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은밀한 매력

영화 <겟 아웃>

어느 날 크리스는 백인 여자 친구 로즈의 초청을 받아 도시 바깥에 있는 여자 친구의 집을 방문한다.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친절헸디. 게다가 흑인 집사에 가정부까지 함께 일한다. 별 의심이 없이 지내던 크리스는 조금씩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여자 친구의 어머니는 최면술사다. 어느 날 늦은 밤 거실에 나온 크리스에게 최면을 걸어 크리스의 어머니와 관련 된 트라우마를 지우자고 한다. 크리스는 바로 최면에 빠져들고 이후 크리스가 로즈 집안의 끔찍한 정체를 알아채고 탈출하려 하지만 로즈 어머니의 최면에 무너져버리고 결박 당한 채 지하실에 갇힌다. 이들 가족은 최면을 통해 흑인을 노예로 만드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었다. 18-19세기 흑인 노예 무역과 식민지를 건설했던 백인들의 탐욕이 공포 자체였기에 영화가 공포 스릴러 장르를 선택한 건 자연스러운 형식이었다. 
안타깝게도 이런 공포가 아직도 반복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공포스러운 현실이 현잰 진형형임에도 가끔씩 등장하는 인종차별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너무 느슨하고 안일하다. 영화 <그린북>은 자메이카 출신의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이탈리아 출신의 백인 운전사와 우정을 다룬 영화다. 인류애를 다루고 실화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탈만한 구색을 잘 갖춘 영화였다. 하지만 성급하게 영화로 만든 까닭에 돈 셜리 유가족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1990년도에 나온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그린 북>과는 달리 흑인 운전사와 백인 주인의 우정을 다룬 영화다. 까칠한 백인이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 우정에 이르는 과정은 두 영화의 공통점이다. 더구나 <그린 북>은 갑을의 관계 설정에도 굴하지 않는 백인 운전사의 인종차별 태도가 바뀐다는 설정이다. 계급과 과 상관없이 피부색은 갑을을 나누는 절대적 기준이었다. 

영화 <겟 아웃> 중<br>
영화 <겟 아웃> 중

 

 

공교롭게도 인종차별을 주제로 만든 백인 감독과 흑인 감독의 태도는 다르다. 백인 감독은 위에서 언급한 영화답게 따뜻하면서 아카데미 작품상의 후보가 되거나 작품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흑인 감독들의 영화는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인종차별의 DNA를 다룬다. 가장 대표적인 감독 스파이크 리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인종차별의 분노를 다루면서 각성하고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말콤X> 는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실존 인물 말콤X를, <버스를 타라>와 <똑바로 살아라>는 인종차별의 모순을 껴안고 있는 미국 사회의 풍경을 노골적으로 다뤘다. 영화 <겟 아웃>의 후반부도 피가 튀기는 난투극을 통해 거짓화해의 억지스러운 결말이 아니라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인종차별의 현실을 다룬다. 플로이드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벌어진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는 2009년 일어난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다시 발빠르게 ‘플로이드 사건’을 소재로 누군가 영화를 만들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노릴 지도 모른다.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미국에선 당신이 백인이라면 영화로 상상할 수 있는 현실이지만 유색인이라면 속수무책으로 마주할 수 있는 21세기의 야만적인 현실이다. 
최근 벌어진 대낮 총격살인과 조지 플로이드를 질식하게 만든 건 뿌리깊은 인종차별의 결과물이다.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을 묵인하게 만든 주범이다. 그리고 영화보다 더 공포스런운 현실이 벌어지는데도 불구하고 헐리우드는 제대로 된 현실을 다루지 않은 채 쇼맨십이 계속되고 있다. 화해와 평화를 위한 감동의 동어반복의 메커니즘만 작동되는 영화들은 불편하다. 인종차별의 견고한 프레임을 바꾸고 직면하게 하는 진짜 영화가 필요하다.

오아시스(가화리/상생시네마클럽 시네마큐레이터) piung8@hanmail.net

 

말콤X
영화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조지 폴로이드 사망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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