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면 적하리 박복열씨
그가 말하는 된장 만드는 법

"된장에다 설탕이랑 다시다 조끔 넣어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디." 작년에 담근 된장을 한 숟가락 떠서 자랑하는 박복열씨의 모습.

[읍면소식-동이면] 동이면 적하리 용죽마을. 박복열(79)씨는 보행기를 끌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웃집에 들러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 먹고 나오던 참이다. 작은 벚나무 옆, 연녹색 지붕의 집에 도착한 박복열씨는 오자마자 장독대를 확인한다. 장독 뚜껑을 열자 면포 위에 고추씨가 깔려 있다. 세균과 벌레를 쫓기 위함이다. 면포 아래에는 한 달 전, 그가 담근 된장이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발효되고 있는 중이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세 아들을 홀로 키웠다. 막내아들은 대학을 나온 후 듬직한 군인이 됐고, 큰아들과 둘째 아들은 옥천읍과 청산면에 거주하며 자주 집을 찾는다.

홀로 집을 지키고 있지만 된장은 매년 담그고 있다. 본인이 먹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찾아오는 자식들에게 조금이나마 나눠주기 위해서다.

한 달 전에는 작년 여름께 수확한 콩 두 말로 된장을 만들었다. 된장 담그기는 어머니로부터 직접 전수받았기에, 자신 있는 종목이다. 그는 된장 만드는 법을 한참 설명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장 담그기 가장 좋은 시기는 정월(올해 1월25일~2월22일)이지만, 4월인 지금도 된장 담그는 집이 더러 있다고.

된장 담그기는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선 텃밭에서 정성스레 키운 콩을 가마솥에 넣어 하루 종일 삶는다. 해가 넘어가도 가마솥에 올린 콩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다. 삶은 콩은 절구에다 넣고 찧는다. 그리고 메주틀 안에 넣고 발로 밟는다. 꾹꾹 눌러 밀도를 높이고 모양을 만든다. 메주는 3일 정도 방이나 거실에서 말린 후, 다시 천장에 매달아 말린다. 천장에 매달면 곰팡이가 덜 피고 잘 마른다.

끝난 게 아니다. 한 달가량 시간이 지난 후, 전기장판 위에 짚을 깔고 메주를 올린다. 메주 위에 다시 짚을 깐 후, 얇은 이불로 덮어 보름동안 숙성시킨다. 짚을 까는 이유는 모른다. 그냥 좋다고 한다. 보름이 지나고 양파망에 메주를 넣고 다시 말린다. 예전에는 볏짚을 꼬아 메주를 매달았지만, 볏짚 만들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양파망이 편하다.

건조 과정이 끝나면 드디어 장을 담글 수 있다. 장독 밑에 옻나무를 깔고, 메주와 소금물을 넣는다. 홍고추 3~4개와 숯 몇 덩이도 띄운다. 옻나무, 고추, 숯은 부정을 막고 잡것을 쫓기 위해 넣는다.

이제부터는 자연의 시간이다. 40여 일 동안 해가 나면 뚜껑을 열고, 해가 지면 뚜껑을 닫는다. 온기 가득한 햇볕과 지나가던 길 잠시 들른 바람이 독 안에 스며든다. 우러나온 물은 간장이 되고, 남은 메주덩이는 된장이 된다.

구수한 냄새가 풍겨온다. 박복열씨는 어머니가 해줬던 된장찌개를 생각한다. 고기를 넣고 된장찌개를 끓여도 그 시절 맛에 비하면 부족하다. 어린 시절 된장찌개의 맛이 그리운 건지,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운 건지 모르겠다. 그는 괜스레 옛날이야기를 했다며, 눈물을 훔친다. 

작은 벚나무 옆, 장독에서는 그가 한 달 전 만든 된장이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발효되고 있는 중이다.

박복열씨가 지난 해 담근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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