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영의 들꽃세상
박신영 작가 (청성면 예곡리)

사람 사는 세상이든 식물이 사는 들판이든 무엇인가를 더 얻으려는 경쟁은 늘 존재해왔습니다. 인간은 돈과 명예를, 식물은 양분과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무한 경쟁에 듭니다. 

하지만 질경이는 풀숲이라는 무한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있는 풀입니다. 

사람이 다니는 열악한 환경인 길에서 자라 찢기고 밟혀 구멍이 숭숭 뚫려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씨를 퍼트리는 식물의 한 주기를 완주해냅니다.
질긴 잎맥과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유연한 꽃대는 오랜 세월 질경이가 획득한 나름의 필살기입니다.

이 필살기로 지나쳐 가는 수많은 상처를 감내해내기가 질경이가 들판에서 살아가는 방식인 것이지요.

그러나 그 수고스러움을 알기에 밟혀서 흙투성이가 된 질경이를 보며 '그래야 질경이지' 라고 차마 말하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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