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슈퍼 운영하는 김옥자(82, 군서면 동평리)씨 인터뷰

 

군서초 앞에 위치한 서울슈퍼의 모습. 
12일 서울슈퍼를 운영하는 김옥자(82, 군서면 동평리)씨를 만났다.

[읍면소식-군서면] 군서초등학교 앞에는 구멍가게 '서울슈퍼'가 있다. 취급하는 품목이 많지는 않지만, 동네 아저씨들이 담배를 사기 위해 얼굴을 비추던 곳이다. 따사로운 봄햇살이 서서히 모습을 감추던 오후 5시경, 서울슈퍼를 운영하는 김옥자(82, 군서면 동평리)씨는 슈퍼 안쪽에 있는 자신의 방에 앉아 있었다.

김옥자씨가 군서면에 산 지는 약 20년. 원래 고향은 청주고, 결혼 후에는 서울에서 지냈다. 도시사람이었던 그가 작고 조용한 군서면에 온 건 남편 때문이다. 중매로 연을 맺은 남편이 중풍에 걸리자고, 남은 생을 고향인 군서면에서 보내고 싶어했다. 살아생전 자주 티격태격하던 사이였지만, 아프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세 아들 중 막내인 이성철(52)씨도 함께했다. 

슈퍼를 연 건 군서면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후였다. 친한 사촌이 몸을 비교적 덜 쓰는 일이라며 추천해줬다. 가족의 연을 맺었던 서울. 그 기억이 슈퍼 이름에 담겼다. 가족은 함께 슈퍼를 운영하며 서로를 돌봤다. 그렇게 10여년이 흐르고, 남편은 고향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

"처음에 선을 보는데 마음에 안들어서 결혼 안하려 했어요. 그런데 옛날엔 결혼이 당연한 거였으니까 한 거죠 뭐. 같이 살면서도 자주 티격태격했어요. 서로 성질이 급해서인데 내가 그 사람 이기지는 못했고. 아프다고 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절뚝절뚝 걸어서 우리 막내 아들이 맨날 업고 다니고 고생했지요. 그러다가 우리 아저씨가 10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살아있으면 우리가 4살 차이니까 지금은 86살이겠네요."

지금은 막내 아들 성철씨와 함께 슈퍼를 지키고 있다. 군서초 학생 수가 감소하고, 옥천읍까지 가는 큰 도로가 개통되면서 손님이 많이 줄었다. 이전에는 학생들을 위한 문구류도 판매했지만 지금은 학교에서 준비물을 제공하면서 따로 판매하지 않고 있다.

다른 면내 상권들처럼 손님이 줄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괜시리 손님들에게 섭섭한 마음도 생긴다. 하지만 최근 낡은 간판을 바꾸기도 하면서 그와 가족들의 손길이 닿은 '서울슈퍼'는 계속 군서면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손님은 별로 없는데, 나이 들었으니까 (슈퍼 운영을 계속) 하는 거죠."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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