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사이' 유해정 활동가
사회적약자 구술 기록 주제로 강연 펼쳐

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사이' 유해정 활동가가 사회적약자 구술 기록을 주제로 29일 오후 4시 옥천신문사 2층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옥천신문 인문학 강연 2번째 시간이다.

세월호 참사, 제주 4·3 항쟁, 형제복지원 등 사회 곳곳에서는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곧 잘 배제된다. '권력'이라는 자원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역사 속에서 배제된 사람,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는 기록 활동은 중요하다.  

"피해자는 사건을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다. 우리는 이같은 사람의 증언으로 당시 무슨일이 발생했는지 알 수 있고, 이는 곧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책임을 일깨워 준다. 구술은 가장 손쉽고 보편적인 증언 수단인 것이다."

하지만 국가폭력의 희생자, 사회적 약자를 기록하는 언론의 방식은 대개 '사실'에만 매몰된다. 피해자들이 사건을 이해하는 관점이나 어떻게 표현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적다. 

"팩트 체크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사건을 어떻게 경험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이 사건을 어떤 관점과 제도로 옭아 매고 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같은 사회적 묻기가 인터뷰어의 일방적인 권력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정상가족, 이성애자 등 주류화된 통념에서 벗어나 기록해야 하고, 피해자의 증언과 서사에서 어떤 사회적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 늘 고민해야 한다. 

"납작하고 전형적인 서사들, 이를테면 불쌍한 피해자로 만들거나 어떤 사건의 투사로 그리는 일들은 쉽다. 하지만 기록은 피해자들이 말한 것과 말하지 못한 것에서 맥락을 찾아오고 그의 말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찾아내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 구조에서 어떤 부분에 균열이 생기고, 문제가 발생했는지 말해야 한다."

기록은 피해자들에게 또다른 자원이 돼야 한다. 일시적으로 전시되고, 대상화되는 객체로 남아서는 안된다.

"인터뷰는 사건의 연장으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누군가에 지지받고 힘이 되는 시간이 될수도 있고, 또다른 사회적 배신을 받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어떻게 묻고 말하고, 들을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사회적 말하기를 기록한다는 것은 그렇기에 삶의 연대이며, 사회적 치유를 북돋고 공동체를 발명하는 과정이다."

한편 7월20일에는 노동인권활동가 이수정 노무사가 ‘청소년과 노동인권’을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이후 △n번방 사건과 한국사회(여성주의 활동가 권김현영 작가) △종교와 인권(강사 미정) △언론개혁과 지역신문(저널리즘 전문가 정준희 교수) 순서로 강연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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