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비명, 하늘에 쏘아올린 ‘SOS'
소리 없는 비명, 하늘에 쏘아올린 ‘SOS'
  • 한인정
  • 승인 2020.07.23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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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멈춰버린 모든 축제, 종사자들은 수입은커녕 지출만 나가는 상황
“이대론 모두, 죽겠다. 안전하게 축제 진행될 수 있는 방안 모색해야”
축제관련 업체들을 대표해 금강조명을 운영하는 부자가 나섰다. 왼쪽부터 아들 김원호씨와 아버지 김강남씨의 모습이다.
축제관련 업체들을 대표해 금강조명을 운영하는 부자가 나섰다. 왼쪽부터 아들 김원호씨와 아버지 김강남씨의 모습이다.
금강조명을 운영하는 두 부자가 비대면 시위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금강조명을 운영하는 두 부자가 비대면 시위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17일 옥천읍 저녁 9시, 하얀색 조명 다섯 줄기가 하늘로 솟아 올라간다. 조명은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움직인다. SOS 구조요청 신호다. 까만 하늘을 수놓은 구조신호.

SOS 구조요청 빛줄기는 마암리 공터에서 빔무빙(조명기계)를 쏘고 있는 김강남(54)씨와 김원호(29)씨의 작품이다. 부자는 옥천에서 금강무대조명을 운영하고 있다. 오밤중 부자가 나선 이유는 말 그대로 ‘살려달라’는 비명을 지르기 위해서다. 코로나19로 모든 축제가 중단됐고, 간간히 들어오는 수입마저 모두 끊겼기 때문. 통장에 들어오던 수입은 ‘0원’이 된지 오래다. 그나마 김 부자는 3월에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전에 작업을 했던 곳에서 수입이 입금되는 바람에 코로나 소상공인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됐다.

언제 코로나19가 나아지나 걱정근심만 하던 중, 유사한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SNS를 통해 뜻을 모았다. 축제, 공연을 무조건 ‘취소’만 할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달라는 것. 뜻을 함께하는 종사자들의 마음이 모였다. 발빠르게 행사일정이 잡혔다. 17일 저녁 9시 전국의 50여 곳에서 5개의 빛기둥을 일제히 하늘로 쏘기로 결의한 것.

평소 같으면 바쁘게 움직였을 조명들이 먼지를 털고 밖으로 나온다. 오랜만에 준비하는 작은 행사에도 가슴이 뛴다. 9시가 되자 조명이 하늘로 ‘쭉’ 솟아올라간다. 부자는 말없이 하늘을 바라본다.

길을 지나가던 행인도 걸음을 멈춰 세우고, 오랜만에 켜진 조명을 신기한 듯이 바라본다. 손원식(58, 읍 마암리)씨는 “축제, 공연이 아예 사라지니깐. 옥천군 전체가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언제 코로나가 사라질지도 모르고, 작게라도 조명, 음악이 켜지는 옥천이 됐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밝힌다.

“조명업계에 수십년째 종사하고 있지만,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어요. 차라리 일반 상인들은 매출이 줄었다고 하죠. 예술인들은 비대면 공연 녹화라도 하고요. 하지만 공연연출업계는 완전히 얼어붙었어요. 수입이 0원이예요. 그나마 있는 직원들 월급도 마이너스 통장내서 챙겨줘야 하는 업체도 있죠.”(김강남씨)

말없이 3살 아들을 안고 하늘에 SOS 신호를 보내던 김원호씨도 입을 뗀다.

“준공식, 취임식은 하잖아요. 왜 행사만 못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소규모로 오래 할 수도 있고. 차에서 볼 수 있는 공연도 있고요. 안전수칙을 지킬 수 있는 방향을 가지고 시작하면 좋은데. 그냥 덮어놓고 취소시켜버리니깐 안타깝죠.”(김원호씨)

소리 없는 빛줄기가 ‘기적’을 만들기를 부자는 간절히 바란다고 다시 한번 힘주어 강조한다.

“저희가 대표로 나왔을 뿐이지, 옥천에도 9개 정도의 업체가 있고, 다 2~3명의 직원이 있어요. 그 가족까지 더하면 피해가 커지고요. 가을 축제는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희망이에요. 선거도 했는데 아무 문제없잖아요. 전염병이 3년에 한 번씩 온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이번 계기를 시작으로 안전수칙을 잘 지키고, 진행되는 행사의 모범이 되도록 군에서 신경 썼으면 좋겠어요.” (김강남·김원호씨)

부자가 쏘아올린 조명이 옥천 하늘을 수놓는다. 간절한 마음이 꼭 실행되길 바라는 부자다.
부자가 쏘아올린 조명이 옥천 하늘을 수놓는다. 간절한 마음이 꼭 실행되길 바란다고.
금강조명을 운영하는 두 부자가 비대면 시위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평소같으면 바쁘게 움직일 조명 시스템에 먼지가 수북히 앉았다고 말한다. 
이번 비대면 시위는 전국 50여 업체가 동시간 대에 하늘로 쏘아올리는 '네트워크'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진제공: 김원호씨]
이번 비대면 시위는 전국 50여 업체가 동시간 대에 하늘로 쏘아올리는 '네트워크'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진제공: 김원호씨]
이번 비대면 시위는 전국 50여 업체가 동시간 대에 하늘로 쏘아올리는 '네트워크'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진제공: 김원호씨]
이번 비대면 시위는 전국 50여 업체가 동시간 대에 하늘로 쏘아올리는 '네트워크'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진제공: 김원호씨]
이번 비대면 시위는 전국 50여 업체가 동시간 대에 하늘로 쏘아올리는 '네트워크'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진제공: 김원호씨]
이번 비대면 시위는 전국 50여 업체가 동시간 대에 하늘로 쏘아올리는 '네트워크'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진제공: 김원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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