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만난 단짝친구들. 박혜인 학생, 조윤진 학생, 정사랑 학생을 만나다
코로나-19가 학생들에게 가져온 일상의 변화
학생들이 체감하는 옥천의 모습

왼쪽부터 박혜인 학생(중2, 동이면 금암리), 조윤진 학생(중2, 판암동), 정사랑 학생(중2, 금구리). 카페 둠벙에서 한 달 만에 만났다.
왼쪽부터 박혜인 학생(중2, 동이면 금암리), 조윤진 학생(중2, 판암동), 정사랑 학생(중2, 금구리). 카페 둠벙에서 한 달 만에 만났다.

 

박혜인 학생(2, 동이면 금암리), 조윤진 학생(2, 판암동), 그리고 정사랑 학생(2, 옥천읍 금구리)은 쉬는 시간이면 항상 함께 모여서 그림을 그렸다. 학기 중에는 같은 학원까지 다닐 정도로 많은 시간을 붙어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 달 동안 만나지 못했으나 오늘은 모처럼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함께 카페에 왔다.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매일 과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 불편하고, 외출할 때마다 바깥의 풍경이 바뀌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어른들이 발표한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오늘은 걱정을 잠시 미루어두고 모처럼 카페 둠벙에서 만화책을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랜만의 외출에 계절의 변화가 낯선 학생들

집에서 장기간 있어야하는 학생들은 오래간만의 외출이 반갑다. 외출을 할 때마다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가 놀랍다. 정사랑 학생은 오랜 기간 집에만 있다가 날씨가 풀린 줄도 모르고 패딩을 입은 채 거리에 나오기도 했다. “저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집에는 잘 있어요. 그런데 글쎄 날씨가 이렇게 따뜻해진 줄 전혀 몰랐어요. 그래서 패딩을 입고 나갔다가 다들 쳐다보더라고요. 너무 더워서 놀랐어요조윤진 학생은 판암동에서 옥천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부모님과 드라이브를 했다. 빠르게 바뀌는 풍경에 현실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드라이브를 했는데 나올 때마다 풍경이 휙휙 바뀌어서 깜짝깜짝 놀라요. 나뭇잎 하나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 꽃봉오리가 있고, 금새 또 벚꽃이 피어있더라고요박혜인 학생은 한동안 동생과 할머니 댁에서 지내고 있다. 할머니 댁은 옥천읍이라 친구들을 만나러 나오게 되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다음에는 저녁 8시 이후에만 잠깐 잠깐 나왔어요. 그런데 오늘 오랜만에 낮에 나오니까 눈이 부시더라고요. 캄캄한 밤 풍경만 보다가 너무 놀라웠어요

 

박혜인학생과 조윤진학생, 그리고 정사랑 학생은 거의 한 달 만에 만나게 되었다. 조윤진 학생의 생일에 함께 모여 생일파티를 한 이후로 처음이다. “원래 매일 붙어있었지요! 좋아하는 것이 비슷해서 쉬는 시간마다 같이 캐릭터를 만들며 그림을 그렸어요. 학원도 같이 다니니까 학교 끝나고도 붙어있었어요정사랑 학생이 말했다. 학교에 가지 않는 동안 정사랑 학생의 일과는 많이 달라졌다. “잠을 새벽 5시나 새벽 6시에 자다 보니 12시 반에나 일어났어요. 동생이 둘 있는데, 저랑 일정이 많이 달라 둘이 싸우는 소리에 일어나기도 해요. 오후 2시 반쯤 다시 잘 때도 있어요. 부모님은 제가 몇 시쯤 자는지 몰라서 왜 이렇게 많이 자냐고 말씀하시기도 해요.”

조윤진 학생과 박혜인 학생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두 학생은 장난 어린 표정으로 정사랑 학생에게 말을 한다. “늦게 일어나네! 아침이면 눈이 떠지던데?” 정사랑 학생은 뭐야, 나만 그런 거야?”라며 장난을 받는다. 사실 시간대가 다를 뿐이지 총수면 시간은 비슷하다. 이렇게 다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세 학생은 집에서도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다. 카카오톡의 무료 전화 기능인 보이스톡을 실시간으로 켜둔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데 각자 할 일을 하면서 보이스톡은 켜놔요. 그러다가 갑자기 애교송을 불러보라고 장난치기도 하고. 뜬금없이 너 이거 아냐며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그러면 같이 학교에 있는 것 같더라고요

즐거운 학교생활을 대신하는 과제들

세 학생은 매우 즐겁고 활기찬 학교생활을 보냈다. 조윤진 학생은 작년 314일에 진행했던 파이(원주율)데이에 무려 100자리가 넘는 원주율을 외워 1등을 거머쥐기도 했다고. “윤진이가 진짜 많이 외웠어요. 작년에 정말 재밌었는데, 봄에 있던 축제는 사라지고 여름도 없어지거나 미뤄질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동아리 축제도 많았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요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진로체험을 했다고 말했다. 박혜인 학생은 벽화 동아리, 조윤진 학생은 수공예 동아리, 정사랑 학생은 승마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다들 하나같이 동아리 활동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박혜인 학생은 아직 서툴러서 어렵기도 했는데, 막상 하다보니까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수공예 동아리였던 조윤진 학생은 집에 하나씩 무언가 만들어가서 자랑을 하면 다 같이 즐거워해서 그 시간이 좋았다. 승마 동아리였던 정사랑 학생은 사실 처음에는 인터넷 접속이 안 돼서 남은 자리가 승마뿐이라 하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어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끌어주는 것만 탔는데, 어느 순간 제가 스스로 타게 되었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라고 말했다. 하나같이 즐거운 추억들이다. 정사랑 학생은 이번에 중학교 1학년이 되는 동생이 있다. “저희는 1학년을 이렇게 즐겁게 보냈는데, 동생은 아직 교복도 못 입어봤어요. 구입해 놓은 동복은 입지도 못하고 하복을 새로 사야할 것 같더라고요. 동아리도 학년마다 다르다던데 저희도 2학년은 무슨 동아리가 있는지조차 몰라요

박혜인 학생과 조윤진 학생, 정사랑 학생은 쉬는 시간이면 일러스트 캐릭터를 즐겨 그린다. 각자 자신들의 캐릭터를 그리면 오늘은 만나지 못한 친한 친구가 이를 다 모아서 하나의 장면에 그린다. “한 명이 구상을 짜면 다른 한 명이 러프스케치를 해요. 러프스케치는 개략적으로 묘사를 하는 스케치를 말해요. 이런 방식으로 같이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지요

각자 그린 캐릭터를 함께 모아 그린 일러스트, 중학교 1학년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각자 그린 캐릭터를 함께 모아 그린 일러스트, 작년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세 학생은 모두 막상 학교에 가면 가기 싫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학교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대신 쏟아지는 과제가 불편하고, 집과 학교의 경계가 없어 항상 애매한 기분이라고. “과제가 은근 많아요. 그리고 인터넷으로 수업을 한다는데 학교에 가면 선생님들 설명으로 공부하고 그래도 친구들이랑 같이 있는데, 지금은 정해진 사이트가 있어서 거기에 과제를 내야 해요. 그리고 집에서는 쉴 수 있었는데 집에서도 쉬지 못하고 학교랑 집의 경계가 없어서 너무 불편해요쏟아지는 과제는 모든 학생의 불만인가보다.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한다고. “지금 못 나가는 진도를 나중에 나간다고 할 텐데 한 번에 그걸 어떻게 다 할지도 너무 걱정되고, 한 학년이 올라가도 배운 게 없으니까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매우 걱정되지요

학생들이 체감하는 옥천의 모습

박혜인 학생은 동생이랑 둘이 있으면 같이 게임하고 노는데, 지금은 할머니 댁에 있어요. 동이면에 있을 때에는 주변에 마트나 가게가 없어서 저녁에 잠깐 나가려고 해도 정말 무서워요. 좋은 점은 밤에도 아침에도 조용하다는 것인데, 잠옷을 입고 돌아다녀도 노래를 신나게 틀고 돌아다녀도 상관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박혜인 학생은 저의 경우는 부모님의 출퇴근 시간과 비슷해서 보통 부모님과 다니지만, 면은 버스가 진짜 없어요. 배차 간격도 1시간에 한 대 다니나요. 적어도 30분에 한 번씩은 다녔으면 좋겠는데, 조금만 늦어져도 안 다니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보통 무엇을 하고 노는지 물어보니 학생들은 대전에 나가서 방탈출 카페를 가기도 하고, 보드게임도 좋아해요. 그리고 노래방도 잘 갔는데, 지금은 못가네요라고 이야기했다. 옥천에는 놀거리가 많지 않고, 오락실도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많다고. 조윤진 학생은 방탈출 카페가 생기면 진짜 단골이 될 텐데! 그런데 옥천에는 재밌는 놀이 시설이 잘 안 생기네요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윤진 학생은 코로나-19로 인해 버스를 타게 되었을 때 두 명이 앉는 자리라도 한 명이 앉아있으면 차라리 서 있게 돼요. 그런데 또 서 있으면 봉을 잡게 되니까 그 자체가 걱정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버스에도 사람이 별로 없어요. 특히 판암에서는 바로 앞에만 나가도 옆에 다니는 사람이 마스크를 안 쓰고 있으면 신경이 쓰이고 그 사람만 보게 돼요. 누가 기침을 하기라도 하면 다들 불안해하고요. 마스크도 거의 안 팔았어요. 편의점을 한 번 가려고 해도 마스크를 써야하고 엘리베이터도 누르기 불편하고 그래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코로나 때문에 가까운 사람이 안 좋은 일을 당해도 얼굴조차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속상하고 불편한 일인 것 같아요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사라지고 우리 학생들의 소중한 일상이 돌아오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