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년 이장 군북면 와정리 김우태 이장, 와정리는 귀농인들과 화합
'어려움 겪었지만, 살맛나는 와정마을 위해 혼신의 힘 다할터'

와정리 김우태 이장
와정리 김우태 이장

 

고마움의 바통은 조금씩 군북면을 맴돌고 있다. 군북면사무소 김영걸 산업팀장에서 시작한 고마움의 바통이 긴급민원대응반 김기영씨에게 이어졌고, 김기영씨는 대정교회 임재록 전 목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임재록 전 목사는 마을 주민들 모두가 고마운 사람이지만, 20년 넘게 이장을 보고 있는 김우태(64) 이장이 참 고맙다고 밝혔다. 그래서 지난달 31일 김우태 이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김우태 이장은 군북면 막지리 출신으로 7살 때 와정리로 이사 와서 이 때부터 와정리 토박이로 살았다. 대정국민학교를 졸업(22회)하고, 대전 동신중학교로 진학해 옥천과 중, 고등학교 학연은 별로 없지만, 와정리는 그의 삶이 힘들었을 때 의탁할 수 있었던 마지막 보루였다. 

다음은 그가 가감없이 잔잔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다.

아버지는 어렵게 살았고 빚을 남겼지만, 장남인 그가 다 떠안았다. 그도 96년 고향에 다시 왔을 때는 회사의 부도로 인해 있는 재산 다 떨어먹고 빈털터리로 왔다. 눈물 났던 적도 많았다. 아내가 읍내 아파트 앞 노점에서 신문지를 깔고 과일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려고 할 때 눈물이 났다. 자식들이 상업계 고등학교 가서 한참 컴퓨터를 배워야 할 시점에 컴퓨터 하나 못 사주는 자신이 서러워 눈물을 흘렸다.

그때 인연을 맺었던 지인들이 한푼 두푼 모아주면서 비교적 목돈이 되었을 떄 얼른 삼성컴퓨터 매장에 가서 컴퓨터 사들고 집에 왔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가난밖에 물려줄 게 없었던 본인이 야속했지만, 재기했다. 한 때는 서울대 앞을 지나가는 버스 운전을 하며 80년대 데모하는 대학생들을 진압하려는 경찰의 최루탄 가스를 옴팡 뒤집어 쓰기도 했었다. 7년 동안 버스 기사를 하다가 3년 간은 코오롱 고속에 들어가서 고속버스 운전도 했다. 대전으로 내려와서 중장비기계 사업을 했는데 어음이 다 부도가 나면서 홀딱 말아먹었다. 그렇게 96년 40대 중반 쯤에 다시 고향에 내려왔다. 2년 후에 마을 사람들이 바로 이장을 맡기더라. 부모님은 평생 농사만 지셨는데 농협에서 조금씩 대출을 받고 못 갚다보니 4천만원 가량 빚이 남더라. 상속포기를 할 수도 있었지만, 지역이라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아버지의 그림자마저 품고 가고 싶었다. 그 빚을 여지껏 갚고 있다. 

20년 동안 이장을 보고 있으면 많은 희로애락이 교차한다. 앞서서 마을 일을 하다보니 불평불만을 들을 때도 많고 사람에 대한 미움이 커지기도 한다. 

마을 이장 뿐만 아니라 향수뜰 권역사업도 맡고 보니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요즘엔 마을일보다 향수뜰권역사업이 더 고민이다. 무언가를 만들어 수익창출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새삼 느낀다. 하고 싶은 말과 아이디어는 많지만, 정작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어 사실 골치가 아픈 일도 많다. 그래도 어렵사리 꾸려가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다. 고마운 사람이 있다. 귀농귀촌한 사람들 까칠하고 마을 일에 협조 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고 하지만, 와정리 귀농인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이 살지 않아 폐허가 됐던 이시울 마을에 점차 사람들이 대전에서 하나둘 오고 있다. 환타파인펜션 이정표 따라 좁은 농로길을 한참 가다보면 커다란 마을 터가 하나 나오는데 4-5가구가 이미 살고 있거나 집을 짓고 있고 앞으로 14가구 정도가 들어올 예정이라고 하니 한 반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새로 건설되는 이시울마을 반장을 자임하고 있는 이경우씨는 참 마을에 힘이 되는 사람이다. 마을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려고 하고 어려운 마을일이 있을 떄는 적극적으로 나선다. 

"마을 어른들이 종종 관광을 가고 싶다고 하시는데 마을에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난감할 때가 많아요. 그럼 어쩔 수 있나. 여기저기 그나마 형편되는 사람들한테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는데 이시울마을의 이경우씨는 군말없이 한번은 200만원을 쾌척 하더라구요.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어요. 여기 들어오는 귀농인들은 오히려 현지인을 잘 이해하려고 하고 어떻게 든 함께 살려고 하는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외려 미안하죠. 이시울마을로 들어가는 농로길 확포장을 해줘야 하는데 여의치 않아 미안할 뿐이에요."

그래서 그는 이경우씨를 추천했다. 대전에 있는 한전에서 정년 퇴임하고 1년 가까이 본인 손으로 직접 집을 지으며 마을과 화합하려는 이경우씨가 참 고맙고 본 받을 점이 많다고. 그래서 어렵고 힘든 일 있을 때 가끔 가서 커피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다고. 

"이경우씨 와정리에 이사와서 고맙습니다. 혼자도 아니고 여러 사람을 와정리에 데리고 오셔서 와정리가 흥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지금처럼만 마을일에 늘 같이 협조하고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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