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찾아온 제비,지붕 천막 밑에 셋방살이
옥천천막사 전영철씨, 박순섭씨 부부 정성들여 보살펴
1년 주기로 3월에 새끼 까고, 9월에 잠시 떠나

‘또 왔구나, 또 왔어.’

옥천읍내에 있는 옥천천막사에 3년 전부터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고 있다. 옥천천막사를 방문한 구재근씨도 참 귀한 이야기라고 제보를 전했다.  

어릴 적 시골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처마 밑에 이들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지금은 희귀해져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천막사에 복을 물어다 주러 온 것일까? 이곳을 운영하는 전영철(71, 옥천읍 응천리)씨와 박순섭(66)씨 부부는 지붕 천막 밑에 흙과 짚으로 이겨다 지은 제비집을 보여줬다. 사람 손 크기만 한 둥지 안에 대여섯 마리의 제비 새끼들이 옹기종기 모여 먹이를 가져다줄 어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영철씨와 박순섭씨는 이곳에서 살림을 차린 제비들을 마음으로 돌봤다. 

천막이 오래돼서 새것으로 갈 때가 됐지만 혹여나 제비집이 훼손될까 봐 그대로 두고 있다. 천막 구석에 위태롭게 자리 잡은 제비집을 지켜주려고 밑에 작은 받침을 깔아주는 정성도 들였다. 박순섭씨는 “3월에 와서 새끼를 두 번 정도 까는데 한 번에 5~6마리를 낳는다”며 “새끼들 먹이를 주려고 왔다 갔다 하다가 9월에 이곳을 떠나는데 보통 1년 주기로 다시 찾아온다”고 말했다.

‘환경지표종’으로 꼽히는 제비는 주로 고양이나 뱀 등 천적으로부터 알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사는 곳에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와 과도한 건물 개발로 인해 제비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또한 분비물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셋방살이를 하면 쫓겨나기 일쑤다. 그럼에도 이들 노부부는 제 비를 사랑으로 보살피며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제비집 밑에 받침대를 선물해준 전영철씨는 이곳에서 일한 지 40년이 넘었다. 

78년에 농기계 생산 공장인 국제종합기계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81년부터 옥천천막사에서 종업원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1년에 가게를 인수하면서 옥천에 눌러앉아 옥천 사람이 됐다.  

난개발과 위생적인 문제 때문에 동네에 제비를 찾아보기 어려운 요즘이다. 작은 생명을 존중해주는 노부부의 인심을 보며 옥천천막사가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자리를 지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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