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방리 이병연 기공사, 김신수씨 부부에 '고마움 느껴'
70평생 어머니 품 안팎에서 떠나지 않고 모셔

이병연씨
김신수씨

 

102살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키움'과 '모심'은 중간 '자립'의 과정을 거치면서 잠시 유예기간을 거치다가 곧 훅 다가온다. 키움은 20살까지가 거의 막바지이고, 그 이후에도 살핌이 필요하지만, 제 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손이 덜 탄다. 이후 부모가 70살이 넘어가는 경우 상황은 '키움'에서 '모심'으로 역전된다. 살핌의 대상이 전복되는 것이다. 아마도 키움의 기간과 엇비슷하게 모심의 삶도 이어진다. 

'키움'에 대한 보상이 '모심'이라고 윤리적으로 그리 말하지만, '내리사랑'이라고 실제 이행되는 경우가 적다. 삶이 퍽퍽하고 버거울수록 부양의무는 어렵다. 유교 윤리로 죄의식을 주지만, 요즘에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보내는 것이 큰 흠이 되지 않을 정도로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잡고 있기까지 하다. 

안내면 정방리에서 이병연 기공사를 운영하는 이병연씨는 도이리에 사는 김신수씨 부부의 금슬좋은 애정과 우정으로 102살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이 못내 보기 좋았던 모양이다. "두 분만 보면 마음이 편안해요. 어찌 저렇게 둥글둥글하고 사람 좋게 살 수 있는지, 효심이 지극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한번도 얼굴을 찌푸린 적이 없어요" 그 말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김신수(72)씨를 안내면 도이리 마을회관에서 만났다.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토박이 농사꾼의 삶을 오롯이 살았다. 안내초등학교(39회) 졸업을 하고 중학교에 다니던 형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장남 역할을 하면서 동생들을 다 키워냈다. 

농촌에 사는 장남이 그렇듯이 그는 집안과 전답을 지켰다. 강원도 화천 7사단으로 군대를 34개월 다녀온 것 말고 도이리를 떠나본 적이 없었다. 동생들은 울산, 대전, 인천 등 곳곳에 퍼져 터전을 잡았지만 김신수씨는 보은읍 금굴리가 고향인 아내 박춘하(68)씨와 결혼하여 도이리에서 삼형제를 낳았다. 바깥으로 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히 고향에 돌아와 농사짓는 것이 그에게는 숙명처럼 받아들여졌는지도 모르겠다. 농사를 지으면서 안내면 현리에서 삼양사료라고 사료 가게를 10년 넘게 나래식당 옆에서 운영했는데 빚만 잔뜩 지고 접었다. 사업에 큰 운이 따르지 않았던 그는 다시 고향 농사일에 전념했다. 

어머니를 모시는 것도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겼다. 거동은 불편하지만, 대소변은 아직도 스스로 가릴 줄 아시고 한달에 두번 목욕봉사차량이 와서 목욕한다. 평생을 사신 집에서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이 어머니에게 평범하지만, 귀한 행복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귀가 먹어서 잘 못 들으실 뿐 사시는데 큰 불편함은 없으신 것 같아요. 물론 거동이 자유롭지 못해 누워계시거나 앉아 계시는 일이 잦아지긴 했지만, 저는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복이라 생각하고 하는 거죠. 제 아내도 시어머니 모시는 것에 대해 어려워하거나 하지 않아요. 아내에게도 참 감사하지요." 그에게도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아직 남아있다. 10년 전에 큰 아들을 마을 앞 교통사고로 잃었기 때문이다. 삼형제 중 맏이였고 혈기왕성한 29살이었다. 군 제대하고 무언가 해보려고 했고 결혼도 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찰나 불귀의 객이 되었다. 

안내면 도이리 마을 앞길은 예전에도 마을 주민들의 교통사고가 많아 도로 앞에서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지금은 도로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에 마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이 제법 있어요. 안타까운 일이죠."

상처를 내색 않고 산다는 것은 내상을 그만큼 가지고 있다는 것과도 같다.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상처, 지워질 수 없는 상흔들이 생의 의지를 꺾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그는 주어진 삶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면서 100살이 넘은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아들 두 형제는 이제 천안에서 자리잡아 손주까지 주렁주렁 데리고 온다. 건강때문에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다 끊고 102살이 된 어머니를 편안하게 모시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진정어린 효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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