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국민신탁에 요청 인삼밭 임대해 친환경논으로 탈바꿈
박효서 전 이장 안터 오리 지킴이로, ‘오리 보러 놀러오세요’

16일 오후 동이면 석탄리 안터에서 오리농법을 실험 중이던 박효서 전 이장이 사료를 나눠주고 있다.
16일 오후 동이면 석탄리 안터에서 오리농법을 실험 중이던 박효서 전 이장이 사료를 나눠주고 있다.

인삼밭에 뿌려지는 농약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반딧불이가 사는 청정마을인데, 그런 테마로 권역 건물도 번듯하게 지었는데 바로 코 앞에 인삼밭이라니 내내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이미 동이면 석탄리 안터는 자연환경국민신탁이 2019년 1월 반딧불이 서식지 1천800㎡를 매입하면서 모든 생명의 땅이 되는 첫 걸음에 들어섰다. 

그 기조를 이어가고자 박효서 전 이장은 인삼밭 700여 평 임대를 자연환경국민신탁에 제안했고, 국민신탁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것. 

인삼밭은 이제 물을 그득 담아놓은 친환경 논이 되었다. 모만 있는게 아니라 제초작업을 하는 친구들도 생겼다. 박효서 전 이장이 친환경농업의 상징으로 홍성 서부면 남당리에서부터 전라북도를 오리를 거쳐 모셔왔던 것이다. 어찌나 애지중지 모셔온 건지, 현동에서 기술자 한명을 불러 오리 막사도 만들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행여나 오리농부들이 다치면 어떡하나 낯선 옥천에 잘 적응할 수 있을런지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오리농부를 스카웃 해온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첫째날 하룻밤을 온전히 못 새고 한마리는 황조롱이의 먹이가 되었다. 그나마 다른 오리들이 무사한 것이 위안이다. 1마리가 빠진 49마리의 오리는 논가를 유유히 거닐면서 해충과 잡초 제거에 열일이었다. 벌레로 부족한 식사는 사료로 보충해주고, 야간에는 혹시 야생동물한테 습격을 당할라 막사에 다 넣어주고 새벽에 또 문을 열어주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실상 오리농법은 조류독감 등의 문제로 많이 대중화되지는 못했지만, 친환경농업의 상징처럼 알려져 왔다. 

박효서 전 이장이 19일 옥천에서 유일하게 행해지고 있는 오리농법 논을 공개했다. 오리가 투입된 날 그는 잠을 제대로 못 이뤘다. 새벽에도 나와보고 오리새끼들이 잘 있나하고 마음이 많이 쓰인 것. 부득이하게 이젠 새벽별을 매일 보게 생겼다. 

■ “오리들 일 잘한답니다”

‘밥 먹었으니까 이제 일하러 가. 내려가.’

700평 남짓한 논바닥에 태어난 지 한 달밖에 안 된 오리 50여 마리가 헤엄치듯 구석구석을 누빈다. 옥천으로 이사 온 오리들은 그늘진 철창 집에서 잠시 쉬다가 주인이 닭 사료를 주자 득달같이 모여들었다. 배를 채우고 다시 일하러 힘차게 그늘 밖으로 향한다. 모 포기 사이사이를 분주하게 휘저으며 풀을 빠댄다. 오리의 자연적인 습성을 활용한 ‘오리농법’이다.

“오리들이 사람도 안 무서워하고 훈련 잘 됐죠? 여기 보면 모 포기 잎에 하얗게 뭐 있잖아요. 벌레들이 긁어먹은 건데 오리들이 벌레들을 다 따먹어요.”

5일째 논을 지키고 있는 박효서 전 이장은 오리농법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한다. 오리가 빠져나가지 않게 논두렁에 울타리를 쳐놓았지만 망의 허술한 곳을 찾아 빠져나간다는 것.

오리농법은 논에 오리를 풀어서 잡초를 제거하고, 오리 배설물을 비료로 써서 벼를 재배하는 방식이다. 자연스레 농약은 쓰지 않고 화학비료 사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른 가축에 비해 오리는 질병이나 전염성에 강하고, 잡식성이라 모 포기에 기생하는 벌레나 물가의 잡초 등을 먹으면서 배설물은 유기질 비료로 유용하게 쓰인다.

야간에는 철창에 가둬놨다가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오리들이 활보하게 철창문을 열어주는 게 농사의 시작이다. 

아쉽게도 오리들과의 인연은 올해가 지나면 끝난다. 조류독감이 발생할 염려 때문에 이 중 5마리 정도만 양계장에 맡겨놓고 새끼를 키울 계획이다. 

박효서 전 이장은 “비영리 법인인 국민신탁에서도 자연 환경을 보존하고 관리한다는 취지와 부합하기 때문에 지원해주는 것”이라며 “(유기농법이) 아이들한테 체험 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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