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봉사활동 코로나로 미뤄져, 4월부터 행복교육지구 실무사로 근무
변화가 필요한 옥천 청년활동, 문화예술 활성화하고 대중교통 개선해야

이소연씨

이소연씨가 옥천에 돌아왔다. 옥천읍 장야리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삼양초등학교, 옥천여자중학교, 옥천고등학교를 졸업한 옥천 토박이다. 

포항 한동대에서 사회복지학과 법학을 공부한 이소연(24)씨는 작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야심차게 해외봉사활동을 계획했지만 뜻밖의 코로나19 사태로 무산되었다. 

“가려던 곳은 에콰도르라고 남미에 있는 나라인데, 코이카 봉사단에 합격했어요. 그곳 청소년기관에 가서 캠프 만들고 진로 도와주는 일을 하려다가 코로나 때문에 미뤄져서 일단 옥천에 돌아왔죠. 여기 옥천행복교육지구에서 올해 4월부터 1년 간 일하기로 했어요. 어쩌다보니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셈인데 이것 참. 1년 뒤에는 에콰도르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옥천행복교육지구에서 이소연씨가 하는 일은 민간협력 사업이다. 주로 마을에서 진로활동을 하는 사람들 대상으로 사업비지원, 회계 관리 등의 일을 한다. 

“저는 아동청소년 쪽에 관심이 많아요. 사회복지활동을 하면서 여기저기 봉사활동을 많이 다녔는데 아동청소년들이랑 다니고 이야기할 때가 가장 즐겁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아동청소년은 조금 넓게 10살부터 24살 정도? 아동청소년과 많이 만날 수 있고 1년 동안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여기 들어오게 되었어요. 여기서 일하면서 지역에서의 교육관련 일들도 많이 배우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개월 동안 일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일, 기억에 남는 일 역시 아동청소년과의 활동이었다. 

‘팜앤쿡’에서 아동청소년들과 우리밀로 제과제빵 실습을 했던 것, ‘신기한마을돌봄학교’를 방문했던 것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이소연씨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마을교육활동가 연수에 따라갔을 때 괴산 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 단체 ‘숲’을 만난 일이었다. 숲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은 그녀의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20대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활동하는 단체는 옥천에서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정말 부러웠다고.

이소연씨에게 옥천은 소중한 고향이다. 올해 26살이 된 그녀는 20년이 넘는 시간을 옥천에서 보냈다. “타지에 있을 때 옥천에서 왔다고 하면 일단 희귀성이 좀 있더라고요.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은 육영수, 정지용의 고향으로만 알고 계시고 젊은 사람들은 잘 몰라요. 그냥 대전 옆에 붙어있다고 해야 대충 알죠. 친구들은 장난삼아 ‘차는 다니냐’, ‘길에 경운기 굴러다니는 거 아니냐’, ‘영화관 가면 커튼 쫙 열리고 그러는 거 아니냐’ 그러더라고요. 물론 그런 정도는 아니지만 친구들이 실제로 와보고 엄청 놀랐어요. 어딜 가든 8시면 다 가게 문을 닫아 깜깜하니까.”

옥천에게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다. 어려서부터 겪은 불편들이 대학 다니느라 떠나있던 6년 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소연씨는 옥천의 결핍을 토로하고 옥천이 바뀌어야한다고 말한다. “옥천 출신 청년들이 타지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역시 안정된 일자리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도 아동청소년 관련된 일을 찾아보니까 대부분 대전까지는 나가야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20대들이 주가 되는 지역 활동이 잘 이뤄지질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옥천에 있는 지역단체들보면 대부분 30대분들이 주도하시거든요. 그래서 일단 옥천에 20대들이 쉽게 지역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협동조합들도 많이 생기면 좋을 것 같고요.”

거의 평생을 살아 온 고향이기에 각별하다. 하지만 청년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할 터, 우리고장이 만성적인 문제들을 극복하고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문화생활을 누리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나마 하나 생겼던 영화관도 문 닫아버리고, 뮤지컬 같은 거 보고 싶어도 대전 끝자락까지 나가야하거든요. 근데 대중교통도 너무 열악하고요. 제 생각에 옥천은 버스를 더 활성화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607번만 많이 다니지 다른 건 시간대가 너무 뜸하잖아요. 버스가 아예 안 다니는 곳도 많고요. 옥천에 드라이브하기 좋은 예쁜 길도 많은데 그런 곳들을 버스로 다닐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막차가 7시면 끊겨 버리는 것도 심각한 문제죠! 아무튼 옥천에서 차 없으면 다니기 너무 힘들어요.” 

이소연씨는 욕심 없고 알뜰한 청년이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살 지는 잘 모르지만 그녀는 한 분야에 지나치게 매진하고 싶지 않다. ‘먹고살 만큼만’ 벌면서 그때그때 맞춰가며 살겠다는 그녀는, 조만간 하게 될 독립도 걱정 없다고 말한다. 지금은 그저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다. “저는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 주위 사람들도 함께 행복해야하고요. 그래서 저는 항상 주위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려해요.” 더불어 행복한 삶을 꿈꾸는 지역청년활동가 이소연씨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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