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 문학의 향연

흙탕물이 빠져나간 방 안은 진흙투성이 물의 얇은 결이 방바닥에 남아 있다 죽은 개가 마당에 버려져 있다 말뚝에 묶여, 물의 혀가 바닥을 핥은 자국, 소독차가 지나가고 밤마다 쥐떼들은 연기 속에서 뿜어져나오는 것 일까 미루나무가 자라는 장마 진 강가 홍수가 쓸고 간 강변에서 피리를 분다 부드러운 혓바닥에 더 부드러운 진흙을 물고 있는 개를 묻으며

줄 풀어진 개처럼 아이들이 뛰어나온다
머리에 하나씩 새집을 짓고
헝클어진 강변을 덮어가는,
무섭도록 풀이 무성한 구월의 오후
김성규, 너는 잘못 날아왔다, 『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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