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농약사 아들, 마항리에 부흥육묘장을 열다
이제 2년차, 고추부터 배추까지 다양한 육묘 천여평에서 키워내

이재용 부흥육묘장 대표

 형제는 용감했다. 그리고 돌아왔다. 
 이승용(32)씨는 매장을 맡았고, 이재용(29)씨는 새로 시작한 육묘장을 맡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던 고향에 그리고 가족의 품에 덥석 안겼다. 사실 생각해보면 고향만큼 익숙하고 편안함을 주는 곳도, 가족만큼 안온한 기운을 품어주는 공간도 별로 없었다. 어떤 회사든 위계화된 조직체계 안에서 숨쉴 구멍과 창창한 미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죽향초등학교, 옥천중학교, 충남기계공고 기계제어과를 졸업하고, 우송대 철도경영학과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부모님과 같이 일을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버지 이병호씨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던 것은 기반과 토대가 있었고 하던 일의 익숙함이랄까.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었기에 가능했다. 
 부흥농약사는 옥천의 대표적인 오래된 농약사 중 하나이다. 희망약국 맞은 편에서 랜드마크처럼 35년 동안 붙박이처럼 있었으니 지역 농민과 주민들에겐 늘 북적이는 이정표였던 셈이다. 봄이 오는 기운을 제일 먼저 느끼는 공간이었다. 장날이 아니라도 파릇파릇 생명력을 자랑하는 갖가지 모종들은 늘 상가 앞에서 봄의 기운을 만연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차남인 이재용씨가 고향과 가족의 품에 돌아오기로 결정하면서 부흥농약사는 1년 여 전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바로 육묘장 사업이다.
 부흥농약사 계열사나 다름없는 부흥육묘장은 아들 이재용씨가 대표로 현재 2년째 운영하고 있다. 옥천읍 마항리 풍광 좋은 곳 1천여 평의 튼실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고추, 토마토, 마늘, 양파, 오이, 가지, 수박, 배추 등 갖가지 씨앗들이 모종으로 자라는 공간이다. 씨앗이 작은 포트 안에서 발아해 싹을 틔우려면  애지중지 정성을 쏟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온 신경이 그 곳에 가 있다. 출퇴근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이 오로지 자기 자신이 하는 일에만 열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롭다. 대부분 아버지의 매장에서 판매하니 별개로 판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잘키운 모종이 하나하나 농가들에 팔려가고 이번 씨앗과 모종 참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알았던 부모님의 단골손님을 그대로 이어받아 직접 농가까지 배달을 간다. 옥천읍내 인근 면은 물론 청산, 청성면까지 또 이웃하는 영동, 금산까지 부흥육묘장을 찾는 이들이 제법 된다. 아버지와 외삼촌이 코치를 해주면서 같이 도와줬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 1월 고추모종부터 준비하며 11월 양파모종까지 육묘장은 거의 쉴틈이 없다. 12월 한 달간 휴지기를 가지면서 새해 농사를 준비하는 것 외에는 일정이 빠듯하게 잡혀있다. 월별, 계절별 출하되는 모종 생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나가는 품목의 모종은 고추와 배추이다. 봄 고추, 가을 배추 식으로 큰 두 기둥으로 모종을 키우고 그 사이를 가지, 오이, 토마토, 마늘, 양파 등으로 매운다. 육묘만 재배하지 않고 조그만 텃밭에 시범적으로 키워 볼 요량이다. 그래야 우리 모종이 제대로 크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대표는 본인 일만 하지 않고 지역 사회 일에도 같이 참여한다. 30여 명의 청년 농부들이 모여있는 4-H의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만난지 꽤 됐지만, 젊은 영농인들을 만나면 서로 기운을 북돋아주고 힘이 된다. 
 JCI청년회의소는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에야 왜 고민이 없었겠어요. 제 또래 아이들 다 도시에 나가 회사원을 하거나 공무원 등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는 게 일반적이죠. 그런 생활을 꿈꿔본 적도 있었지만, 고향에 와서 가업을 이어받으려 한 게 여러모로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도시 생활보다 옥천에서의 일상이 더 좋아요. 물론 청년 문화 공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 문화 자체가 없기도 하지만, 그런 걸 차치하고서라도 농촌이 갖고 있는 매력은 많거든요. 이제 2년차 접어드는데요. 만족합니다."
 매일 새벽 6시30분에 나올 때도 많고 씨앗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노심초사할 때도 많다. 어느 모종은 너무 물이 많아 죽기도 하고 온도가 안 맞아 잘 안 자라기도 한다. 
 "사람으로 말하면 출산해서 유아기, 말하자면 가장 중요할 때에 키우는 것이거든요. 영양제, 살균제, 살충제도 주고 알맞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려고 노력을 하죠. 건강한 모종이어야 한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거든요. 좋은 모종은 눈으로봐도 건강하게 보여요."
 옥천에 많은 청년들이 귀농 귀촌을 해서 활기찬 농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요즘 그래도 제법 돼요. 귀농하는 청년들도 이사오는 젊은 친구들도 있는 것 같아요. 4-H에는 보통 아버지 가업을 이은 청년들도 많지만, 귀농귀촌한 청년들도 더러 있더라구요. 조금 더 많아져서 농촌의 현재와 미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부모님 기반이 있으면 조금 더 쉽게 정착할 수 있지만, 맨땅에서 농사짓기는 정말 힘들거든요. 제대로 된 정책지원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부흥농약사 외에 부흥육묘장이 있다. 어찌 보면 부흥농약사의 미래가 부흥육묘장일지 모른다. 좋은 육묘를 키워서 지역 농민들의 한해 농사가 풍년이 되면 좋겠다는 청년의 마음이 고스란히 실린 부흥육묘장을 만나보시라.

부흥육묘장의 모태는 이재용씨 아버지가 운영하는 부흥농약종묘사이다. 부흥농약종묘사는 같은 자리에서 무려 35년 동안 역사를 유지해 옥천시내 이정표 같은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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