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취미인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군북면 소정리에 정착하다
옥천의 매력에 듬뿍 빠지다. 옥천 곳곳의 아름다운 풍광 사진 절창

나름 ‘전원’에 대한 로망이 있는 거다. 복잡다단한 삶일수록 여유가 없은 삶일수록 더욱 그렇다. 좁은 마당이라도 쫙 깔린 잔디밭과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호숫가 옆에 살고 있는, 고양이를 위한 캣타워도 만들고 먹이도 주는 로망은 누구나가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네모난 화면에 갇혀 있는 삶은 자연으로 제 충전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절실하게 대청호의 자연풍광이 확 와 닿았는 지도 모른다. 그는 옥천과 아무런 연이 없었다. 인천 학익동에서 나고 자라 인천기계공고 기계과를 졸업했다. 삼성 고졸 공채로 들어가 잘 풀리는 듯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대기업 명성이라도 적성에 맞지 않은 사무직을 오래할 자신이 없었다. 수원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쪽으로 진로를 팠다. 일을 하다보니 대전 갈마동에 정착했고 여러 회사를 거쳐 이제는 프리랜서로 자리잡았다. 도소매업체 고객관리 운영프로그램이나 병원 전산프로그램을 짜주고 계속 관리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일은 훨씬 수월해졌다. 고장이 나면 바로 사후 서비스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멀리 여행은 가지 못하지만, 잠깐 주변을 둘러볼 여유 정도는 생긴 것이다. 사진을 취미로 갖기 시작했다. 똑같이 네모난 화면이지만, 컴퓨터 화면보다 작은 카메라 뷰파인더는 광활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수 있었다.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은 화면을 사진으로나마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지고 있던 능력치만큼 욕심도 커져갔다. 육안을 넘어서 하늘 위에서 멀리 조망하고 싶었다. 드론이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전 그는 기계와 전자, 프로그래밍에 대한 능력치 삼박자를 모두 갖고 있어서 직접 대형 드론을 만들었다. 거기다 니콘 카메라를 장착하고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을 찍기 시작했다. 당시 대전에서도 가깝고 멋진 숨어있는 풍경들이 많은 옥천을 발견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대청호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군북면 소정리로 나들이를 특히 많이 했다. 자주 가다보니 정이 들었고 농사짓는 농민 사진을 찍으면 크게 뽑아 액자로 선물하는 등 나름 돈독한 정을 쌓았다. 문득 이렇게 출사를 다니는 것보다 이런 곳이라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도 이장을 맡고 있었던 남제현 이장에게 빈 집을 물었다. 대지를 사서 전원주택을 지을 만큼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빈 집을 찾았다. 

 

■ 소태골로 이사온 지 7년차 평화를 찾다
“처음엔 문막골의 빈집을 소개해줬는데 거기는 별로였고 다음으로 소개시켜 준 집이 소태골의 지금 집이에요. 딱 시골집 분위기 나는데 내 마음에 쏘옥 들어왔어요. 리모델링 비로 적잖이 들었지만, 만족스러웠어요. 예전에는 황태구이전문점 소정이 바로 위에 있어 늘 자동차가 꽉 들어찼는데 지금은 금강유역환경청에 팔고 구읍으로 이사를 가서 그렇게 많이 오던 자동차들도 딱 끊겼어요. 정말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정적이 감돌죠. 도시에 살아보면 각종 소음에 노출이 되서 시끄러운채로 살아가는데 여기는 정적, 오롯이 자연이 내는 소리만 들려요. 이것이 평화가 아닌가 싶어요.”
박경용(55) 프리랜서 컴퓨터 프로그래머, 그를 알게 된 건 ‘우연히’였다. 옥천 구읍 중심으로 문화재 야행을 준비하던 충북문화재연구원 측에서 옥천신문을 방문했다가 뜻밖의 이름을 꺼냈다. 왠만하면 30여 년 동안 축적해 놓은 옥천신문 아카이브에 걸릴만도 한데 그의 이름은 생소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멋진 옥천 풍경 사진을 잘 올리는 사진작가라고 했다. 그들도 전화번호를 몰랐다. 한번 알아봐주겠다고 하고 직접 소정리 이장을 찾아가 물었고 집 위치를 알고 찾았다. 그 날 인터뷰 약속과 전화번호를 받고 다시 찾은 것이다. 차 한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 모퉁이 양지바른 곳에 집이 있었다. 대청호 풍광이 너무 좋아, 옥천의 숨겨진 아름다운 속살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아예 옥천에 정착을 한 사람, 박경용씨였다. 그는 능력자였다. 
 이미 향수사진공모전에서도 동상을 받은 적이 있고 여러 사진대회의 출품경력으로 대전사진작가협회에도 가입되어 있는 사진작가였다. 2013년 그는 가족들과 함께 홀연히 옥천으로 이사를 왔다. 벌써 7년째이다. 
각 읍면을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군북면 소정리에서 본 대청호 풍경은 정말 밥 먹듯이 찍었고 동이면 석탄리 안터, 이원면 백지리, 청성면 산계리 상춘정, 군북면 추소리 부소담악, 안남면 연주리 등주봉, 안내면 장계리 장계관광지, 청산면 보청천 등 옥천 전역의 아름다운 풍광을 채집하고 있었다. 
숲이 우거져 길이 나 있지 않아 사람이 걸어서 육안으로 볼수 없는 내밀한 풍경들을 드론으로 높이 올려 찍었다. 숨겨진 옥천의 속살을 드러낸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나름 유명한 풍경사진 작가로 알려져 있었다. 

 

 

■ 꿈꾸던 로망이 이뤄지다
그의 로망은 이뤄졌다. 넓진 않지만 집 앞에 잔디가 주단처럼 깔려 있었고 한쪽 귀퉁이에는 주차장을 마련했다. 자주 찾아오는 길고양이 3-4마리에게 정을 주면서 집 고양이로 만들었다. 마당에 설치한 캣타워를 제집 삼아 자주 드나느는 고양이들한테 이름을 붙여주었다. 점이 하나씩 박혀 있다고 해서 쩜냥이, 새끼는 쩜투, 쩜쓰리가 가족이고 중간에 노란고양이가 한마리 들어왔는데 딸이 고등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냥 보고 있으면 평화로움이란 단어가 연상되었다. 도로에도 멀찍이 떨어져 있어 자동차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가 안으로 초대하더니 거실에 설치된 65인치 텔레비전으로 그가 찍은 사진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옥천의 사계가 화면에 흘러내린다. 2초 남짓 있다가 바뀌는 화면에 시선을 빼앗기다 보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배경음악이 깔린 것도 아닌데 화면에서 그냥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화면만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사진은 끝간데 없이 계속 나온다. 그는 이제 옥천 사람이 됐다. 자유롭게 카메라를 들고 옥천을 찍으러 다닌다. 어디가 사진이 잘 나오는 뷰 포인트인줄을 정확히 알고 있다. 드론을 10미터만 높이 떠올려도 자유자재로 찍고 싶은 화각을 만들 수 있다. 그는 겨울이 은근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여름에는 다 녹색이라서 푸르름에 가려져 있지만, 겨울에는 하얀 소복한 눈이 쌓이면서 제각각 모양의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거든요. 겨울사진이 앙상한 것 같으면서도 사색에 잠기게 하죠.”
 그의 사진작품은 조만간 충북문화재연구원에서 선보이는 구읍 야행전시회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그는 말한다. 옥천은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옥천은 유명한 관광지가 없다 뿐이지. 풍광은 전국 최고일 겁니다. 오히려 개발이 안 되어 보존된 자연 풍광들이 그 자체로의 매력을 뿜뿜뿜 뿜어내고 있으니까요. 발품을 팔면 아름다운 옥천이 보입니다. 이슬봉에 올라 본 옥천은 정말 감탄할 지경이에요. 멀리 다니지 않고 옥천만 둘러보아도 눈 호강합니다.”
토박이보다 옥천을 속깊이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다른 지역도 많이 다니지만 옥천만한 곳이 없다고 고백했다. 그의 사진을 천천히 감상해보자. 정기적으로 옥천신문에도 기고하기로 했으니 인스타그램 찾기가 어렵거든 옥천신문을 보자. 익숙해서 모르는, 가지 않아서 잘 모르는 색다른 옥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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