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농가, 가지 부러지고 고구마밭 파헤쳐져
읍에 몰린 자율구제단(엽사), 읍면 골고루 분포돼야

부러진 복숭아 나무 가지를 들고 있는 이해홍씨. 복숭아 나무 아래에 봉지로 싸놓았던 열매들이 멧돼지 습격을 받고 떨어져 있는 게 보인다.

이원면 이원리 한 농가가 보름간 멧돼지 습격을 다섯차례 연이어 입어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군에서는 나무에 동물기피제 약을 달고 엽사를 파견해 멧돼지를 잡는 등 가능한 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하지만 산에서 계속 내려오는 멧돼지를 어떻게 할 수는 없어 속수무책인 상황. 

일부에서는 대책으로 농가 피해가 생겼을 때 지역에서 수렵 자격을 가지고 출동하는 ‘유해조수 자율구제단’이 면마다 골고루 분포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을 한다. 군에서 진행하는 유해야생동물 피해 예방 사업 중 유해조수 자율구제단이 비교적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타 면보다 직접 해당 면에 거주하는 엽사가 면내 지리를 잘 알고, 또 피해가 생겼을 때 시기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읍과 청산·청성면에 군 허가를 받은 유해조수 자율구제단 77%(허가자 36명 중 28명)가 몰려 있다. 군서·이원·동이면은 1명뿐이고 안내면은 1명도 없다.

이해홍(77, 이원면 이원리)씨가 처음 피해를 입은 것은 6월 중순경이다. 150여평 밭에 복숭아 30그루와 고구마도 일부 심었는데, 이전 5년간 아무 피해가 없다가 올해 밭 뒤에 있는 산에서 멧돼지가 내려왔다. 처음 피해를 입었을 때 곧장 신고해 엽사가 오고 동물기피제라는 약도 받았지만 이후 보름간 멧돼지가 4차례 더 습격했다. 

이해홍씨는 “심은 지 얼마 안 된 고구마를 계속 파헤쳐 몇 번을 복구했는지 모르겠다. 복숭아나무는 열매만 먹은 게 아니라 가지까지 부러뜨려 놨다”며 “습격 때마다 피해가 커져 예상했던 것보다 10%밖에 수확하지 못할 것 같다. 엽사가 와서 한마리를 잡았다는데 그 뒤로는 계속 허탕인 거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율구제단 활동을 한 A씨는 “자율구제단 인원은 한정적인데 어떤 면은 단원이 많고 어떤 면은 단원이 적다. 때 맞춰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살고 있는 면이라고 하면 피해농가와 거리가 가까울 뿐 아니라 지리도 잘 알고 있어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읍면별 적정 인원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자율구제단은 △수렵면허 소지 △총포소지 허가 취득 또는 재취득 후 5년 이상 경과 등 기본 자격요건을 가진 자 중 관내 관련 협회의 추천을 받아 선발되고 있다. 

하지만 군은 관내 자격을 가진 자의 수가 제한적이고 읍면별로 강제해 배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과 박병욱 과장은 “읍면별로 고루 분포할 수 없을지 저희도 고민을 많이 했다. 협회에 그렇게 추천해달라 말하고 있지만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단원들이 그때그때 현장에 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일단 단원들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멧돼지의 경우 보상액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리는 등 처우 개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면 김연철 면장은 “유해동물로 인한 농가 피해 등 문제들은 혹여 민원이 느리게 처리되는 경우가 없도록 면에서도 주의해 살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멧돼지가 밭을 습격해 먹고 간 열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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