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때 심판 자격증 취득, 올해 3년차 심판으로 활약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 없이 경기가 마무리될 때 보람 느껴"
“여자는 발야구·남자는 축구, 성별에 따라 종목 정하지 말아야”

지난 5월 17일 열린 한마음리그 마우스FC와 강수FC의 경기에서 김지원 학생이 심판을 보고 있다.
김지원 학생.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종목인 소프트테니스와 육상은 여성 선수들이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열린 춘계 실업 소프트테니스대회에서 옥천군청 선수들은 여성 단체전 우승을 거머쥐며 전국 최강의 실력을 입증했다. 지난해 열린 동아일보 2019 국제마라톤대회'에서 핏빛 투혼 끝에 금메달을 따낸 백순정 선수 역시 저력을 보여줬다. 자신의 종목에서 활약하는 여성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스포츠에 있었던 ‘성별의 벽, 편견의 벽’이 자연스럽게 허물어지고 있다.

2020 이원 새마을금고배 한마음리그에서 축구 심판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지원 학생(옥천고2) 역시 우리지역 내 첫 여성심판으로 여성 체육인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중학교 2학년때까지 여자 축구 선수생활을 했던 김지원 학생. 김지원 학생은 자신이 흥미를 느끼고 있는 체육을 바탕으로 인생을 즐기며 체육교사 라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남학생들만 출전했던 축구 경기에 출전한 김지원 학생, “성별에 따라 종목 정하면 안 돼”

김지원 학생이 축구를 시작한 건 삼양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다. 길에서 우연히 옥천 유소년 FC 전단을 보고 호기심을 느껴 축구에 입문했다. 막연하게 시작한 축구였지만 누구보다 즐겁게 축구를 즐겼다. 유소년 FC에서는 여성·남성 학생 구분 없이 축구를 즐겼고 재미를 느꼈다. 실력도 뛰어났고 성실하기도 했다. 김지원 학생의 스승이었던 성경진 감독은 “어릴 때부터 축구를 거리낌 없이 적극적으로 했다. 특히 노력을 많이 하고 성실했던 친구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지원 학생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여자 축구부가 있는 대전 한밭여중에 진학한다. 본격적인 축구선수 생활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선수 생활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자유롭게 축구를 하던 과거와 달리 선수 생활은 답답했고, 경직됐다. 학교 내 규율은 엄격했고 적응이 쉽지 않았다. 이어 상처를 입기까지 했던 김지원 학생은 결국 중학교 2학년 무렵 축구를 포기하고 옥천으로 다시 돌아왔다.

“옥천 유소년FC에서 뛸 때는 자유롭고 재밌게 경기를 했어요. 누구에게 구애받지 않고 친구들과 즐겁게 경기에 임했죠. 근데 그런데 중학교 때 선수 생활은 답답했어요. 특히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너무 내부 규율이 엄격했고 힘들었죠. 발에 부상까지 당하면서 결국 그만두고 옥천으로 다시 왔죠”

엘리트 체육을 그만둔 후 옥천에 돌아온 김지원 학생은 평범한 축구팬으로 돌아갔다. 축구를 즐겨 보고 친구들과 함께 직접 운동장에 나가 축구를 즐기곤 한다. 축구의 매력은 팀 스포츠, 즉 함께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축구팀은 스페인 프로축구리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 좋아하는 선수는 바르셀로나의 간판이자 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손꼽히는 리오넬 메시다. 영국 여자프로축구 첼시 레이디스에서 뛰고 있는 국가대표 지소연 선수 역시 좋아한다고.

“축구를 하면 계속 우리 팀원들하고 이야기하고 호흡을 맞춰야 해요. 친구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경기 하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바르셀로나는 필드 위에 선수 간 유기적으로 패스를 잘하는 팀이에요. 팀원 개개인 간 기량이 높을 뿐만 아니라 선수 간 호흡도 잘 맞아서 티키타카(패스를 빠르게 주고받는 축구 경기 전술을 의미)도 잘 되죠. 수비진부터 빌드업(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나 공격을 전개하기 위한 움직임과 패스)을 시작하는 맨체스터 시티(영국 프로축구팀)도 좋아해요 ”

축구와 운동을 좋아하는 만큼 학교 체육에 대해 아쉬움도 크다. 가장 아쉬운 점은 체육대회에서 성별에 따라 출전할 수 있는 종목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옥천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 체육대회에서는 축구는 남학생들만 하고 여학생들은 발야구, 피구를 한다. 학생들의 실제 요구를 반영하지 않고 성별에 따라 종목을 나눈 것이다. 성별과 관계없이 하고 싶은 운동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게 김지원 학생의 생각이다. 지난해 열린 학교 체육 대회에서 축구 경기에 남자선수만 출전할 수 있었지만, 김지원 학생은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여자 친구들이 축구를 하고 싶을 수 있고 남자 친구들도 피구를 하고 싶을 수 있잖아요. 왜 체육대회 때 성별에 따라 출전할 수 있는 종목도 정해놓았는지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성별로 가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성별로 종목을 정해놓으면 원하는 걸 할 수 없게 만드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축구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저는 건의를 했고 출전을 한 거죠”

 

■성적 위주의 체육보다 ‘즐기는 체육’ 필요

옥천여자중학교에 다니던 중 김지원 학생은 축구 심판 자격증을 취득하며 새로운 도전에 성공했다. 축구팬이나 선수가 아닌 심판으로서 경기장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론을 공부하고 체력검정을 받는 등 테스트를 거쳐 5급 심판 자격증을 취득했다. 5급 심판 자격증을 취득하면 생활체육 주심·부심을 할 수 있다. 초등학생 8대8대회에도 부심을 맡을 수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옥천에서 열린 초등학교 대회에서 첫 심판 데뷔전을 치렀는데 당시 긴장이 엄청났다고 기억했다. 최근에는 한마음리그에서 부심을 맡고 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 없이 경기가 잘 마무리됐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심판을 했는데 실수하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엄청나게 떨었어요. 경기가 전·후반 20분씩 진행됐는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부심을 볼 때 최종 수비라인 따라서 왔다 갔다 뛰어다니며 오프사이드도 봐야 하고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가는지도 봐야 하고 반칙 여부도 봐야 하니까 쉽지는 않아요. 그래도. 재밌어요. 심판 자격증이 제 생에 척 자격증이라 의미도 있어요.”

즐거운 운동, 즐기는 운동을 중시하는 김지원 학생은 심판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체육 교사라는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체육에 관심도 많고 학생들과 함께 몸으로 어울리며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고 싶기 때문이란다. 체육교육과로 진학하기 위해 공부에도 힘을 쏟고 있는 상황. 김지원 학생은 모든 학생이 체육을,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길 바랐다.

“체육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당장 성적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축구선수를 했을 때 학교 공부는 아예 못했었거든요. 수학이나 세계지리를 특히 즐겁게 공부하고 있어요. 저는 체육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체육시간에 평가를 점수로 하는데 저는 이게 잘못됐다고 봐요. 점수로 평가를 하니까 오히려 즐기지 못하게 만드는가 싶기도 해요. 체육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봐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체육교사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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