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건호 생가 바로 옆 집, 어머니는 수제인형, 아들은 도자기
김옥순 작가와 이정화 작가가 운영하는 마을 안 ‘문화공간’

가까이 가서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다. 그 곳이 카페인 줄. 
 간판을 보다가 멈칫 멈칫 머뭇하다가 정원에 한 발자국 들이면서 나도 모르는 새 집안으로 빨려들어가다 보면 사뭇 귀한 저택에 마실 온 느낌이다. 도아카페갤러리는 카페나들이와 이웃집 마실간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위치한다.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하고 집안에 들어가서 손수 프랑수 자수를 새긴 귀한 인형과 선인장이 도예에 스며들어 다양한 모양으로 들어있는 도자기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 눈이 호강한다. 그 다음은 입이 호강할 차례다. 거실의 큰 우드슬랩 탁자 위에 놓여진 단호박 식혜와 아메리카노 커피는 족히 두시간 남짓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매개가 된다. 
군북면 비야리 마을 깊숙하게 송건호 생가터 바로 초입 옆의 전원주택이 도아카페갤러리로 탈바꿈했다. 코로나19때문에 개업이 미뤄지긴 했지만, 가 오픈형태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의 주인장은 바로 프랑스자수와 수제인형 만들기에 일가견이 있는 어머니 김옥순(60)작가와 그의 아들 도예가인 이정화(33) 작가다. 

이정화 작가는 공주대 조형디자인학부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동대학원도 졸업했다. 평소 그림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이정화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의 손에 의해 작품으로 탄생하는 도예게 깊이 끌렸고 본격적으로 도예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 대전 둔산동에 도아 도예 공방을 열고 본인의 작업과 수강생들에게 강의도 하고 있으며 개인전을 여러차례 한 작가이다. 이미 대전, 충남, 세종 아트플리마켓에서는 열때마다 완판을 기록하는 특급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특유의 유약을 쓰며 은은한 회색빛깔과 선인장을 형상화한 다양한 도예 작품은 이정화 작가의 ‘시그니처’(상징)다.
그런 그가 어머니와 함께 군북면 비야리에 문화공간을 만들기로 결의했다. 비야리에 이사 온지 1년 만이다. 시골에 이사 오려고 김옥순씨는 몇 년 전부터 대전 인근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땅을 알아봤는데 비야리의 현 주택이 딱 눈에 들어왔다. 
너른 정원과 잘 어울리는 이층집이 맘에 들었다. 단번에 계약을 했고 정원에 있는 연못을 메우고 집과 마당을 손 봤다. 도시에서는 번잡하고 시끄러웠는데 시골에 들어오니 조용하고 평화가 찾아왔다. 아들이 만든 도자기들이 집에 가득 쌓여 있는데 구경하러 오는 손님들이 제법 있었다. 가끔 오는 지인들이 작품을 사가면 덜 부담스러운데 안 사고 그냥 둘러보고만 가려니 미안하다며 차를 파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왔다. 그냥 보고만 가도 상관없는데 손님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싶어 본격적으로 1층을 문화공간으로 가꾸기로 했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5천원 내외의 문화공간 이용비용을 받고서 차와 커피를 내어드리는 카페로 변신을 한 것. 그 곳에 가면 볼 거리가 참 많다. 이정화 작가의 도예 작품을 쭉 감상을 하는 것만으로 시간이 금방 가고, 곳곳에 도예작품과 잘 어우러진 김옥순씨의 인형 작품도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 많다. 

 

차도 마시고 구경도 하고, 물건 구매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 삼조다. 마치 귀한 가정집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도아의 뜻은 도자기의 ‘도’와 ‘아름다움’의 ‘아’를 따서 만든 조어이다. 그만큼 도자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어머니 김옥순씨는 아들 이정화 작가가 대견하고 대성할 수 있는 작가라고 말한다. 
“아들 작품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거든요. 지금은 대전에 공방이 있지만, 나중에 이 곳에서 작업실도 만들고 옥천에서도 전시회도 해서 옥천에 뿌리내리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었죠. 아무래도 아들이 대전, 충남에는 제법 알려졌는데 충북에서는 생소해서 옥천에도 여러 작가들과 함께 교류전도 하면서 다양한 영감으로 작품활동을 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서천 한산이 고향인 어머니 김옥순씨는 시골생활을 해봤던 터라 쉽게 적응했다. 배운다는 생각과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붙임성 있게 마을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친숙하게 지내다보니 벌써 주민들과 이장의 낙점으로 주민자치위원으로 뽑혀 활동하고 있다. 신선혜 비야리 이장은 도아카페갤러리를 토대로 비야리를 문화마을로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다. 
신선혜 비야리 이장은 “비야리에 유명한 언론인 송건호 선생 생가도 있어서 앞으로 주목받는 마을이 될 것 같다”며 “도아카페갤러리 같은 작가들의 공방이나 카페가 들어오면 비야리가 문화마을로 잘 조성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옥순씨는 마을 주민들과도 친화적 잘 지내 주민자치위원도 잘 할 것 같아 선출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바람으로 당초 계획은 개업과 아울러 정원에서 플리마켓을 계획 중이었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연기된 상황이다. 

나중에는 송건호 선생 관련 도예 기념품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니 안 그래도 옥천 관련 기념품도 적극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집이 송건호 선생 생가터 바로 옆이다 보니 향후 기념관이나 생가터가 복원되면 송건호 선생 관련 기념품 도예 작품도 고민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주위에서 하더라구요.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정화 작가는 “옥천에서 개인전도 한번 열고 싶고, 다양한 작가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모자는 선인장을 굉장히 아낀다. 집안에 20년 된 선인장이 주요한 자리에 놓여 있고 선인장으로 형상화된 도예작품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왜 선인장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다. 
“선인장은 물이 없는 열악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잖아요. 오히려 선인장에게는 과잉이 독이거든요. 잘 키운다고 물을 많이 주면 죽어버려요. 너무 넘치지 않게 절제된 삶을 살면서 잘 뿌리내려야 겠다는 생각을 선인장을 보면서 늘 합니다. 그리고 가시가 참 매력적이에요.”
이미 대한민국공예대전에서 여러차례 수상을 하고 대전 서구 힐링아트페스티발에서 유명 초대 손님으로 여러차례 참여한 이정화 작가와 프랑스자수와 수제인형 만들기로 나름 알려진 어머니 김옥순 작가가 한데 모여 도아카페갤러리를 열었다. 한번 나들이 가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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