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용 (안남 화인산림욕장 대표)

벗꽃은 일본을 상징하는 꽃이므로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꾸라꽃(桜の花=벗꽃)을 일본의 국화(國花)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게 인식하게 된것은 일제는 진해에 해군기지를 설치 하면서 해군통제부 안에 벗나무을 옮겨다 심어 매년 4월초면 인산인해를 이루게 했고,일미(日美) 우호의 상징으로 1912년 일본이 미국에 기증한 3,000 그루의 벗나무를 워싱톤 D.C 포토맥강을 따라 심게하여 포토맥벗나무공원(Potomac cherry park)을 조성시켜 Washington D.C 시민 뿐만아니라 전국은 물론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의 국화(國花)는 벗꽃(Sakura=桜=さくら)이 아닌 가을에 노랗게 피는 우리의 장례식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국화(菊花)이다.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문장(紋章)이 바로 국화(菊花)이며,우리가 옛날에 제기차기 할 때 가운데 구멍이 커다랗게 뚫인 일제가 주조한 동전을 보면 국화 문장이 선명이 각인되어 있음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일제가 발행하여 쓸모없게 된 지폐로 딱지놀이를 했던 지폐에도 국화문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여권의 표지에는 무궁화문장이 있듯이 일본인들 여권 표지에도 국화문장(菊花紋章)이 찍혀 있음을 볼 수 있어 그들의 국화(國花)는 국화(菊花)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우리들은 일반적으로 벗꽃을 일본꽃 이라고 경원하고 하대하며 경멸의 대상으로 삼아 우리의 생활속에 다방면으로 부정적 의미로 사용해온 말이 "사쿠라"이다.

 

일본인들이 수 많은 벗꽃중 가장 좋아하는 품종으로 70%를 차지하는 소메이요시노(染井吉野=왕벗꽃)는 화려하고 화끈하게 피었다가 일시에 지므로 일본인들의 기질에 딱들어 맞는 벗나무이다.

이 왕벗나무의 원산지가 바로 우리나라 제주도의 한라산이며, 일본으로 시집가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것임을 아는 일본인들은 흔치 않다..

2013년 7월 9일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전국 국도중 환상의 드라브 코스 Best 10에 옥천읍과 안내면을 잇는 우리 군내 37번 국도가 당당히 선정 되었다.

이 환상의 벗꽃길은 수북리를 거처 보은으로 가던 길이 대청댐 건설로 수몰이 되어 옥천읍 죽향리에서 군북초교,장계리를 거치는 신설도로를 따라 조성돼 있다.

 

군수님과 오찬중에 당시 가로수를 심을 군 예산이 없다는 군수님의 얘기를 듣으시고, 필자의 선친(鄭泰興)께서 300만원을 쾌척 하시면서 옥천 I.C에서 고향인 안남면 소재지까지 벗꽃길을 조성해달라는 조건을 달으셨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행정착오로 안남을 안내로 착각하여 안내면 소재지까지 심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매년 교동에서 벗꽃제가 열리고 있어 이미 고인이 되신 선친께서도 흐뭇해 하실 것이지만, 온난화와 기후의 변덕으로 들쑥날쑥한 벗꽃 개화시기를 확정 지을 수 없어 매년 관계기관과 상인들의 애간장을 태우게 한다.

이런 벗꽃 개화기 시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여유작작하게 준비하며 계획을 세우는 곳이 있었다.

일본은 대체로 2월말에 오끼나와에서 벗꽃이 피기 시작하여 3월 중순부터는 규슈(九州)와 시코쿠(四國),3월 하순경에는 혼슈(本州)의 간토(関東) 이남,3월 말에는 도호쿠(東北)지방의 센다이(仙台)이남에서 피다가 4월 10일 경에는 아오모리(青森),5월 상순경에는 혹카이도(北海道)의 하코다데(函館)에 상륙하여 5월 중순에 아사히가와(旭川)에서 마지막으로 꽃을 피운후 일본열도 벗꽃 종단의 대축제의 막을 내린다.

 

그런데 이런 코스와는 별개인 특이한 곳이 시즈오카껭(静岡県) 이즈(伊豆)반도 동남부에 위치한 가와즈(河津)란 곳이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동해에서 불어오는 한파를 후지산(富士山.3,776m)이 병풍처럼 가로막고 있어 매년 2월10일부터 3월`10일까지 한달간이나 벗꽃축제를 여유작작하게 즐기고 있는 곳이다.

다른 곳에서는 피지않는 시기인 2월상순~3월상순의 축제기간은 전국은 물론 요즘은 외국인,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의 인해전술에 비명을 지를 지경으로 대성황 이란다.

필자는 표고버섯 가공공장이 많은 그곳과 가까운 슈젠지(修善寺)에는 자주 갔었으나 가와즈 벗꽃축제를 처음 본것은 1995년 2월 22일 이었다.

 

금년(2020) 1월 중순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후안에서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창궐 하기전인 2월초에 거래처인 시즈오카(靜岡)의 사와무라(沢村) 사장으로부터 가와즈 벗꽃축제에 와서 료칸(旅館)에 묵으면서 시간에 구애됨 없이 온천을 즐기며 한잔 나누자는 연락이 왔다.  

후안 바이러스에 약간 마음이 걸였지만 두말없이 승락하고 2월 12일 시즈오카 마운틴 후지공항(Shizuoka Mt.Fuji Airport)을 거처 현지로 갔다.

주위 풍경은 처음 왔을 때와 별로 변한 것이 없었으나 구름처럼 밀여드는 인파와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차량행렬은 비교가 되질 않게 많아졌다.

벗꽃축제의 입장은 무료지만 500 여대를 주차할 주차장이 몇군데나 되덴데 주차료 700엥(한화 약 7,700원.대형차는 3,000엥)만 받고 있었다.

이곳 가와즈는 가와즈강 양안(兩岸) 약 4km 구간에 850 여 벗나무가 심겨져 있고,흰색,보라색,핑크까지 골고루 배열하여 심겨져 있었다.

 

필자가 방문한 2월 13일에 벌써 개화가 시작되어 양안은 형형색색의 벗꽃으로 이미 장관을 이루었고,양안 길에는 사람들로 넘처나 절정기와 주말에는 교통정리에 진땀을 뺀단다. 기후가 온화하여 산중턱에는 별장들이 즐비하고, 온천수를 끌어 올리는 원천(源泉)탑이 마치 유정에서 원유를 퍼올리는 커다란 시추탑처럼 보이는 곳도 두곳이나 보여 주위를 온통 수증기가 에워싸고 있어 쉽게 온천을 찾을 수 있었다.

원천에서 나오는 곳에 달걀을 넣어 쌂은 것을 팔기도 하며 120 여 점포가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길가에는 피곤한 다리의 피로를 풀도록 온천수로 족탕도 만들어 놓아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쉬도록 배려해 두었다. 각 벗나무에는 고유번호가 부착되어 있었고,관리를 위해 사람 이름도 붙여 놓은 곳도 있었다.

가와즈 주민들은 이 축제를 위해 50 여년전부터 추위에 강한 벗나무를 심고 연구 개발하여 일찍 개화하는 품종을 탄생시켜 금년으로 벌써 30회가 된단다.

금년은 우한 바이러스 때문에 중국인들이 구름처럼 밀여들지 않아 시끄럽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조용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들의 말에 묘한 뉴앙스를 느낄 수 있었다. 

가와즈는 단 한달간 벗꽃축제 기간의 주차료로 만으로도 수십억엥의 수익을 올여 주민들이 일년내내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다고 하여 부러웠다. 

벗꽃이 피는 봄에는 37번 국도에서 벗꽃을 즐기시고, 37번 국도를 따라 인포 삼거리에서 안남으로 들어 오신후 화인산림욕장에서 계절에 관계없이 사시사철 휠링(healing=치유)의 숲을 만끽 하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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