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역 인근 개업한 선우식당, 소머리곰탕 맛집으로 등극하나
무용수가 꿈이었던 이민나씨, 음식에 일가견있는 이모와 함께 창업
음식 정갈하기로 정평, 입소문 조금씩 나며 숨은 맛집으로

무용을 했다. 나름 촉망받는 무용선수였지만, 예체능은 성공하기까지 많은 돈이 수반됐다. 집에서는 감당할 수 없었고 본인도 사정을 알기에 무용을 대학 전공까지 마치고 그만두었다. 그 뒤로도 참 여러가지를 했던 것 같다. 공연 무대에서 조명일도 해봤고, 패밀리레스토랑 매니저 일도, 그리고 실내 조경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는 사이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가정 주부가 되는 순간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되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기 시작할 무렵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다. 무얼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이모께서 ‘특별한’ 제안을 했던 것. 이모 건물에 있던 족발집이 나가서 비어 있었는데 거기서 소머리곰탕 장사를 한번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모든 비법을 전수해주겠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이모는 이미 매일 건설노동자 100여 명의 삼시세끼를 해 먹였던 베테랑 요리사 아니던가. 경부고속전철 건설 당시 이원 역 주변에 모여든 건설 노동자들은 아예 이모네 집에서 백반을 대놓고 먹었다. 백반이란 것이 잘못하면 금방 질리기 마련인데 늘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맛깔나는 밥과 반찬을 대접헤 인기가 높았다. 그 사람들 전속 식당이라 다른 사람 받을 여력도 자리도 없었다. 매일 100여 명의 삼시세끼를 해준 실력이라면 충분히 믿을만했다. 메뉴도 원기회복에 좋다는 소머리곰탕을 메인 메뉴로 하고, 선지국밥과 소머리수육으로 간촐하면서 ‘임팩트’ 있게 하자고 제안을 하셨다. 

 

■ 이모 문권숙씨의 도움을 받아 선우식당을 열다
이원면 신흥리 토박이 이모(문권숙, 63)의 제안이기에 적극적으로 따랐다. 동이면 우산리에 살던 엄마 문남숙씨도 같이 돕기로 해 천군만마를 얻은 듯 했다. 이원면민들의 착한 벗이 되겠다는 마음에 정한 이름 선우식당, 이원역 인근에는 바로 24시간 팔팔끓인 가마솥에 고아낸 진한 소머리육수와 머릿고기가 듬뿍 담긴 소머리 곰탕의 맛집 선우식당이 있다. 면 소재지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져 있다보니 개업한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이미 4월23일 개업을 했고 알음알음 찾아온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서 조금씩 몰려들고 있다. 그 곳의 주인장은 궁금하셨겠지만, 38살 새댁 이민나씨다. 부산과 대전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민나씨는 이원면은 늘 그리웠던 외갓집이었다. 삶에 힘을 주는 늘 포근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작은 이모부가 식당 리모델링을 도와줬고 음식도 정갈하지만, 식당 내부도 깔끔하게 차려놓았다. 군서면 월전리 맥우에서 매일 공수하며 핏물을 쫙 빼고 반지르르르한 커다란 가마솥에 24시간 넣고 끓이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소머릿고기도 기계로 자르지 않고 손으로 듬뿍듬뿍 넣어주니 풍성하다. 말간 육수가 아니라 진한 육수 위에 당면과 함께 어우러져 둥둥 떠다니는 고기는 포만감을 주며 한 그릇 뚝딱하면 금방 원기회복이 될 것 같이 몸에 힘을 넣어준다. 이민나씨는 단호(?)하게 말한다. 이제 초복, 중복, 말복에는 삼계탕 대신에 소머리곰탕을 드셔야 한다고. 갈수록 기력이 쇠해지는 노인들에게 이만한 원기회복음식도 없다고 말이다. 8천원짜리 소머리 곰탕이 고급음식이라면, 6천원짜리 선지국밥은 조금 더 대중적인 음식이다. 그렇다고 쉬이 만들지 않는다. 선지 특성상 늘 신선해야 한다. 그 날 그날 바로 공급해 신선한 선지로 갖은 양념과 채소를 넣어 보기만해도 군침이 도는 선지국밥을 만든다. 소머리곰탕이 깊은 맛을 낸다면 선지국밥은 매콤하면서도 입안에 오랫동안 잔향이 감도는 게 나름 특유의 맛이 있다. 그래서 선지국밥을 찾는 이들이 많다. 

 

■ 이원 맛집 등극할 젊은 사장의 포부
지금은 동이면 우산리 친정에 산다. 대전에 살던 때와 공기도 자연환경도 사람도 다르다.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든다. 아이들도 자연 환경에서 자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두 아이 읍내에 있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하면 1시간 족히 걸린다. 그 사이에 어머니와 이모가 자매 콤비로 점심 식사 준비를 싹 해주니 일이 훨씬 수월하다. 그래도 내가 대표로 있는 내 식당이고 내 일이다. 빨리 전수 받아서 이원 아니 옥천 맛집으로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이 꿈이다. 
다행히 요리실력은 조금 있었다. 이모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그래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 일단 점심만 했는데 저녁장사도 곧 시작할 것이고 여름 툭선 메뉴로 콩국수와 열무국수 중에 택해 출시할 예정이다. 
일단 음식이 참 정갈하다. 반찬 하나 허투루 담아내는 게 없다. 간장 종지에 와사비 묻히는 것도 그릇에 담긴 깍두기와 김치도 보기에 좋다. 직접 만든 고추장은 또 어떤가. 반찬과 밥 소머리 곰탕이 한 세트다. 잘 차려준 밥상을 먹는 것이야 말로 행복이다. 
“저희 외할머니가 99살인데 정정하셔요. 얼마 전에 옥천신문에 생애사 인터뷰에서 멋지게 나오기도 했는데. 우리 식당도 신문에 나오네요. 정말 정성스럽게 만들었어요. 우러나온 진국이 일반 소머리곰탕과는 달라요. 머릿고기는 얼마나 풍성한데요. 한번 먹어보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이원에 소머리곰탕과 선지국밥 드시러 오셔요. 거하게 드시려면 소머리 수육도 가지런하게 준비해드립니다.”
얼굴에 땀이 범벅인 주인장의 말을 듣고 있자니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옆에 선지국밥을 드시러 온 손님이 한마디 한다. “여기 신문에 알려지면 안 돼는데 북적거리면 우리 편하게 밥 못 먹는 거 아녀?” 이미 맛본 그들은 말하고 있었다. 
정성과 노력의 산물인 소머리곰탕과 선지국밥의 맛이 끝내준다고.

 

문의)043-733-4730
주소)이원역길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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