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면 장찬리 주민들
죽어가는 일부 벚나무 살리기 위해
비료 뿌리기 행사 가져

"살다 살다 비료 앞에서 사진 찍어보긴 처음이네." 단체 촬영 시간을 가지자 한 주민이 말했다.

이원면 장찬리 주민들이 장찬저수지 둘레에 심어진 벚나무를 살리기 위해 비료 뿌리기 행사를 가졌다. 그간 주민지원사업비로 구매한 비료는 개별적으로 사용해 왔지만, 주민들은 장찬저수지 경관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비료를 기부했다.

장찬리 주민들이 직접 비료를 뿌린 이유는 장찬저수지 벚나무 일부가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2017년 군은 장찬저수지 둘레에 천여그루의 벚나무를 심은 바 있다. 그러나 일부 벚나무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주민들은 벚나무가 제대로 자라게 되면 마을의 또 다른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매년 주민지원사업비로 구매한 비료는 마을 주민들이 나눠 가져 농사에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함께 쓰는 데 동의했다.

장찬리 주민 전혜숙(74)씨는 "비료는 원래 나눠서 사용해왔지만, 벚나무를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모두 동의했다. 벚나무가 잘 자란다면 몇 년 후 마을이 더 아름답게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장찬저수지에서 진행된 이날 작업은 장사모(장찬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도 참석했다. 장사모는 장찬리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옛 고향을 잊지 않고 지키기 위해 만든 단체다.

장사모 서준원 회장의 말에 따르면, 1979년 저수지 사업으로 마을이 수몰되기 이전에는 장찬리가 인근 마을 중에서 꽤 큰 마을에 속했다. 지금 장찬 저수지가 차지하고 있는 땅이 본래 장찬리 마을로, 55가구 정도 살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고향을 지키려고 했지만, 정부의 시책 앞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결국 마을은 물로 가득 찼고 그 마을에 살던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장사모 회원은 모두 23명. 지금은 대부분 옥천읍이나 이원면에 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며 우정을 다진다. 고향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돕는다. 이번 일도 장찬리 송경숙 이장의 요청에 한달음에 달려왔다.

장사모 서준원 회장은 "장찬리가 수몰되기 전에는 큰 마을이었다. 공무원도 많이 배출했고 큰 체육행사를 할 적이면 누구보다 단합이 잘 되던 곳이었다"며 "마을이 수몰돼 아쉽긴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회원들이 힘을 합쳐 고향 발전을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군북면 증약리에서 장찬리 주민들을 돕기 위해 찾아온 이도 있었다. 

장찬리의 아름다움에 반해 주말마다 캠핑을 온다는 이기정(62)씨는 주민들이 비료 뿌리기 작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트럭까지 끌고 와 일을 도왔다.

장찬리 주민들과 장사모 회원 20여명은 트럭에 비료를 싣고, 차로 이동하며 가로수에 비료를 뿌렸다.

장찬리 주민들은 한 달 전, 장찬저수지 인근에 장미 100여 그루를 심기도 했다. 주민들이 마을을 더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직접 거둔 돈으로 장만한 장미였다.

장찬리 주민들은 장미꽃이 피고, 벚나무가 안정적으로 자라길 기원했다.

장찬리 송경숙 이장은 "고향을 떠나도 고향 생각에 여념없는 장사모 회원들에게 감사하고, 농사용 퇴비를 기부해준 주민들에게도 감사하다"며 "벚나무가 잘 커서 앞으로 장찬리가 명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찬리 주민들은 비료 구입비로 주민지원사업비 350만원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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