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 문학의 향연

우리는 엄청나게 아주 중요한 일 때문에 그런 작은 것에 신경 쓸 틈이 없어 그깟 채송화야 밟히면 어떻고 개미들이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면 어때 염소 떼가 밭을 뭉개고 닭들이 집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면 좀 어떠냐고 지금 너무 바쁘다니까

제발 엉뚱한 소리 그만하고 저쪽으로 좀 가 줄래 지금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야 도무지 다른 것엔 신경 쓸 틈이 없다니까 매미가 허물을 못 뚫고 나오는 거 따위나 병아리 한 마리 태어난 건 아무것도 아니야

왜 이래, 그깟 늙은 개 한 마리 죽은 거 가지고 눈물이나 흘리다니 부끄럽지도 않아 시간 없단 말야 아주 중요한 일을 하러 나가야 한다니까 엄청나게 아주 중요한 일 때문이라니까
송진권, 어떤 것, 『야오오옹이 돋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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