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8년간 무사고 경력
‘우리 기사 아저씨 ‘우리 마을 아저씨’
우산분교 버스기사 김승태씨 인터뷰

동이초등학교 우산분교장 버스기사로 8년 동안 일한 김승태(57, 동이면 금암리)씨. 김승태씨가 일을 그만두게 됐다는 이야기에 학생들과 선생님이 직접 편지 꾸러미를 만들어 전달했다.

1일 저녁이었다. 동이초등학교 돌봄교실 일을 마치고 들어온 아내가 빙그레 웃으며 뜻밖의 선물을 내밀었다. ‘애들이 당신이랑 저한테 편지를 썼네요. 선생님이 전해줬어요.’ 장수를 낱낱이 세기도 어려운 두꺼운 편지 꾸러미였다.

‘안녕하세요, 기사님! 저 병준이예요. 제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계속 안전하게 버스를 태워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집에 도착할 때 마이츄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모니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유정현입니다. 유치원 5살 때부터 지금까지 안전한 등하교를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행복하세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2020년 5월29일 금요일 정현 올림(하트)’

동이초 우산분교 버스기사로 일했던 김승태씨와 돌봄교사로 학생들 버스 하차까지 함께 도왔던 아내 박신옥씨(또 다른 이름은 하모니 선생님. ‘하모니’는 ‘할머니’를 정답게 바꾼 말이다)에게 학생들이 쓴 편지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김승태(57, 동이면 금암리)씨와 박신옥(57, 동이면 금암리)씨는 5월을 마지막으로 동이초 일을 그만뒀다. 2013년 아내 소개로 우연히 학교 버스기사 일을 시작해 무려 8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 해왔는데, 더 이상 학생들을 못 본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 않던 차였다. 편지를 보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지난달 9일 동이면 카페 밀에서 김승태씨를 만났다. 그는 조곤조곤 학생들과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편지를 보니 추억이 하나하나 떠올랐어요. 우산분교 학생들은 마음이 순하면서도 활달하고, 기운이 좋았어요. 한겨울 늦잠 자서 늦게 나오는 애들이 있으면 다 같이 버스 내려서 눈싸움했던 일이나, 버스에서 아이들한테 ‘애들아, 우리 소리 한 번 크게 질러볼까’ 하면 애들이 정말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웃음)” 

곤란했던 적도 많다. 지각은 예사요, 실수로 자리에 소변을 보거나 토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모두 그런 시기가 있고, 어른으로서 돌봐야 할 일이다.

“학교에서 저마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학교 가기 전에, 또 학교 마친 후에 학생들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이랄까요(웃음). 작은학교는 전교생이라고 해도 20명쯤 되잖아요. 학생 한 명 한 명 표정을 볼 수 있어요. 이 친구가 원래 굉장히 밝은 친구인데 ‘오늘따라 마음이 축 쳐졌구나,’ 금방 알 수 있어요. 그럼 버스 탈 때 더 크게 인사를 하는 거예요. 내리기 전에는 하이파이브를 하고요.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에요(웃음).”

그는 그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뜻밖의 선물을 받게 돼 고맙고 쑥스럽다. 

“일은 그만두고 마음이 허전할 때가 많아요. 그래도 여전히 마을 아저씨니까 만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집에 트램블린도 설치해놨거든요. 언제든 와서 잘 놀다갔으면 좋겠어요.“

작별인사를 하면서도, 작별인사가 아니다.

왼쪽부터 유정현 학생, 조윤희 분교장, 나원율 학생

■ ‘잠들면 집까지 업어다주신 우리 기사 선생님!’ 

편지에 미처 전하지 못한 감사 인사도 지면을 빌어 전한다.

“기사 선생님이 제가 유치원 때부터 운전해주셨는데요. 제가 집에 도착할 때쯤 맨날 맨날 잤어요. 오후 4시쯤 됐을 텐데... 기사 선생님이랑 도우미 선생님이 저를 깨우지 않고 항상 집까지 업어다주셨던 거 알고 있어요. 잊지 못할 거 같아요.” (유정현, 동이초 우산분교 5학년)

“선생님을 조르고 졸라서 하굣길에 버스랑 50미터 달리기 내기를 한 적이 있어요.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했는데... 제가 한 번 더 진 거 같아요(웃음). 정말 막무가내로 졸랐는데 같이 달려주셔서 감사해요. 언제나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나원율, 동이초 우산분교 5학년)

동이초 우산분교 조윤희 분교장도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부부인 두 분이 함께 일해주셨잖아요. 학교에서도 지역에서도 아버지 어머니 역할 부족한 부분 하나 없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편지는 당연한 거지요.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니까요. 담임 선생님뿐 아니라 교장 교감선생님, 행정실, 경비, 청소해주시는 선생님, 급식 선생님까지, 학생들이 매 순간 감사할 것을 발견하고 잘 배울 수 있기를 바라요. 감사한 것을 그대로 전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해요. 그런 의미에서 많이 가르쳐주신 두 분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학생들이 쓴 편지 중. '감사합니다 선생님!'
학생들이 쓴 편지 중. '감사합니다 선생님!'
학생들이 쓴 편지 중. '감사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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