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교육의 시작 '학생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새로운 교육의 시작 '학생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 오정빈
  • 승인 2020.05.0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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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교육 작당모임’ 하태욱 교수 초청 두 번째 강연회 열어
지난달 17일 옥천 전환교육 작당모임이 대안교육 연구자이자 운동가인 하태욱 교수를 초청해 강연회를 진행했다. 
지난달 17일 옥천 전환교육 작당모임이 대안교육 연구자이자 운동가인 하태욱 교수를 초청해 강연회를 진행했다. 

 옥천 전환교육 작당모임이 대안교육 연구자이자 운동가인 하태욱 교수를 초청해 ‘우리 교육의 대안을 위한 다양한 상상력’을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옥천 전환교육 작당모임은 옥천 전환기학교 설립의 발판이 될 ‘징검다리학교’ 준비모임을 진행하면서 한편으로는 전환교육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에서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서 하태욱 교수는, 코로나19로 온라인개학을 하는 학교가 줄 이으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대거 자퇴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온라인강의를 하고 있는 서울대 교수님들은 깜짝 놀랄 거예요. ‘분명 수업을 신청한 학생은 열댓명인데 그 몇 배가 되는 학생들이 온라인강의를 듣고 있네’하고요. 학생들도 깜짝 놀랄 거예요. ‘굳이 학교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필요한 강의를 들을 수 있네’하고요. 결국 알량한 종이 한 장(졸업장)을 받으려고 우리가 그 많은 등록금을 지불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중‧고등학교라고 다를까요. ‘학생들이 학교까지 와서 왜 수업을 듣는가’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학교는 얼마나 될까요?”

■ ‘대학 안 가고 옥천에서 살아남기’

 지금까지와는 다른 교육이 필요하다면 그 교육이 가야하는 방향은 특별한 게 아니다. 당장 내가 발을 딛고 있는 현장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 된다.

 “대안교육도 변종이 많이 나왔어요. 귀족대안학교, 국제대안학교, 럭셔리대안학교(웃음)… 대안이라는 말이 유행을 타고 아전인수격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본질을 잊으면 안 됩니다. 지역 현장에서 무엇이 우리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가 학생의 삶에까지 적용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야 합니다.”

 대안학교에서 생태수업도 해야 하고 농사수업도 해야 하고, ‘너무 바쁘다’고 말하는 학교들이 있다. 하지만 대안은 생태수업도 농사수업도 아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때까지 기다리고, ‘우리 교육의 대안은 무엇일까’ 함께 탐색하고 고민하는 태도가 대안교육의 시작이다.

 “세상은 자꾸 바뀌는데 대안이 딱 정해져 있는 게 말이 안 되죠.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가르치는 게 좋을까,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부터 출발해도 늦지 않아요. 학생들과 그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거예요. ‘대학 안 가고 옥천에서 살아남기’ 이런 것도 재밌겠지요.”  

■ 자기주도적 학습공간 ‘신나는 배움터 두런두런’

 물론 최소 조건은 학생들에게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태욱 교수는 대전에 위탁형 대안교육기관 ‘신나는 배움터 두런두런(Do learn Do run)’를 만들고 학교를 찾아온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업을 기획하거나 원하는 수업을 듣도록 하고 있다. 위탁형 대안교육기관은 정규교육기관 중 하나로, 학생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교사와 학생이 함께 상의해 기존 학교 대신 대안교육기관에서 수업시수를 채울 수 있다. 

 “두런두런에서는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할 수 있어요. 물론 아무것도 안 할 자유도 있어요. 애초에 학교가 넓은 홀이에요. 한 가운데에 수면코너가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원하는 학생들은 수면코너에서 자면 됩니다. 그렇게 한참 자다가 중간에 깨서 화장실에 갈 때 학생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보게 되는데, 그때 ‘나도 한 번 해볼까’ 생각을 하게 돼요. 그 생각이 들 때까지 교사들은 잠자코 기다리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두런두런에 오는 학생들은 무기력이 학습된 학생들이다. 기존 학교 제도 안에서 교사들에게 ‘다른 애들 방해할 거면 그냥 엎드려서 자’라는 이야기를 수년간 들으면서 무기력이 자연스럽게 학습됐다.

 “자발적으로 나서기까지 4년이 걸린 학생도 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와서 계속 잠만 자다가 고 3때 갑자기 일어나더니 ‘선생님 저도 뭔가 해볼래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리고 학생회장까지 하고 졸업을 했죠.”

 ‘민주적인 교육’이라고 말하기 전에 학생들 목소리를 먼저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생태적인 교육’이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의 관계는 경쟁으로 점철된 게 아닌 서로 살리는 관계임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변창환 길잡이 교사(향수시네마 관장)는 “최근 신천지 논란을 보면서 방향성을 잃은 학생, 청년들이 신천지에 많이 빠지는 거 같아 마음이 아팠다”며 “학생들이 지금 시기를 행복하게 보내고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전환교육을 통해 찾고 싶다”고 말했다. 

 오수민(22,읍 금구리)씨는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지역사회 어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사회에 적응하려면 검정고시라도 봐야하지 않겠니, 대학 갈 생각은 없니’와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자꾸 듣다보면 ‘내 선택이 잘못됐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틀에 갇혀 있는 건 학생뿐 아니라 우리 지역사회라고 생각한다. 대안교육이나 전환교육이나, 이같은 교육을 대하는 지역사회의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오 길잡이 교사(행복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지역에서 만드는 교육기관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현직교사와 지역주민, 청년들이 모두 모여 고민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며 “징검다리학교라는 소중한 논의가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앞으로 계속 자리를 만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재원 길잡이 교사(고래실 기획협력국장)는 “징검다리학교라는 구체적인 실험을 진행하기 전에 서로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하태욱 교수는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교수로 건신대 부설 대안교육센터 ‘우리동네’를 운영하고 있다. 책 ‘남들처럼 육아하지 않습니다’를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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