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로 일손 부족한 농가,청성면까지 날아온 ‘찐우정’
생산적 일손봉사 이용해 품앗이 하면 ‘일거양득’

베트남 전통모자(아오자이)를 쓰고 봉사중인 금보라, 판지희씨
베트남 전통모자(아오자이)를 쓰고 봉사중인 금보라, 판지희씨 (제공:청성면사무소)

눈코뜰새 없이 바쁜 농사철,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에 ‘단비’같은 손길이 찾아왔다. 귀농 5년차인 이한우(52, 귀곡리). 보티김치(32)씨 부부의 농사를 돕기 위해 안내면에 사는 베트남 이주여성인 금보라(34), 판지희(37)씨가 찾아온 것.

안내면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이 청성면까지 일손을 도와주러 온 데는 이한우씨와의 특별한 인연이 얽혀 있다. 이한우씨는 국제결혼을 고민하면서 지인을 통해 판지희씨를 소개 받았다. 아내를 맞이할 나라인 ‘베트남’에 대해서도 정보를 얻고, 예비 아내가 타국에 와서 겪을 고민도 먼저 들어보고 싶었던 것.

이씨의 탄탄한 준비는 결실을 맺었다. 2016년 베트남에서 아내 보티김치씨를 맞이했다. 2017년 한국으로 돌아왔고, 곧이어 아이도 생겼다. 언어의 장벽, 문화의 장벽 등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다문화 가족과 왕래를 가지며 서로를 이해해 갔다.

관계적 도움만 받은 게 아니다. 생업에 어려움을 겪을 때면, ‘품앗이’를 통해 이웃사랑도 실천했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어렵다고 하는 현장으로 달려가 도움을 준 것. 이번 달에는 판지희씨가 이한우씨 집을 찾았다. 비닐하우스 8동, 약 3천 평에 들깨 농사를 짓고 있던 이한우씨 입장에서는 단비보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청성면은 고령화 비율이 49%에 달해 자체수급도 어렵고, 읍이나 대전시 같은 대도시와도 거리가 멀어 일손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한우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아내 친척인 베트남 가족을 부를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아는 판지희씨가 도움을 줘서 더욱 고마웠다고 말한다.

이한우씨는 “일이라는 게 혼자 하면 능률도 잘 안오르지 않나. 아내도 판지희씨가 오면 너무 좋아한다”며 “나야 하우스를 관리해야 하니깐 안내까지 못가도, 식구들이 틈만 나면 안내에 가서 도와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판지희씨는 “쉬는 날 편히 쉬면 좋겠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을 친구를 생각하면 맘이 아프다”며 “서로 돕고 사는게 좋다”고 말했다.

이번 사연이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로 판지희씨와 금보라씨가 활용한 ‘생산적 일손봉사’라는 제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생산적일손봉사 제도는 4시간을 봉사하면 여비 개념으로 2만원을 받는다. ‘일’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품앗이’로 생각한다면 최소한 거리를 이동하는 ‘여비’정도는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보라씨는 “조금이라도 돈을 받을 수 있어서 도움을 주는데 부담이 적다”며 “앞으로도 제도가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성면 이현철 면장은 “청성면은 외부인력수급에 어려움이 많다”며 “도움이 필요한 농가를 발굴하고 다른 농가들과 이어내 품앗이와 생산적 일손봉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청성면은 2020년 6월 기준 25개 농가에 연인원 685명을 투입하여 생산적 일손봉사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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