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이, 물의 안부, 『문정문학 5집』

큰딸이 카톡에 열차표를 보내왔다.

엄마가 바쁘시니 주말에 셋째 딸애 손자 돌하고 같이 한날로 생신 준비를 했단다. 우리 예복으로 단장을 하고 대전서 서울행 기차로 바꾸어 타고 노령의 고급 예우를 받으며 서울 역에 도착했다. 큰 딸이 손녀딸과 같이 마중 나와 서울 그릴식당가에서 근사하게 점심을 먹고 자동차가 너무 막히니 전철이 더 빠르다고 4호선을 탔다.

내려서 간 곳은 스튜디오. 안엔 신부화장도 하고 양복도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다. 4남매가 다 모여 각각 가족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우리 노부부도 신부화장을 하고 새 신랑으로 변신한 노병도 핸섬보이다. 

결혼식 때의 생각이 문득 난다.

친정아버지 손에 이끌리어 남편에게로 안겨 사 남매를 낳고 그 아이들이 장성해서 열한 명의 손자 손녀를 보아 손자들 이름도 헷갈린다.

총 열한 명의 손주들은 턱시도와 드레스로 맘껏 치장하고 한 컷 찍고, 청바지에다 맨발로 온 식구가 하모니를 이루는 장면도 찍고 정말 영화를 찍는 기분이 들었다.

사는 동안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오늘 이 순간이 최고의 삶의 피날레가 아닌가 싶었다.

다 찍고 찍은 사진을 검토하여 선정하라는 기사는 다복하셔 너무 보기 좋다는 말을 하니 더욱 기분이 좋다.

사진 속의 모습에 이렇게 한 세대가 가고 있구나라고 감사하면서도 유수같이 빠른 세월엔 순응해야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저녁엔 예약된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마치고 큰딸 집으로 갔더니 큰딸이 만든 떡 케이크, 양갱, 화병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애들이 순번대로 기도와 축원을 한다. 그래 그래 화답을 하는 시간. 손자들이 그림카드에 할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 놨는데 너무 감동적인 말들이 가슴을 울렸다.

어린 손자들의 눈에 보였던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글은 애들의 맘에 거슬림이 된 우리 내외 모습이 있었던 모양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싸우지 마시고 참으시고 건강하세요.”라는 말이 나를 숙연하게 한다. 시골에 엄마 따라와서 본 느낌을 쓴 글을 읽으면서 반성도 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은연중에 하던 언어나 행동이, 보고 있는 손자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가족의 화합 날이 된 남편 생일날은 최고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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