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환(전 향수시네마 관장)

올해 2월 28일 휴관 결정을 내릴 때만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문을 닫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이 파산하고 7명의 직원들은 실업자가 되었죠. 실업자가 되어보신 분은 그 느낌을 아시겠지만 참으로 서글프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그래서 서로를 다독일 겸 얼마 전 직원들과 식사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고 가다가 영화관 일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나왔습니다. 천둥치고 벼락 치는 날 전기가 나가고 영사기가 멈춰버려 우왕좌왕 했던 일, 상영 영화가 아닌 엉뚱한 영화가 나와서 관객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던 일, 항상 정겹게 인사해 주던 단골손님들, 주말아침 어김없이 커피를 마시러 단체로 오셨던 어르신들 등등 한참을 이야기하며 깔깔대다가 어느 순간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2년여의 이 모든 추억들이 그냥 기억으로만 남을까봐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2018년 8월 2일 개관하고 향수시네마가 옥천에서 자리 잡기까지 직원들의 눈물겨운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365일 상시 운영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했고 대도시 멀티플렉스에 뒤지지 않는 영화관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무엇보다 낯설고 서먹서먹한 영화관이 아닌 따뜻하고 정겨운 옥천만의 영화관이 되기 위해 관객서비스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런 노력에 대한 배려가 고용승계로 자연스레 이어지리라 예상했고 모든 분들이 격려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옥천군 문화관광과는 고용승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재고용에 대해 위탁과정에서 강제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에 보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존 직원들에 대한 용승계 방침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고용승계가 이루어진 다음에도 근로조건이 잘 갖추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는 수탁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가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기업과 가게가 문을 닫고 실업자도 사상 유래 없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옥천향수시네마 직원 7명 또한 이러한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러한 특수 재난상황의 고통을 우리사회는 개인적인 일로 보지 않고 공공의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영화관이 다시 문 여는 날 관객들을 환한 미소로 다시 맞이할 수 있길 오늘도 내일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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