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볼링장 위 탁구장, 라커와 샤워실, 연습실, 레슨실까지 마련하다
당구장 경력 18년, 헬스클럽 운영 8년 이상한 대표 옥천탁구장으로 승부수를 띄우다

농촌은 사실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이 많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돈을 쓰는 사람이 없어지고 각자 떠받들고 있던 생계들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면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지기 마련이다. 그 필요도에 따라 대체가능한 것부터 사라진다. 오롯이 불편함은 남는다. 그것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대도시가 인접한 농촌은 더욱이 그렇다. 버스 한번 타고 가면 금방인데 하고 자주 발걸음을 하고 나면 지역 경제는 침체되고  있던 서비스들이 사라지게 된다. 규모의 시장 자본에 밀리는 것이다. 만화방이 그렇듯 탁구장도 그렇게 사라졌다. 사실 탁구는 배드민턴이 그렇듯 돈을 내고 치기에는 다소 애매한 종목이다. 워낙 친숙하기도 하고, 공공체육시설에 왠만하면 탁구대 하나 정도는 놓여 있어 공짜로 칠 수 있는데 무언가 돈을 내고 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작동할 터 쉬이 내린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 체육센터에 탁구대 여럿 놓고 공공탁구장이 탁구동호회들 사이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어서 시장에서 탁구장은 더 이상 생기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가화현대아파트 상가 지하에서 탁구 강사 출신 목사님이 탁구레슨도 하고 있는 터라 옥천 탁구계는 그렇게 양분되어서 유지가 되나보다 했다. 일정 돈을 내고 치는 탁구장이 사라진 터라 다시 생길리는 없을 거라 예상을 했다. 원래 사라진 것은 다시 만들어지기 어렵다. 농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인구가 여전히 감소하고 있는 흐름이라 주변 여건에서 호재될만한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에서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었으니 바로 당구장 경력만 18년, 옥천헬스클럽 운영만 8년, 도합 26년의 체육시설 운영을 해본 이상한 대표가 옥천 탁구장 심폐소생술사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 선진지 견학도 다니고 나름의 노하우로 최신식 탁구장 만들어
그냥 내지는 않았다. 공부를 제법 많이 했다. 대전과 정읍, 서울 등지의 우수 탁구장 견학도 하고, 그동안 운영했던 노하우를 접목시켰다. 옥천중학교 바로 옆 2층 볼링장 위에 있는 3층 탁구장을 올라가보면 탁구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는 너덜너덜 포스터 등은 아예 붙이지 않았다. 정제된 색과 디자인으로 탁구에 대해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붉은색 레드카펫 위에 국제공인규격 파란 탁구대 밑에는 공 찾는 수고를 덜기 위해 붉은 커튼을 싹 둘렀다. 탁구대는 자그마치 총 13대, 레슨용 1대와 연습용 2대는 별도 공간에 배치되었다. 남녀 락커와 샤워실을 구비했고 작은 찜질방까지 설계했다. 가격도 저렴하게 하루종일 치더라도 5천원만 내도록 했다. 라면과 군것질 거리와 자판기, 음료, 아이스크림 등 신나게 즐기고 요기라도 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놓았다. 탁구만 치고 가는게 아니라 앉아서 쉬고 얘기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것. 아마 공공과 민간의 차이라기보다 관료와 민의 차이라면 여기서 판가름 날 것이다.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 보고 듣고 이용자의 편의성에 최대한 맞추려 한다는 것. 살아남기 위해 절실한 덕목이지만, 공공에서는 그냥 한번 설치하고 나서 실제로 관리가 잘 안된다. ‘모두의 것’이어야 하는데 ‘누구의 것’도 아닌게 되면서 공공시설도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 있는 것이다.

 

■ 옥천에 있는 것이 도시보다 낫다는 것 증명할 터
“옥천에 있는 것들은 대도시보다 아무래도 떨어질 것이다라는 편견이 은연중에 자리 잡아 있는 것 같아요. 대도시에 있는게 왠지 좀 세련되고 물건값도  저렴할 것 같다는 그런 선입견들이 아마 모두들 갖고 있을 거에요. 물론 다양하게 쇼핑할 수 있고 여러가지 고르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까 도시로 가는 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옥천 주민들도 최고의 환경에서 대전 못지 않게 탁구를 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런 말들 어쩌면 중요하다. 그가 말했듯 옥천에도 꽤 괜찮은 공간이 여럿 있다. 시골이라 은근 ‘무시모드’로 한 수 접고 들어가면서 보지만, 공설시장 2층의 럭키당구장도 포켓볼 공간이 별도로 있을 정도로 시설도 말끔하고 잘 해놓았다. 옥천의 이런 곳이 하나둘 생긴다면 명소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외지에서 오면 자랑하며 데리고 다닐 수 있는 곳이다. 카페도 식당도 이런 곳이 많아진다면 옥천은 작지만 나름 ‘힙’한 공간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옥천탁구장 개업 소식은 참 반갑다. 이미 한달도 훨씬 전에 문은 열었지만, 코로나19직격탄을 맞아 잘 해놓은 시설에 사람이 없었다. 그는 직접 다니면서 전단지를 붙이고 다녔다. 6월9일에는 나름 개업식을 기리는 상차림위에 시루떡과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문전성시를 기원하는 고사까지 드렸다.

■ 탁구장, 만남과 문화의 공간으로 변신하다
아시아 당구장, 보스당구장을 거쳐 옥천헬스클럽을 운영하다가 럭키당구장을 거치고 곱창1번지라는 식당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최종 만들어낸 것이 탁구장이다. 나름 시장조사도 하고 선진지 견학까지 다녀왔다. 이제 환갑이 바로 코앞에 남은 노년의 나이에 그나마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이 탁구장이었다. 그에겐 마지막 불꽃이었고 남아있는 모든 경험과 자산을 쏟아부으며 역작으로 만들고 싶은 탁구장이었을 것이다. 단순한 탁구만 치는 공간이 아니라 먹고 떠들면서 이야기나눌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공간을 꿈꾸었을 것이다. 
동이면 금암리가 고향으로 동이초(34회), 동이중(4회), 옥천공고(29회)를 나온 옥천 토박이 이상한 대표의 새로운 도전이 다시 시작됐다. 80년대말 서울 샷시공장에 올라가 구로공단 노동운동을 하면서 노조 건설에 앞장섰던 그 투쟁정신으로, 그는 옥천 탁구 붐 재건을 위해 다시  탁구장을 열었던 것이다. 레슨강사는 여전히 모집 중이고 동호회와 일반 주민들의 발길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정말 괜찮은 탁구장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일단 한번은 가보자. 두번 세번 갈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맡겨 보겠다.

문의)010-8827-7796
주소)옥천중학교 옆 옥천볼링장 위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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