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며시 내민 책 한 권] 무엇이 인간적인 것인가?
이덕래 (금산 간디학교 교사 )

오늘 소개할 책은 2018년 말에 출판된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작품집이라네. 한낙원이라는 분은 해방 이후 최초의 과학소설(SF)을 썼어. 주로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셨다고 해. 사실 나도 잘 모르는 분이야. 1960년대 및 1970년대에 <금성 탐험대>, <우주 항로>, <별들 최후의 날> 등 과학소설을 창작하셨다고 하니까 나보다 연배가 있는 분들은 알지도 몰라. 매년 그의 이름을 따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소설상을 공모하고 있어. 나도 몇 번 응모했다네.

수상자인 문이소 작가의 '마지막 히치하이커'는 설정이 기가 막혀. 휴머노이드가 걷기 여행을 하는 설정은 정말 절묘하거든. 현실에게 가능할 것 같지는 않지만, 최첨단인 휴머노이드 로봇과 걷기 여행이라는 아날로그적이면서 인간적인 것을 접목하는 순간 이미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극명하게 드러나. 과연 인간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친구와 여행하는 설정에 휴머노이드를 살짝 끼워 넣으면서 기발한 상상은 완성돼. 사건은 좀 밋밋하지만, 워낙 설정이 탁월하다 보니 단점처럼 보이지 않고. 청소년 눈높이에도 잘 맞기에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어 보여.

남지원 작가의 '로봇과 함께 춤을'도 설정이 기발해. 실직으로 괴로워하던 아빠가 청년 시절의 특기를 살려 로봇들에게 '로보트춤'을 가르친다는 설정이야. 이건 뭔가 말장난에서 시작된 소설일 가능성이 높아 보여. 로보트춤은 로봇이 아닌 사람이 추잖아. 정작 로봇은 로보트춤을 추지 못하는 거지. 그러니 로봇들이 춤의 대가에게 배울 수밖에. 뭐 이러다가 소설이 착상되었을 것 같아. 좋은 소재로도 이야기에서 필요한 극적인 사건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아. 그게 늘 고심거리야. 

은이결 작가의 '절대 정의 레이디 저스티스'도 수작이야. 판사 로봇은 요즘 같은 세상에서 정말 도입하고 싶은 로봇이야. 로봇이라면 이권이나 연줄과 상관없이 정확한 판결을 내려줄 것 같은 기대가 있잖아? 이 소설의 주제도 무엇이 인간적인지 묻고 있어. 이 소설이 수상작이었어도 좋았을 것 같아. 그러나 청소년들에게는 좀 어려울 수 있어. 그게 마이너스였을 것 같고 초반 도입이 좀 지루하다는 게 단점처럼 보여. 설명이 많은 느낌이랄까. 소재도 특이하고 메시지도 묵직해서 참 좋았어.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사람들의 독서량이 늘어나는 것 같아. 부모들도 게임과 유튜브에 빠진 자녀들에게 책을 권하고 싶을 거고. 전국의 학교 사서들도 예산을 써야겠지? 그러나 청소년용 책이라는 게 애매하거든. 청소년은 아이와 어른의 중간인데, 발달이 빠른 애가 있고 느린 애가 있거든. 어떤 아이는 책을 많이 읽고 어떤 아이는 거의 읽지 않지. 그래서 청소년용 책이라는 게 모호하지. 그런데 사계절출판사는 청소년의 이런 어중간한 상태를 평균적으로 잘 고려해서 책을 내는 것 같아. 부모가 사서 권해도 좋고 애들이 사서 읽기도 좋은 그런. 물론 나 같은 아저씨가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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