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회사 13년 근무경력 서정호, 권윤희 부부
이원 농약농자재 마트 운영 "농민들 고품질 농산물 생산 돕고 싶다"

"이원 농민들이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원농약 농자재마트를 운영하는 서정호(오른쪽)·권윤희 부부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읍면소식-이원면]  비료포대가 마당에 나란히 줄을 서 있는 가게 안으로 이원면 주민들이 북적인다. 주인장이 오는 손님마다 시원한 음료를 건네고 주민들과 안부를 묻고 농담을 주고받는다. 농약 분무기 작동이 안 되서 헐레벌떡 찾아온 아주머니와 작은 부품을 사러 온 어르신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옆에서 지켜보던 주민들이 "그렇게 장사하면 남는 거 없어"라며 오히려 걱정을 하신다. 점심시간에 찾아온 주민들과 함께 자장면이나 분식을 시켜 나눠 먹기도 한다. 물건을 팔기보다 정을 나누는 곳, 이원 농약농자재 마트다.

이원면에서 농약과 농자재를 판매하는 곳은 손에 꼽혔다. 그러나 3~4년 전 한 농약사가 문을 닫으면서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농민들에겐 비상이 걸렸다. 필요한 농약과 농자재가 이원면에 없을 경우, 읍내까지 나가야 했다. 지난 해 말, 이원양조장 맞은편에 이원 농약농자재 마트가 들어서자 주민들은 반색했다. 더 이상 읍내까지 나가지 않아도 되겠다며 손뼉을 쳤다.

이원농약사는 서정호(40), 권윤희(36)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농약사인만큼 가게 안은 활기로 가득차다.

서정호, 권윤희 부부는 농약사 사장이라는 직함 외에도 초보 귀촌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게 일 때문에 아직 귀촌인으로서의 삶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서정호씨와 권윤희씨는 2013년 5월 결혼하면서 청주로 이사왔고, 작년 11월 옥천군 이원면에 자리 잡았다. 적응력 좋은 권윤희씨는 농촌에서의 삶이 딱히 불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서정호씨에게 농촌은 추억이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기 때문에, 초등학교 4학년까지 할머니와 함께 시골에서 지낸 서정호씨는 농촌이 익숙하다. 당시 초등학교 전교생이 60여명이었는데 함께 뛰어놀던, 즐거운 추억이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고.

가게 문을 연지는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정호씨는 농약 판매에 있어 잔뼈가 굵다. 충북대에서 재배학, 병해충학, 토양학을 공부한 것은 물론 담배와 인삼재배를 주전공으로 공부했다. 경제 불황이 아무리 심하게 오더라도, 1차 산업인 농업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정한 진로였다. 그의 삶은 대학 졸업 이후에도 농업이라는 맥을 따라 움직였다. 2006년 3학년 2학기에 남들보다 빨리 농약회사에 취업해 13년간 근무했다. 영업직을 하면서 영동과 옥천, 보은, 청주를 관할했고 이곳저곳을 누볐다. 농약에 관해서는 빠삭한 전문가다.

농약회사에서 일하면서 개인 농약사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마음에 귀촌할 장소를 물색했다. 옥천은 서정호씨가 영업직으로 활동하면서 자주 봐왔던 곳이다. 교통요충지이면서 물 맑고 공기 좋은 옥천에 가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원면에 농약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사를 결정했다.

농약사를 차리면서 본래 알던 농가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인터뷰 도중에는 길을 지나가던 주민이 참외 두 박스를 가져다주며 먹어보라고 권한다. 서정호, 권윤희 부부는 주민들에게 받은 정을 돌려주고 있을 뿐이다. 이원 농약사를 자주 찾는다는 주민 한 분은 갖가지 형용사를 끌어 모아 이원농약사에 대한 연이은 칭찬을 한다.

"여기 주인장 부부가 엄청 좋은 사람이야. 싹싹하고 상냥하고 예의바르고 활발하고 착해. 지나가다 매일 잠시 들러. 여기 사장님이 아는 게 많아서 많이 배우고 있어."

이원농약사의 문은 농민들의 시간에 맞춰 열리고 닫힌다. 동절기에는 아침 7시30분부터 해지기 전까지 가게를 운영한다. 주 7일 내내 가게를 열다보니 힘들 법도 하지만 찾아오는 농민들을 생각하면 하루 쉬는 것도 미안하다.

서정호, 권윤희 부부의 목표는 농약사가 이원면에 안정적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지금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노력해서 좋은 제품을 전달하고, 농민들이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게끔 돕고 싶다. 가게가 좀 더 잘되면 농약사 내부 환경을 개선해 주민들이 잠시 쉬어가고, 농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서정호씨는 말한다.

"농업은 하늘이 80이고, 나머지는 사람이 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농약 없이 수확이 안 되는 작물도 많습니다. 농약은 농업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죠. 농약사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농약사 내부 환경도 개선시켜서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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