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래 (금산 간디학교 교사)

학창 시절에 배운 교과목은 실용적인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수업 방식, 평가, 경쟁 위주 방식에 관한 아쉬움은 많지만, 요즘 교과서를 보면 훌륭하다. 예전처럼 무조건 외우는 방식이 아니라, 맥락과 이유를 인과관계에 맞게 잘 설명하고 있고 과목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코로나 시국은 과학과 관련이 크다. 바이러스와 세균의 차이 같은 걸 알아두면 참 유용하다(이런 내용은 고등과학에서 다루고 있다). 다른 누구보다 과학자나 의사의 말을 믿는 게 낫고, 그러려면 개개인이 어느 정도는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훈련하는 게 좋다. 나는 '학교에서 배운 거 다 쓸데없더라'면서 너스레떠는 사람들을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출퇴근 운전을 할 때 잠시나마 EBS 라디오를 듣는데, 이 책을 소개했다. 들어보니 꼭 읽고 싶어서 바로 샀다. 나는 평소 과학 교양서를 종종 읽는다. 아들과 함께 보면 좋아할 것 같다는 느낌도 살짝 들었다. 과연 좋아할지는 의문이지만, 들이밀만 하다고 봤다. 곤충을 좋아하기는 하니까. 같은 작가가 쓴 공룡 그래픽노블도 샀으니까 퉁쳐볼까 한다.

핵전쟁이 일어나 인류가 멸종해도 바퀴벌레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질긴 생명력을 곤충은 가지고 있다. 여름마다 성가신 모기, 끊임없이 신경을 긁는 파리, 한없이 연약하기만 할 것 같은데 종류와 숫자가 참 많은 나비, 나뭇잎 사이에 도사리고 있어서 흠칫 놀라게 만드는 사마귀, 건물 벽이나 천장에서 위용을 뽐내는 거미, 매끈하고 잘생겨서 늘 감탄하게 만드는 사슴벌레, 너무 흔해서 감흥이 별로 없는 개미, 최근 개체수가 많이 줄어 환경 문제로 대두된 꿀벌 등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새는 앞다리를 희생해서 날개를 만들었지만, 육지로 가장 먼저 진출한 곤충은 날개가 등에서 (갑자기) 솟아났다. 따라서 작가는 곤충이 조물주의 사랑과 혜택을 가장 크게 받았다고 말한다. 등에서 날개가 솟는 것은 천사나 가능한 일이니까. 곤충은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굉장히 민첩하게 진화해 왔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각기 독특한 형태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보면 가장 번성한 종족은 곤충이다. 그런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내가 과학자는 아니지만,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책을 보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세상을 좀 더 이해하고 싶은 것 같다. 그 방식 중 하나는 과학 교양을 넓히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 세상의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데 과학이 꽤 유용한 도구이다. 알았던 것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새로 밝혀진 걸 업데이트 해주고 잊었던 것을 상기하게 한다. 

저자가 곤충을 의인화하는 방식이 꽤 신선한데, 이게 요즘 아이들에게는 통하는 방법일 것이다. 작가의 센스를 믿으며 아들에게 건넸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곤충 덕후였고, 만화가도 되고 싶어했다. 결국 두 가지 관심과 재능을 잘 살려서 이런 책을 펴냈다. 정말 멋진 일이다. 두 가지 분야 모두를 포기하지 않고 일가를 이뤘다. 박수칠 만하다.  

저자의 공룡 책(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도 추천한다. 나는 곤충 책보다 공룡 책이 더 재미있었다. 공룡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티라노사우루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어렸을 때 봤던 공룡 책들은 이제 쓸모가 없어 보인다('고질라'는 티라노사우르스를 본뜬 괴물이다. 이제는 아무도 티라노사우르스를 그렇게 선 자세로 그리지 않는다). 최근 공룡 연구는 급진해서 공룡 피부색까지 밝혀지고 있다. 두 책 모두 애들보다는 나 같은 어른이 더 좋아할 만한 것 같은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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