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개학 연기… 친구들 못 만나
남곡리 남매, 서로에게 의지하며 시간 보내

[읍면소식-동이면] 동이면 남곡리 마을회관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가면 낡은 집 여러 채와 외양간이 있다. 외양간에서는 소 30여 마리가 한가로이 마른 짚풀을 뜯고 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아이들의 시끄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킥보드를 탄 아이들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아이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깔깔댄다.

시골마을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귀하다. 평소와 같은 3월 평일날이었다면, 마을은 적막했을 테다.

염은진 학생(동이초6)과 염지후 학생(동이초3)은 남매다. 지난 1일, 일요일 저녁 염은진 학생은 다음 날 개학을 앞두고 책가방을 꾸리던 중 큰 실망을 금치 못했다. 코로나19 여파 탓에 방학이 연기됐기 때문이다. 1주간 연기됐던 방학은 다시 2주 더 연기됐고, 17일에는 3차 개학연기(2주)가 이뤄졌다. 아이들이 집에 홀로 남게 된 이유다.

남매는 원래 대전에서 살았다. 염은진 학생이 8살일 무렵, 부모님과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던 동이면 남곡리로 이사왔다. 3대가 한 집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는 농사 일을 하고 어머니는 어린이집에서 일한다. 오늘은(17일)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 모두 농사일을 나가 집이 텅 비었다. 매일 집이 비진 않지만 남매끼리 지내는 시간이 많다.

남매는 평소 오전 6시 30분쯤 눈을 뜬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어머니의 잔소리 없이 스스로 일어난다. 아침 식사는 둘이서 먹을 때도 있고 가족과 함께 먹을 때도 있다. 오늘은 둘이서 식탁에 앉아 맨밥에 김치를 비벼 먹었다. 다른 반찬이 있지만 김치를 좋아해서 김치만 먹었다. 나머지 시간은 공부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게임을 한다. 또 뒹굴거리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텔레비전을 본다.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남매는 시간을 철저히 지켜가며 게임을 한다.

남매는 가끔 선사공원에 나가 킥보드를 타고 논다. 킥보드는 염은진 학생이 4학년일 때 어머니가 선물해줬다. 킥보드를 타면 바람이 시원해서 좋다.

어른들이 집에 있으면 남매는 리모컨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레고를 가지고 논다. 방학이 연기되서 처음에는 좋았지만 시간이 지속될수록 따분하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속이 더 답답하다.

남매는 얼른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보고 싶다. 3월 초부터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 카톡으로 연락하긴 하지만, 혹시나 공부하는데 방해될까봐 연락을 자제한다. 학교에서 수다 떨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남매는 학교에 가고 싶다. 친구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남매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친구들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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