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12년차 군서초 이세중 교사의 작은학교 예찬론
지역화 교육도 관심, 학교와 지역이 끊임없이 소통하는 교육되야

작은 학교의 장점에 대해 물으니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2009년 제천 두학초로 초임지 발령 후 청산초와 군서초까지 전부 작은 학교를 지낸 군서초 이세중(36, 대전 산내)교사는 작은 학교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오죽하면 대전에 거주하는 그가 아이까지 본인이 근무하는 학교에 같이 통학하겠는가. 열 말이 필요없다. 작은 학교 교육의 우수성을 체감하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통학하는 것. 사실 교사들이 본인 아이를 같이 학교에 데려온다면 이것만큼 학부모들한테 큰 신뢰가 있을까. 그가 카드처럼 쭉 펼쳐놓은 작은 학교의 장점은 한 시간 가량 강의를 들을 정도로 풍부했다. 일단 열의에 찬 청년 교사의 말을 들어보자.

“우선 교사가 집중 지도가 가능해요. 예를 들어 아이들이 수학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교과편성을 수학 위주로 할 수 있어요. 일 주면 일 주, 한 달이면 한 달의 기간에 수학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거죠. 이런 식으로 커리큘럼을 융통성 있게 짤 수 있어요. 큰 학교같은 경우는 다른 반들과 진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어렵죠. 그런데 작은 학교는 한학년 한 반이기 때문에 교사의 자율재량권이 더 주어져 맞춤형 수업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거죠.”
 작은학교가 좋은 또 다른 이유로 '프로젝트 베이스드 러닝'이라고 불리는 과업기반학습을 꼽았다.
 과업기반학습은 학생들 스스로가 주제를 정하고 협력해가며 문제를 해결해가는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이다.

“작은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프로젝트를 정하고 실행하기가 수월해요. 예를 들어 이번 주에는 영화 한 편을 찍어보자고 하면 한 주간 영화를 집중적으로 만들어보는 거죠. 시나리오를 쓰면서 국어 공부를 할 수 있고 테마가 역사라면 역사 공부도 되는 거죠. 한 주제 안에서 여러 과목들을 공부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게 융합 교육이죠.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더 좋아해요. 아무래도 일반 교과 수업보다는 더 재밌으니까요.”

군서초에서는 융합교육을 주제로 교사들이 모여 교육 발전을 논의하는 전문 학습 공동체를 월 1회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학습 방식이 충분한 학습능력을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기존학습방식에 길들여진 학부모들의 우려도 있다. 이런 우려를 꾸준한 소통으로 불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학부모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기초 학력은 확실히 보장하되 남는 시간에는 문제집을 푸는 대신 다양한 경험을 시키는 거라고 충분히 말씀을 드려요.”

작년 학생들과 함께 대화하는 모습
작년 군서초 학생들과 함께 대화하는 모습

■ 영국 연수 경험, 교육에 대한 새로운 지평

지난해 그는 교육청 지원을 받아 영국 런던에 두 달간 파견을 다녀왔다. “영국 초등학교에서는 한 학기 내내 2차대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수업을 해요. 전쟁 소설을 읽으며 국어를 학습하고 방공호를 만들며 미술공부를 하죠. 또 전체주의와 민주주의르 접하며 사회공부를 하는 식인 거죠.”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홀로코스트 교육을 하고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분량도 많아지고 비판적 이해를 할 수 있게끔 가르친다. 그렇다고 영국과 독일의 교육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루 종일 교과서만 보며 암기식 공부를 하는 것보다 사고력을 기를 수 있고 자기만의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다.

■ 한명 한명 아이들의 자존감과 꿈을 키워주고 싶어

그는 어떻게 하면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기초 학력 보장은 물론 진로 교육, 재능탐색까지 한 아이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게 그의 목표다. 작년에는 11명의 6학년 학생 전부가 글짓기, 미술, 글라이더 만들기, 발명 등 각기 다른 대회에 나가봤다. “진로 탐색에 있어서 초등학교 때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해요. 수상 여부와 관계 없이 그런 대회를 한 번 나가봤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되죠. 내가 뭘 잘하나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요.” 모든 학생들이 각자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에 도전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귀한 경험이다. 학생 한 명에게 충분한 관심과 시간이 주어지는 작은 학교만의 특별한 조건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그는 자신의 모교인 청주교대 대학원에서 상담교육을 공부하고 있다. 생채기 나기 쉬운 아이들의 여린 마음을 돌봐주기 위해서다. “작년에는 월 1회씩 비밀상담을 했어요. 아이들 얘기를 듣다 보면 정말 예상치 못했던 얘기들이 많이 나와요. 아이들 하나 하나 가슴 깊숙한 곳에는 다 상처가 있죠. 친구 관계에서부터 집안 문제까지 평소라면 알 수 없는 것들이요.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돌봐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원래 이세중 교사는 선생님이 될 생각이 본래 없었다. 대학 진학시 재수를 했는데 재수 학원에서 만난 친구들이 교사 진로를 원하는 친구들이 많아 친구따라 강남에 간 케이스, 대전 대신고를 졸업하고 청주교대 국어교육학과에 그렇게 입학했다. 입학을 해보니 교수님들도 멋있고 실습나가서 만난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반했다고 했다. 옥천은 정말 공기도 맑고 인심도 좋은 곳이라 참 살기 좋은 곳이라고 했다. 
 

■ 지역 밀착형 교사가 되는 것이 꿈

작은 학교는 지역 연계 프로그램에도 적합하다. 군서초등학교는 2017년 5~6월 사이 우리마을 탐방 프로젝트 ‘지역에서 희희낙락’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여 군서면에 있는 여러 마을들을 탐방하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체험활동을 했다. 이세중씨는 상중리의 쌀바위 전설같은 마을의 역사를 접하며 아이들이 지역 감수성을 많이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백제 성왕 사절지 기행을 계획 중에 있다.

그는 아이들이 꼭 큰 도시로 나갈 게 아니라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 정착해 사는 것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한다. “아이들이 옥천을 언젠가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지역에 풀뿌리처럼 남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거든요. 그런 사례들도 많고요. 너희들도 여기 남아 돈도 벌고 즐겁게 살며 하나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가르쳐주는 게 지금 꼭 필요한 거 같아요. 그래야 지역도 지속가능할 것이고요.” 그는 교사들이 지역에 정착해 사는 것을 어렵게 하는 지역 만기제에 대한 아쉬움도 호소했다. “옥천은 사실 교사들이 가고싶은 경합지에요. 대전에서 출퇴근 거리가 제일 가까우니 서로 가려고 해요. 하지만, 지역 만기가 있어 일정 기간 되면 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하니 선뜻 이사오기 망설여지는 지역이기도 해요. 지역에 거주하는 교사들에 한해서라도 지역 만기를 없앤다면 참 좋을 것 같은데요. 인구도 늘어나고 학생과 지역과의 밀착도도 커지고요. 도교육청과 지자체가 협의해 이런 제도는 좋은 쪽으로 바꾸어졌으면 하는게 바람이죠."

작은 학교는 작아서 더 컸다. 학생 한 명에 대한 관심과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연계나 융합교육 같은 교육 방식의 기회가 더 컸다. 이렇듯 작은 학교는 작아서 갖는 장점들이 정말 많았다. 교육의 질을 따져봤을 때 작은 학교는 결코 작기만 한 학교가 아니었다. 작은 학교의 다른 말은 작지만 강한 학교가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의 얼굴에는 함박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인터뷰 당시 비가 오는 날이었음에도 아이들은 그저 활기차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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