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곳곳 돌아다니면서 발품 팔은 자연취재의 귀한 산물
사계절 출판, 5월15일 출간, 절찬리에 판매중

취재하여 글을 쓴다는 것은 중요하다. 이미지만 보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고 싶은 사실을 구체화시키는 작업이다. 자연을 취재한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가장 중요한 도구인 
'말'을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그런 우문을 청산면 예곡리에 사는 세밀화작가 박신영은 책으로 보여 준다. 최근에 나온 '풀밭에 숨은 보물찾기'의 맨 끄트머리 취재후기를 살펴보자. 쌍살벌 벌집 : 장미향이 좋아 얼굴을 가까이 대고 향기를 맡다 깜짝 놀랐어요. 벌집을 짓고 알을 키우는 쌍살벌이 장미 덤불속에 숨어 있었거든요. 하지만, 빗물을 피해 덤불 깊숙히 있어 잘 보이지 않아요. 방심하고 가까이 가다가는 쏘이게 되죠. 나방애벌레 : 토끼풀을 살펴보면서 취재를 하는데 조그만 나방애벌레가 저멀리서 힘겹게 기어 오고 있었어요. 송사리 : 물가에 취재를 나갔어요. 취재 장소의 선정 기준은 물이 발목까지 오는 얕은 냇가에 작은 물고기들이 있고 물살이 온화한 곳이었어요. 사진을 찍어야 했기에 통발을 설치해 작은 물고기를 잡아 양동이에 담아두었지요. 양동이 겉에 닿는 물결 진동에도 송사리들은 무서워했지요. 

그 취재의 무기는 말을 건네지는 못하지만, 세밀한 관찰이었다. 자연에 대한 존중과 관찰, 그리고 사진으로 찍어 놓고 있는 그대로를 정직하게 그리려 했다. 잃어버리고 지냈던 풀밭에 숨은 보물들은 생각보다 엄청 많다. 9장의 정성이 뚝뚝 묻어나는 세밀화에는 함께 찾을 수 있는 숨은그림 팁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마치 보물을 찾듯,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이 있듯이 휙휙 넘기지 않고 차분하게 오랫동안 들여다 봐야 찾을 수 있도록 꼭꼭 숨겨놓았다. 그리고 옆의 글을 따라 읽어가면 절로 그 공간과 시간으로 옮겨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가령 '봄이 왔어요. 햇살이 따듯해지면 겨우내 땅에 엎드려 있던 여린 풀들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요.' 그 다음이 중요하다. '개망초, 달맞이꽃, 꽃마리, 애기똥풀, 꽃다지가 사이좋게 앉아 있네요. 애기똥풀은 솜털이 가득해요. 꽃다지는 노란 봄꽃을 키우며 따뜻해진 봄볕에 방긋 웃는 것 같아요. 풀들 사이로 빈 달팽이 집이 보여요.' 이런 글은 상상에서 절대 나올 수 없다. 발품을 팔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세밀하게 관찰해야 얻을 수 있는 문장이다. 그래서 작가는 '취재'라는 말을 썼다. 그냥 보고 그린게 아니라 조금 더 자세히 오랫동안 들여다봐야 하는 일, 그런 땀내나는 노동의 가치가 이 그림들에서 느껴진다. 식물과 동물이 조화롭게 지내는 평화로운 너무나 자연스러운 세상을 그는 그림책에서 구현한다. 그리고 그 관찰의 노력 위에 이야기를 덧대 윤활유를 바른 것처럼 페이지를 술술 넘기게 만든다. 책 말미에는 숨겨놓았던 보물들이 정체를 드러낸다. 멀리 있는 보물이 아니다. 식물원이나 동물원에 가야 볼 수 있는 보물이 아니다. 늘 곁에 있지만 알아보지 못하는 보물들, 행복의 파랑새에 대해 일러준다. 솔이끼, 우산이끼, 히아신스, 수선화, 튤립 등 풀로 장남감을 만드는 방법도 부록으로 들어 있다. 토끼풀꽃 화환, 질경이 제기, 바랭이 우산, 돌콩 꼬투리, 그리고 풀숲에 숨어있는 동물, 곤충 친구들까지 잔뜩 소환한다. 이 책의 미덕은 바로 들녘 논둑 밭둑에 가면 쉬이 만날 수 있는 우리의 보물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입장료도 필요없고 멀리갈 필요도 없다. 시간과 여유가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세심한 관찰까지. 옥천신문과 월간옥이네에 풀꽃세상과 생태일기를 연재하는 박신영 작가의 책이다. 박신영 작가는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했고 '무슨풀이야?', '무슨꽃이야?', '무슨나무야?' 등의 책을 보리출판사에서 출간했으며,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풀도감', '웅진세밀화 식물도감', 봄, 여름, 가을, 겨울 풀꽃과 놀아요'(사계절)의 책을 펴냈다. 국립수목원에서 산림청 권장수종, 희귀특산식물 세밀화작업에도 참여했고, 이니스프리 광고와 아모레퍼시픽 려 영라인 세밀화작업, 마데카솔 TV광고에 참여하기도 했다. 

강력추천한다. 사계절 출판, 5월15일 출간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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