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여중 이혜원, 이희수 학생을 만화카페 둠벙에서 만나다
코로나-19가 빨리 해결되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방학도 아니고 개학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학교의 문이 닫힌 상태에서 청소년을 만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청소년수련관, 청소년문화의집, 그리고 평생학습원 등의 휴관이 연장된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을까? 수업일수는 남아있고 밀려들어오는 과제는 청소년들을 압박한다. 행여 여름방학이 짧아지지는 않을까하는 조바심도 깃들어있다. 봄은 시끌벅적한 개학과 동시에 시작되는 맛이 있었지만, 청소년들의 활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간만에 외출한 청소년들을 마주쳤다. 만화카페 둠벙에서 만난 이혜원 학생(3, 안내면 현리)과 이희수 학생(3, 옥천읍 마암리)이 그 주인공이다. 두 학생은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패턴이 엉망이 되었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일상이 완전히 뒤바뀐 것. 새벽 4-5시까지 휴대폰을 매개로 친구들과 놀거나 동영상을 보다가 잠들면 점심도 먹지 못하고 오후 3시쯤 일어나는 것이 일상이다. 뒤바뀐 일상 속에도 혜원 학생은 아버지 농사일을 도와주고 희수학생은 동생과 함께하는 여가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두 학생 모두 학교에 빨리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에 즐거운 학생들. 왼쪽부터 이혜원 학생(중3, 안내면 현리), 이희수 학생(중3, 옥천읍 마암리)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에 즐거운 학생들. 왼쪽부터 이혜원 학생(중3, 안내면 현리), 이희수 학생(중3, 옥천읍 마암리)

 코로나-19로 인해 집지킴이가 된 청소년들

개학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희수 학생과 이혜원 학생은 대다수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오늘은 모처럼 친구를 만나러 외출했다. 친구와 함께 만화책을 보며 카페에 있는 시간이 즐겁다. “밖에는 잘 안 나가고 집과 학원만 오가요. 매일 오후 5시부터 3시간동안 학원에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집에 있어요이희수 학생이 말했다. “저는 학원은 가지 않아서 거의 집에 있어요. 아무데도 안 가다보니 시간개념이 없어져서 생활패턴이 무너진 것 같아요. 하루에 밥도 거의 한 끼 먹어요. 늦잠을 자다보니 밤에 잠이 안 와서 새벽 5시에 자는 날도 있어요. 그러면 다음날 오후 3시에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생활패턴이 이상해졌어요이혜원 학생이 말했다.

이희수 학생의 여동생은 이제 중학교에 입학한다. 개학을 하지 못해 교복은 사두었지만 학교에 가지 못했다. “중학교 1학년이 되는 동생은 교복을 사놓기는 했지만 입학을 못했어요. 주로 오후 3시에 일어나요. 제대로 쉬는 것도 아니고 방학도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가 일정이 많이 바뀌니까 불편하네요. 동생이랑은 주로 같이 게임을 해요. 요새 하는 것은 배그(배틀그라운드의 줄임말)예요이혜원 학생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동생이 둘 있다. 다 같이 집에 있지만 따로 노는 시간이 많다고. “모두 과제가 있어요. 그래서 집에 있으면 다 따로 놀거나 과제를 하는 것 같아요. 학교를 안 가니까 과제만 점점 늘어요. 처음에는 양이 적었는데 이제 개학할 때까지 매일 있어요.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것은 괜찮은데, 집에 있으면서 과제가 많으니까 더 힘들어요. 쉬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많이 답답하고 힘들었을 텐데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기도 했다. “이번에 감자농사를 하시는데 비닐을 100골이나 같이 씌웠어요. 감자 심는 일도 같이 했어요

이혜원 학생은 올해부터 학생회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신입생에게 나누어주려고 포장해둔 선물을 나눠주지 못해 안타깝다. “코로나-19로 인해 걱정이 많아요. 처음에 심하지 않을 때에는 입학식 준비도 매우 열심히 했는데, 포장해둔 사탕들이 아직 고이 쌓여 있을 것 같아요. 입학식을 교실에서 한다고 하니 직접 나누어주어야 할까 봐요라며 걱정했다.

 갈 곳이 많지 않다는 청소년들

이혜원 학생과 이희수 학생은 외출하는 날에는 밥을 먹고 코인 노래방을 간다고 말했다. 청소년의 입장에서 옥천은 많이 심심하다고. “옥천에는 할 게 많이 없어요. 오락실도 없고 놀이시설이 없으니까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코인노래방 밑에 바로 생기면 좋을 텐데 안 생기더라고요놀이시설이 많지 않은 학생들은 대부분 코인노래방에 간다.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없다보니 지루하게 느껴지곤 한다고. “나오면 보통 미소야나 햄버거, 김밥천국 등에서 밥을 먹고 코인노래방을 가요. 코인노래방에 가면 애들 엄청 많아요안내면에 사는 이혜원 학생은 특히 버스가 없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옥천은 버스가 너무 없어요. 버스 시간이 많아지고 늦게까지 운행하면 좋겠어요. 한정된 곳만 다니지 않고 노선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지역에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갈만한 곳이 많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의 바람은 빨리 학교에 가는 것. 두 학생은 얼른 개학해서 친구들도 만나고, 좋아하는 생물과 화학 수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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