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서 (전 옥천군친환경농축산과 과장)

코로나 19로 시름에 빠진 농민들에게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농산물 판매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온라인이나 택배 등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는 가운데 코로나 19 선별진료소에서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농산물 판매에 활용되고 있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소비자가 자기 차에 탄 채 창문만 살짝 열고 결재하면 판매자가 농산물을 차에 실어주는 방식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팔 걷고 나섰다. 제일 먼저 포문을 연 곳은 경북 포항이다. 3월 14~15일 포항시는 어류양식협회와 함께 호미곶에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활어회 도시락 800개를 단 시간에 팔아치우는 대박을 쳤다. 

포항시를 시작으로 전국 지자체들의 드라이브 스루를 활용한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경북 영덕, 칠곡을 비롯하여 경남 창원, 전북 고창, 충남 서산, 경기 용인 등도 드라이브 스루 농산물 판매전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는 기본이고 미나리, 딸기, 마늘, 수국, 우유 등 판매되는 농산물도 다양하다.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다. 준비된 물량이 몇 시간 만에 동이 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소비자는 코로나 19 감염 우려 없이 저렴한 가격에 안전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고, 농민들은 꽉 막혀있는 농산물에 대한 새로운 판로가 생긴 것이다. 

경북 칠곡 동명농협에서는 주요 도로변에서 미나리를 판매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북 청송교육지원청도 18일 주차장에서 지역농산물 판매 활성화를 위한 '착한 농산물 장터'를 열며 드라이브스루 방식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우유 판매에도 드라이브 스루가 도입됐다. 24일 경남 창원시는 부산경남우유협동조합과 함께 스포츠파크 만남의 광장 앞에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유제품을 판매했다. 개학 연기로 우유 소비가 감소하면서 지역 낙농가가 어려움을 겪자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충남 서산에서도 학교 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판매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25일부터 3일간 호수공원 일원에서 농산물 팔아주기 행사를 열고, 상추·근대·대파 등 친환경농산물 등 11종으로 구성된 농산물 꾸러미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판매했다. 반응도 뜨거워 행사 첫날인 25일만 해도 행사 시작 2시간 만에 꾸러미 150개와 딸기(1㎏) 200상자를 완 판하는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2개월 이상 아이들과 집에서만 있다가 보니 자연히 과일,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 자가 소비량이 늘어났다. 불가피하게 마트를 가거나 온라인 택배로 구매 할 수밖에 없다. 마트 갈 때는 마스크를 써보지만 대면 접촉에 대한 불안함은 여전하다. 택배비도 만만하지 않고 집 콕하는 답답함도 이젠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 택배비도 줄이고 모처럼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드라이브 스루 농산물 판매방식은 방역과 소비촉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도, 비대면 서비스 영역을 농수산물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농산물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촉진과 함께 판로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 19 국면이 지속하면서 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선 더욱더 그렇다. 모쪼록 드라이브 스루라는 새로운 유통 형태가 농산물 유통활성화에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난 가을부터 청성, 청산 지역의 인삼과 사과재배 농민을 비롯한 대부분의 농가들이 소비위축으로 인한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삼 같은 것은 코로나 19 사태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소비로 직접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지역에서도 지자체 차원의 드라이브 스루 농산물 판매에 발 벗고 나서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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