근태 대표가 포도밭을 제공 할 테니 귀농 준비할 사람들 모아서 체험을 해보겠느냐는 제안을 했고, 당시 대전에 있는 실무자들(생산자연합회 사무처, 한살림대전) 중 희망자를 모아서 시작했어요. 권영규, 박영배, 박대호 부부, 전홍규로 시작해서 한살림사업연합 물류부문의 박준열, 노태균, 부여 실무자 친인척인 이상섭님이 추가되었죠. 귀농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인맥을 통해서 모였죠. 홍보를 공격적으로 하기보다 가까이 지내는 분들이 중심이 되어서 시작했어요.’

이는 다른 귀농프로그램들이나, 각 지자체의 정책하고는 궤를 달리 한다. 프로그램 모집 공고를 내고 비용을 납부하고 일정기간 진행되는 기존의 프로그램이나 정책과는 달리 느슨하고 다소 여유롭게 진행이 되는 것이다. 정해진 공모사업의 틀에 자신을 끼워맞추기보다 아무 지원없이 하다보니 스스로의 형태로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살림옥천공동체 최근태 대표가 포도밭일꾼학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 어떤 가치일까

샤인머스켓은 달고 씨가 없어 먹기 편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최근태 대표의 샤인머스켓엔 씨가 있다. 지베렐린 처리를 안하기 때문이다. “유해하다는 증거도 없지만, 무해하다는 증거도 없잖아요” 상품의 구매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가치를 지키는 것. 한살림 속에서 사는 최근태 대표의 지향점이다. 샤인머스켓 열풍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드리아 원종을 지켜내고 있는 것도 이들만의 가치이다. 그렇다고 가치만 부여잡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영속되기 위해서 현실적 토대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 지도 영리하게 알고 있었다.

6차산업이라 굳이 부르지 않고도 포도 뿐만 아니라 기타 농산물과 연관된 가공산업과 그 이후까지 보고 있었다. 

“산업이란 말을 잘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소농들의 가치있는 연대로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이 가치가 제대로 구현되려면 소비자와도 끊임없이 공감대를 구축하고 변화하는 욕구에 기반한 상품도 만들어내야 하거든요. 그런 고민들을 계속합니다.”

■ 모집공고도, 선발기준도 딱히 없지만….

모집 공고도 선발기준도 없다. 그저 한살림 테두리 안에서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면 된다. 개인보단 우리이고 상품의 판매보단 가치를 추구한다. 간단한 듯 보이지만, 농사는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판매를 우선시하기 마련이다. 또한 잦은 모임을 통해 가치를 발굴하는 한살림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도 다수이다. 때문에 의도치 않게 포도밭 일꾼의 참가자는 한살림과 연관 있는 사람들이었다.

최근태 대표 역시 귀농인이기 때문에 이들이 겪을 어려움을 잘 헤아리고 있다. 덕분에 포도밭 일꾼이 주는 도움은 실질적이다. “건강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만으로는 자녀들의 양육비를 충당할 수 없잖아요”라는 최근태 대표의 말처럼,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귀농인들의 ‘경제적인 안정’이다. 이를 위해 필지와 유통망을 제공한다. 마음먹고 귀농하는데 아무 필지나 매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어찌저찌 상품을 생산해도 유통망의 구축이 막막하다. 이러한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포도밭 일꾼에서는 공유 토지를 제공한다. 유기농 인증 필지이기 때문에 한살림의 이름으로 납품할 수 있다.

포도밭 일꾼의 활동은 매주 토요일, 1년 동안 진행된다. 회비나 교육비는 따로 없다. 그저 한 달에 2만원 정도씩 모아서 점심을 해결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게 전부다. 공유 토지는 보통 캠벨얼리 밭을 임대한 것이라 품종 갱신이 필요하다. 캠벨얼리를 청포도나 씨들레스 계열의 품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농민의 삶을 배워나간다. 비료를 뿌리는 방법이 따로 있을 줄은 몰랐다.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고 익숙해지는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은 자신이 농사에 맞는지, 시끌벅적한 공동체 생활에 어울릴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 기다리기보단 행동으로 

“뭐 일할 때야 각자 하지만, 도와줄 때는 도와주고 같이 모여서 밥 먹는 시간이 많으니 말 그대로 식구에요. 식구.” 한살림 옥천공동체 구성원들은 말 그대로 식구(食口)이다. 같이 밥을 먹으며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고, 행동을 함께하니 관계가 느슨해질 틈이 없다. 정부의 정책으로 농촌의 고령화와 소멸이 해결되길 기다리기보단 서로 뭉쳐 대책을 세웠다. ‘혼자보단 같이’, 옥천공동체의 가치관이 외형화된 것이 바로 포도밭 일꾼인 것이다.

작년에 진행된 포도밭 일꾼 1기 중 박준열 씨와 이상섭 씨가 귀농을 결심하여 옥천에 뿌리내렸다. 귀농 1호인 박준열 씨는 3천3백평에서 포도농사를 진행 중이다. 그의 샤인머스켓과 캠밸 일부는 한살림에 공급되고 있고, 나머지는 흙살림을 통해 학교급식에 공급되고 있다. 2호 이상섭 씨는 포도나무를 키우는 중이고 앞으로 가공용으로 출하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포도밭 일꾼은 귀농을 고민하던 이들에게 금세 입소문이 났다. 올해 결성된 2기의 8명의 참가자 중 세 사람이 귀농을 결심. 준비하고 있는 상태이다.  벌써 5명의 귀농인을 양성했다. 소식지에 나온 내용을 다시 기술해보자. ‘올해 또 귀농하시려 는 분들을 3~5호까지 예상하고 있는데, 희망면적과 공동체 생산자가 내놓을 수 있는 면적들을 조합해 보니 5호까지는 문제가 없어요. 또 가을에 임대필지가 나오는데 저희가 임대를 받아서 인증을 받고 하면, 귀농희망 6호, 7호가 오게 되면 임대한 밭을 나 누어 줄 수 있어요.’ 

젊은 인력의 유입은 단순 고령화를 완화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 또한 지역사회에 녹아들기 때문에 지역 활성화라는 효과 또한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태 대표는 포도밭 일꾼이 시스템화되어 옥천의 발전을 위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것을 기대했다. 동시에 그러기 위해선 직접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막연하게 정부의 정책을 기다리는 것보단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뭉쳐 해결책을 고안해야죠” 현장을 모르고 소통 없이 진행되는 정책은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아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이다.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

틀에 짜인 건 별로라는 최근태 대표. “포도밭 일꾼”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꿈꾸고 기획한 것이 아니다. “그냥 이야기하다 보니 사람이 모여서 그렇게 된 거지” 라는 그의 말처럼 뜻을 나누다 보니 사람이 모여 가치 있는 일이 탄생한 것이다. 지역사회의 활성화와 젊은 귀농인을 위한 선례를 남긴 ‘포도밭 일꾼’이 농촌의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의 주춧돌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영직
권영규
박영배
박준열
우승인
이상섭
포도밭일꾼학교 식구들이 간담회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제공:한살림생산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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