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엽 원장의 술이야기(33)
김기엽 (군북면 국원리, 향수을전통주연구원장)

작년 무더위 속에서 시작한 전통주이야기는 누룩으로 마무리함이 그 무게에 있어 어울릴 듯하다. 전통주는 쌀과 물 그리고 누룩의 조화로운 비율과 발효 및 숙성을 거쳐 만들어지는 슬로우 푸드의 대표주자임은 부정할 수 없다. 아무리 비싼 와인이나 맛 좋은 맥주라 하여도 전통주 처럼 밑술과 덧술 반복하며 빚지는 않는다. 물론 술을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고 여러 과정을 거쳐 완성되겠지만 단양주(單釀酒)라 하는 막걸리와 같이 별도의 밑술을 만들지 않고 많게는 열두번까지 더해지는 덧술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덧술이 가능한 이유는 누룩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덧술은 술의 양과 알코올의 도수를 높이고, 맛과 향의 깊이를 올려 술의 가치를 높이는데 목적이 있으며 조선시대 왕이 마시던 술을 십이양주로 만드는 것도 극상의 정성과 최고의 맛을 위함이였다. 동의보감 속 누룩에 대한 글을 보면 누룩은 성질이 몹시 따뜻하고 맛이 달며 위를 조화시키고 음식이 소화되게 하여 이질을 멈추게 한다. 밀로 만든 누룩은 민물고기를 먹고 생긴 탈을 낫게 한다. 누룩은 음력 6월에 만든 것이 좋은데 오랫동안 묵은 것은 약으로 쓴다는 글이 나온다. 증보산림경제 <조선 숙종 때 실학자 유암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이 농업과 일상생활에 관한 사항을 기술한 『산림경제』를 1766년(영조 42년)에 의관 출신인 유중림(柳重臨, 1705~1771)이 『산림경제』를 증보하여 엮은 책이다> 에는 무릇 술 맛의 좋고 나쁨은 오로지 누룩을 잘 만드는가에 달려있으며 누룩은 해 뜨기 전에 반죽하고 단단하게 디디고 그날의 일손을 헤아려 반죽해야 좋은 누룩을 만든다 하였고 초복이 지난 뒤가 가장 좋은 시기이며 중복 후 말복 전이 그 다음으로 좋다 하였다. 띄우기는 꼭 싼 후 바람이 통하는 서늘한 곳에 걸어 두며 10월에 거두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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