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을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에 머무니
산은 푸르고 돌은 희고 사이사이 꽃 피었네
  
만일 어느 화공이 이 경치를 그린다면
그 숲 사이 새 소리는 어찌 할꼬.

一步 二步 三步立
山靑 石白 間間花

若便 畵工 摸此景
其於 林下 鳥聲何.


            風 月

一. 風 失 古 行 路
바람은 전에 다니던 길을 잃었고
    
月 得 新 照 處
달은 새로 비출 곳을 얻었도다    (金笠)

 二. 風 動 樹 枝 動
바람이 움직이니 나뭇가지도 움직이고

月 昇 水 波 昇
달이 오르니 물결도 오르러라.    (主人)

金笠(김삿갓)

이 시조는 옛 사람들이 같은 운으로 주고 받던 시조이다.
평생 전국 곳곳을 떠돌며 시를 읊던 김삿갓이 어느 주막에서 술 한 잔을 놓고 주막 주인과 바람 (風)과 달(月)을 운으로 하여 주고 받은 시이다.
김삿갓의 절시에 이름 없는 주막 주인의 대구(對句)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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