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하리 ‘말괄량이’가 복수면 유명 한우집을 이어 받기까지
‘끝내주는 손맛! 정성 가득한 밑반찬에 방문 고객 엄지 척’
박현숙 대표, 유쾌한 웃음 뒤 가슴 아픈 사연 극복기

복수면 한우특화거리 한복판 원조계룡한우숯불구이가 위치해있다.
복수면 한우특화거리 한복판 원조계룡한우숯불구이가 위치해있다.

옥천에 대표적인 한우식당으로 ‘향수한우타운’과 ‘맥우’가 있다면 금산에는 복수면 한우특화거리가 유명하다. 복수면 한우특화거리의 터줏대감 식당 중 하나가 옥천 사람이 운영한다는 것을 몰랐다. “SNS’로 옥천을 홍보하는데 여념이 없는 동이면 용죽리 출신 황선건씨가 ‘원조계룡한우숯불구이’ 박현숙 대표를 고향 후배라고 소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다. 자동차로 불과 30여분 거리면 금방 다녀올 수 있는 곳, 옥천 사람들도 뻔질나게 한우 먹으로 드나든다는 것을 박현숙 대표한테 듣게 됐다.    

금산군 복수면 곡남리에는 무려 45년째 운영 중인 ‘원조 계룡 한우 숯불구이’가 있다. 52세 박현숙 씨는 인생의 딱 절반, 26년이라는 세월을 이 가게에 쏟았다. 

동이초중교를 졸업하고 옥천여자고등학교(현 충북산과고)의 마지막 졸업생이다. 젊은 날 대학재학 시절 26살에 같은 학교 동창인 남편을 만나 이 곳 금산 복수면에 살림을 차렸다. 복수면은 한우특화거리가 있는 명소로, 그 중에서도 ‘원조 계룡 한우 숯불구이’는 근처 ‘평양식당’ 다음으로 오래된 원조 맛집이다. 

시어머니의 선견지명으로 한우집이 거의 없을 시절, 먼저 있던 평양식당과 약간의 차별화를 두어 문을 열었다. 시집 온 초반에는 가게 일을 배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일을 배운다는 게 익숙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아버지 박정모, 75세),(어머니 오선귀, 76세)은 하우스 포도 농사를 지었다. 바쁜 와중에도 셋 이나 되는 자식들에게는 혹여나 몸 상할까 일절 일을 시키는 법이 없었다. 동네에서는 나름 소문난 알부자로, 집도 꽤 널찍했다. 박현숙 사장은 “이웃들도 옥천에서 아버지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라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이렇듯 온실 속 화초였던 그녀가 금세 시어머니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타고난 센스와 야무진 성격으로 모두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과연 그 속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상차림 및 가게 내부 모습. 부위별 고기를 직접 고를 수 있다.
상차림 및 가게 내부 모습. 부위별 고기를 직접 고를 수 있다.
원조계룡한우숯불구이 메뉴판. 식사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원조계룡한우숯불구이 메뉴판. 식사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 좋은 식당이란 좋은 음식을 파는 곳.

 오래된 가게이지만 늙은 가게는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늘 손님의 시각에서 더 좋은 조건을 고민했다. 고기와 어울리는 소스, 숙성시간, 칼질의 방향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 온 신경을 다 해 준비했다. 20년 전 진행한 리모델링은 지금 봐도 정감 있고 깔끔한 인상을 준다. 마치 비단길 걷듯 승승장구할 것만 같은 이야기 속에서도 어려움은 있었다. 약 2년 전 별세한 시어머니는 췌장암이라는 병마와 오래도록 싸워야 했다. 그동안 가게 운영은 온전히 그녀의 몫이 되었다. 간병에 혼신의 힘을 기하면서도 시어머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가게 유지 관리에도 애썼다.

이전에는 직접 소를 잡았었지만, 소의 컨디션이나 체형 등에 따라 날마다 나오는 고기에 약간씩 차이가 있었다. 또한 손님의 방문이 적은 날에는 버려지는 고기가 많아진다는 것 역시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전문실장을 고용하여 좋은 고기를 선별하고, 육가공해서 가져온 다음 적정 온도로 일주일간 숙성시켰다. 한 층 부드러워진 고기에 맞게 칼질 방법도 바꿨다. 실제로 고기를 구울 때 칼집 사이사이 숯불 향이 그대로 베어 입 안에서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아무런 양념장을 찍지 않아도 숙성된 감칠맛이 천연 소스처럼 혀를 감싸 안았다. 특산물임을 자랑이라도 하듯 깻잎 크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어떤 건 얼굴을 가릴 정도였다. 김치도 갓 담근 생김치와 항아리에서 1년 묵힌 묵은지를 함께 내놓는다. 밥과 함께 청국장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상에 올라온다. 콩과 두부, 뜨끈한 국물 뭐 하나 정성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갈비탕도 솥단지에 직접 고아서 나간다. 덕분에 입은 심심할 겨를이 없다. 

대표적인 점심 특선메뉴로 육회비빔밥, 갈비탕, 그리고 소고기 청국장백반이다. 담백하면서 깊이있는 맛을 제공하고 있다. 사실 한우 전문점이라 몇몇 손님들께서 높은 가격으로 방문하기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손님들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비빔밥과 질 좋은 육회가 들어간 육회비빔밥을 추천하거나 어렸을적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뜨끈뜨끈하며 고소한 콩과 소고기가 양껏 들어간 소고기 청국장백반을 추천한다. 한우를 드시러 온 손님에게는 일주일동안 숙성과정을 거친 한우를 최상의 품질과 부드러운 맛으로 푸짐하고 신선한 반찬과 함께 제공한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자 보다 쾌적한 서비스를 위해 대전 가수원에 2호점을 내어 남편이 운영하고 있다. 하루 종일 붙어있을 때 보다 오히려 애틋해졌다는 장난스러운 농담도 던져본다. 밑반찬과 재료 등 모든 음식은 두 지점이 동일하게 준비된다. 시어머니 손맛을 그대로 전수받아 홀로 운영한 지도 어느덧 7년 째. 박현숙 사장은 “우리 집 고기는 맛부터가 다르다. 오죽하면 단체 관광버스는 물론 여기까지 오는 고향 손님도 있다”며 고기 맛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 금쪽같은 내 새끼를 살릴 수만 있다면.

이런 그녀에게도 가슴 아픈 상처는 있었다. 자식이 아프면 차라리 내가 아프게 해달라고 하늘에 비는 게 부모 마음이다. 그런데 그런 내 새끼가 무려 한 달을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그 마음은 어떨까. 1남 2녀 중 막내아들이 가게 일손을 돕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어릴 적 덤프트럭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를 크게 다치고 오른팔 신경이 손상되는 부상을 당했다. 사고전화를 받고 헐레벌떡 병원에 뛰어갔을 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아들 뿐 이었다. 그리고 그 침대에서 한 달을 일어나지 못했다. 그저 오래도록 빌고 빌었다. 아들이 다시 깨어나기만 한다면 이 한 몸 사라져도 아깝지 않았다. 

애타는 소원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극적으로 아들이 깨어났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아니 세상에 뭐든 바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박현숙 대표는 “그 때는 말도 못 할 정도로 가슴이 쓰렸다. 아들을 살리려고 별 짓을 다했다. 후에는 재활치료를 위해 아이를 데리고 몇 달이나 대전에서 구미까지 침을 맞으러 다녔다. 덕분에 아들은 무사히 고등학교까지 졸업하였고, 약간의 후유증을 제외하고는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새삼 위대한 모정을 실감하게 했다. 인터뷰 내내 워낙 밝고 쾌활한 그녀였기에 이런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곤 예상치도 못했다. 덕분에 이제는 고된 가게 일도 척척인 든든한 아들이 되었다. 바쁜 와중에도 세 자녀를 모두 잘 양육하여 두 딸들도 첫째는 유아교육과를 졸업하여 현재는 선생님으로, 둘째는 강남에서 헤어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아마 아들이 다시금 건강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엄마의 간절한 바람과 정성, 그리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함께했기 때문이 아닐까.

미소를 짓고 있는 박현숙 대표.

■ 한 번 옥천인은 영원한 옥천인.

자녀를 키우면서 대전으로 이사한지도 벌써 십 수 년이 지났다. 하루하루를 워낙 분주하게 살다보니 고향은 못 간다. 이제는 대전이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두 달에 한 번 초, 중학교 동창회가 열릴 때면 오랜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몹시 반갑다. 친구들을 보면 매번 어릴 적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 땐 자그마한 아이들이 적하리에서 학교가 있던 평산리 까지 장장 왕복 1시간 거리를 걸어 다니곤 했다. 혹여 넘어질세라 꼭 잡은 두 손은 땀이 나도록 쥐고 있었다. 그래도 학교를 가는 게 좋았다. 친구들을 만나는 게 좋았다. 초중학교를 같이 다녔으니 그 정이 얼마나 돈독했겠는가. 어렸을 땐 한 학년에 세 반, 총 130명이 넘었지만 전교생이 50명 남짓이라니 격세지감이다. 바로 집앞에 있던 동이중학교는 22년 전 1998년에 끝내 폐교됐다. 내 추억의 한 조각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내 학창시절이 있던 곳, 그곳에서 현재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자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 「접시꽃 당신」 도종환 시인을 마주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한 살 터울 여동생의 국어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짧은 순간들이지만 항상 인자한 미소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던 그의 모습은 아직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렇게 지금도 가슴 따듯한 옥천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박현숙 사장은 “아직까지도 부모님과 심마니를 하는 남동생(박범철)은 옥천에 산다. 바빠서 잘 못 가면 부모님이 오신다”며 “동창과 아버지 지인들은 다른 한우거리도 마다하고 여기까지 온다. 그만큼 우리 집이 맛도 있고 고향 정도 있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박현숙 씨가 운영하는 원조 계룡 한우 숯불구이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추석 등 명절 당일만 휴무)에 운영하고 있다. 

 주소 : 금산군 복수면 복수로 107
 문의 : 041-752-8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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