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북면 와정리 학부모들의 좌충우돌 돌봄기, ‘향수뜰행복돌봄공동체’
전교생 7명의 군내 초미니학교 대정분교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
충북지역공동체 발표대회에서 1등, 앞으로도 도전 이어갈 것

향수뜰행복돌봄공동체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향수뜰행복돌봄공동체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이들이 돌봄을 받는 향수뜰 복지회관의 전경
아이들이 돌봄을 받는 향수뜰 복지회관의 전경

 

갈 곳이 없다.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려보내는 스쿨버스가 야속하다. 하교 후에도 친구들과 다 같이 모여더 놀고 싶다. 집에 남겨진 아이들의 마음은 한 쪽이 늘 공허했다. 자유를 만끽하며 원 없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좋을 텐데. 대정분교는 옥천에서 가장 학생 수가 적은 학교다. 전교생이 7명뿐이다. 유치원생까지 포함하면 9, 그래도 두 자리 숫자가 안 된다. 아이들은 수업을 마치면 헤어짐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간다. 달리 어쩔 도리도 없이 텅 빈 방에 있는 아이들이 부모들은 더없이 신경 쓰였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귀가 쫑긋할만한 반가운 제안이 들려왔다. 방과 후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사업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박은경(46) 향수뜰 권역 사무국장의 제안이었다. 권역 사업의 하나로 와정리 경로당 옆에는 시설이 갖춰진 좋은 건물 하나가 지어져 있었다. 도시인들을 위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 숙박을 주로 하는 공간이라 평일에는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식당도 있고 차와 음료, 아이스크림까지 판매하는 그 공간을 보며 박은경 사무국장은 아이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다년간의 실무 경험이 있던 그녀는 이 곳을 돌봄 공간으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마침 행복교육지구 사업으로도 신청했다. 그리고 부모들에게 제안한 것이다. 부모들은 두말할 것 없이 돌봄 사업을 열렬히 환영했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부모들은 박은경 사무국장과 마음을 모아 돌봄공동체를 꾸려가기 시작했다. 20194월부터 한 달 반 가까이 교육을 받고 5월부터 정식으로 시작했다. 군북면 와정리 공동돌봄, 향수뜰행복돌봄공동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그린 작품
아이들이 그린 작품들,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들
열심히 체험활동 중인 아이들
열심히 체험활동 중인 아이
아이들이 정성 들여 심은 다육 식물
마을 주민들도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한적했던 평일 오후 아이들로 북적북적

아이들은 이제 아쉬워하며 집에 돌아갈 필요가 없다. 향수뜰 복지회관에는 학교가 끝난 아이들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룬다. 특별한 놀이가 없어도 모여만 놔도 잘 노는 아이들이다. 한마디로 시끌벅적하다. 박은경 사무국장은 정말 여기 있으면 아이들 웃음 소리, 울음 소리가 끊이질 않죠. 6시에 저녁을 먹이고 집으로 돌려 보내는데 아이들이 당최 집에 가질 않으려고 해요. 8, 9시까지 있을 때도 있죠.”라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그녀는 동이초에서 대정분교로 본인의 아이도 전학을 시켰다. 대정분교에서 아이가 더 필요하기도 했고 이미 그 곳에 몸을 담그고 있는 터라 살핌도 더 가능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놀이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오전에 강사님들이 오시면 엄마들이 배워요. 그리고 그걸 토대로 오후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거죠. 다육식물을 심기도 하고 고무신에 그림을 그려 넣기도 해요. , 저희가 제과제빵도 하는데요, 간식으로 빵을 직접 구워 만들어 먹는 재미가 있죠.” 아이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시켜주고픈 어머니들의 열의가 상당하단다. 즐거운 게 어디 아이들뿐일까. 아이들과 어울리며 부모들도 덩달아 신나고 즐거울 것이다.

행복돌봄공동체는 지난 6월 충북도에서 열린 지역공동체 발표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돌봄공동체 사례를 발표하고 컵타 공연을 펼쳤다. 놀랍게도 결과는 1.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박은경 사무국장은 모두가 환호하며 방방 뛰며 기뻐했던 순간에 눈물이 펑펑 났다며 쑥스럽게 회고했다.

 

바쁜 농사일, 아이들 맡길 수 있어 안심

행복돌봄 부모들은 농사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 입장에서는 아이를 맡길 곳이 있다는 것이 참 고맙다. 베트남에서 한국에 온 지 9년 된 김미영(36)씨는 유치원(장윤화), 초등학교 2학년(장재영)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돌봐주니 너무 좋아요. 농사 일이 바빠서요, 여기에 애들 맡기고 밭일 하면 마음이 편해요. 여기 마을은 정도 많고 살기가 좋은 것 같아요.” 항곡리에 살고 있는 김명숙(42)씨도 거들었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이성언), 4학년(이은성) 아이 둘을 키우고 있어요. 이게 생기기 전에는 농사일은 많은 데 애들 봐줄 사람이 없어서 힘들었어요. 근데 여기서 간식도 주고 밥도 챙겨주면서 돌봐주니까 확실히 걱정을 덜었죠

최미화(42)씨는 행복돌봄공동체 학부모 회장이다. “처음에 사무국장님이 돌봄 사업 같이 한 번 해보자고 제안해주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저는 유치원(양정은), 초등학교 6학년(양시은) 아이 둘을 키우고 있어요. 해보니까 뭐 다른 분들 말씀처럼 너무 좋죠. 권역 위원장님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든든하고요. 아이들 돌봄이 계속될 수 있도록 우리 향수뜰 권역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걱정이라면 분교에 아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게 걱정이죠.”

 

모두가 한데 어우러지는 공동체, 웃음꽃 피다

이 곳에는 남녀노소가 다 모인다. 인근 할머니들은 학교 끝나고도 아이들 웃음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무언가 돕고 싶은 마음이 동해 감자도 캐서 가져다 주고, 농산물도 틈 날때마다 듬뿍 듬뿍 들고 왔다. 기분 좋은 자리에는 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종종 감자를 쪄 온다는 우재순(82)씨는 여기 애기들, 직원들 먹는 거 보면 그게 그렇게 보기가 좋아요. 맛있게 먹는 거 보면 내가 다 배불러요. 바빠서 매일 해주지는 못하지만 마음 같아서는 매일 해주고 싶어요.”라고 했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도 물론 예외 없이 환대해준다. 이홍순(74)씨는 서울에서 귀촌했다. “작년 10월에 귀촌했어요. 친구 한 명이 여기 살아서 자주 놀러 오다가 아예 정착을 했어요. 마을 분위기가 따뜻해서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마을 주민들이 편하게 와서 얼굴도 보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좋아요. 아이들 뛰어노는 것만 봐도 행복하죠.”

이야기를 듣고 있는 향수뜰권역 위원장 김우태(64)씨의 표정이 흐뭇하다. 그는 행복돌봄 공동체가 남녀노소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들이 편하게 와서 쉴 수 있는 여유 공간이라는 것이다. 최근 그는 인근의 1200평을 매입한 유역청에 요구해 2곳의 잔디광장을 만들기도 했다. “애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잔디밭이 뛰어놀기 좋잖아요. 축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치고. 마을 주민들도 산책하고 운동할 수 있고요.”

화려한 옷차림이 빛나는 정혜옥씨(67)는 동이면 세산리가 고향이다. 대전에서 이주해 온 지는 13년이 되었다. 부녀회장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그녀는 이번 대회에서 공연도 함께 했다. “대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섰어요. 미키 마우스 분장을 하고 신나게 컵타 공연을 했어요. 공연이 끝나는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우리 애들도 너무 대견하고 같이 연습했던 시간이 떠올라 뭉클하더라고요. 저에게는 너무 행복한 추억이에요.”

 

좌충우돌 아이들과 함께 준비한 컵타 공연

컵타는 컵으로 하는 난타다. 컵은 종이컵 모양이고 재질은 단단한 플라스틱이다. 컵을 거꾸로 쥐고 바닥에 내리치며 소리를 내는데 컵 밑바닥에 500원만한 구멍이 뚫려 있어 그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최미화씨가 휴대폰에 있는 무대영상을 보여줬다. 모두 12명의 아이들과 학부모 그리고 마을 어르신들이 옆으로 나란히 서서 다 같이 맞춘 미키 마우스 머리띠와 형형색색의 리본을 한 모습이었다. 귀여운 율동과 함께 경쾌한 컵타 공연이 4분간 이어졌다.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던 대회에서 더욱 빛났던 아이들과의 컵타 무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최미화 학부모 회장이 들려줄 말이 많다는 얼굴로 말을 시작했다. “애들이 떨렸지만 재밌었데요. 이런 무대 서는 게 쉽지 않은 건데 너무 대견하죠. 이거 연습하느랴 코로나가 기승을 부렸을 때도 심심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저희 컵타 가르쳐주셨던 강사님이 계세요. 강설희씨라고. 그 분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죠. 어르신들, 유치원 애기들도 있으니까 율동도 쉽게 만들어주시고 애들 간식도 많이 사다 주셨어요. 마스크를 직접 사다가 코도 붙여주셨다니까요. 정말 감사하죠.”

유치원과 초등학생 아이들을 상대로 공연을 준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어휴, 말도 마요. 말썽도 아니었죠.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정말 애들이 많이 혼났어요. 언제는 집에 돌아와 누워 있는데 막 웃음이 나는 거예요. 그 날 애들이 한 명씩 다 저한테 혼났거든요. 이래서 혼나고 저래서 혼나고. 그게 생각나니까 웃긴 거에요. 하하하.”

무대 영상을 자세히 보니 모두 같은 옷이다. 티셔츠는 외상으로 하나당 만 천원을 주고 맞췄단다. 꼴찌해서 티셔츠 값도 못 버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다고. 1등 상금은 300만원이다. 박은경 사무국장은 1등 상금으로 동네 주민들과 마을잔치도 열고 아이들 이름으로 학교에 장학금도 보내고 옷도 한 번 더 맞춰 입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다가올 전국대회에서도 수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왕 1등한 거 전국 대회들도 본선 진출해서 1등 가야죠.”

 

이번 발표대회 수상은 지금까지 공동체 어른들과 아이들이 마음을 나누며 보내온 시간에 의미를 더해준다. 사실 상을 받은 것은 덤이었다. 상을 받아서 특별해진 것이 아니라 이미 특별해진 마을에 훈장이 하나 더 달린 것이다. 작은 학교 대정분교가 또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큰 도화선이었다. 아이들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앞으로도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환대하는 공동체 속에서 행복한 돌봄을 받으며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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