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너는 잘못 날아왔다 / 제3부

사슴은 천천히 말라갔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창살 속에서, 누구도
아이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네

농장에서 태어난 아이의 목과 등에 나타난 얼룩무늬,
사내는 아이를 사슴이라 불렀네
그러자 이마에 거짓말처럼 뿔이 자라기 시작했네

새싹만한 발가락은 자주 부는 바람 쪽으로 꼼지락거렸으나
수술은………의사가 발작을………아이가………안된다고

살이 찌며 점점 검어지는 아이의 눈동자
나뭇가지와 함께 혓바닥처럼 오그라드는 잎사귀들

몇 년째 이어지는 가뭄 속에서
사람들은 무서워지기 시작 했네

거대한 나뭇가지처럼 벌어져 하늘을 떠받는 뿔을 보며
사람들이 농장 안으로 돌을 던졌네

뼈만 남은 여자가 사슴피만 마시지 않았더라면……
창유리 깨지는 소리에 놀란 여자
칡잎을 씹는 아이의 목을 껴안고 울부짖었네
울타리 둘레에 서 있는 사람들 말뚝처럼 말이 없었네
취한 사내가 망치로 사슴의 뿔을 내리쳤네
머리에 눈썹을 타고 흘러내리는 핏방울
뒤집어놓은 뿔처럼 얼굴을 덮었네
창살 밖 땅바닥에 검은 뿔을 그리듯
마른땅에 핏방울만한 싹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