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고래실 2017년 3월 창립, 지역 문화컨텐츠 회사로 성장
옥천을 거점으로 한 잡지 ‘월간 옥이네’와 단행본 제작, 골목축제도
이범석 대표, ‘옥천만의 예술문화 창출해 지역민과 공유하고 싶다’

사회적기업 고래실 이범석 대표는 옥천만의 문화예술이 넘치는 지역사회를 만들고 싶어했다. 이제 만 3년을 넘긴 고래실은 올 해도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고래실 이범석 대표는 옥천만의 문화예술이 넘치는 지역사회를 만들고 싶어했다. 이제 만 3년을 넘긴 고래실은 올 해도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확신했지만 알 수 없는 미래였다. 2017년 지역문화 창달과 예술발전을 위해 문을 연 사회적기업 고래실은 고생길이 뻔히 보이는, 어쩌면 지속하지 못할수도 있는 그 길을 나아갔다.

바닥을 모르고 위축되는 출판산업, 그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힘들다는 잡지를 만들고 축제와 강연, 전시 등 지역문화 사업을 시작했다. 어떤 것도 소위 돈 되는 사업이 아니었고 성공 또한 보장되지 않았다. 잘 하면 본전, 못하면 지역사회에서 오해와 비난을 받기 좋은 사업들도 있었다.

고래실 창립 이후 어떤 이들은 3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 했다. 3년은 신생업체들에게는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간으로 평가된다. 자본금을 다 소진하고 내부 갈등으로 인한 구성원 이탈 등으로 문을 닫거나, 업계에 단단히 자리 잡고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점이 대체로 3년째라는 의미다.

2017321일 창립한 고래실은 오는 21일이면 만 3년을 넘긴다. 지난 3년간 고래실은 안정적으로 월간지를 발행하고 다양한 문화사업도 추진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사회적기업에 지정되고, 지난달 27일 한국잡지협회가 주관한 ‘2020년 우수콘텐츠 잡지로 선정됐다. 그 사이 공공연하게 문을 닫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은 사라졌다.

고래실이 바꿔낸 지역사회의 모습은 다양하다. 주민들이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골목을 거점으로 한 축제도 처음 시작했다. 지역 안팎의 다양한 소식을 옥천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낸 월간 옥이네도 발간한다. 지역 문화사업을 이끌어낸 고래실 이범석 대표는 옥천만의 문화예술을 지역민들이 항유하고 스스로 만들어가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옥천은 사회문화적 콘텐츠는 풍부합니다. 이것들을 고래실이 발굴하고 지역민이 향유하면 더 나은 문화적 토대를 가진 옥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전 위성도시 옥천이 아니라 스스로 정체성을 정립하고 이를 강화하는 옥천이 되도록 돕고 싶습니다.”

 

‘3년 내 망할 것이라고? 30년을 보고 있습니다

이제 곧 3년을 채울 고래실은 그간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발굴 및 실현해왔다. 20177월부터 지금까지 월간 옥이네를 발간하고 있으며 고정 구독자도 어느새 400여명으로 늘어났다. 고래실이 직접 발간한 단행본도 3권 나왔고, 옥천문화원, 송건호기념사업회와 각각 협업해 만든 단행본도 2권 제작했다.

마실 옥천이라는 마을여행도 진행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옥천행복교육지구 사업 일환으로 진행했으며, 올 해는 미래교육지구연계 마을방과후 협력사업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지역을 디자인 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외부 사회단체나 공공기관, 기업체 등에서 알리고 싶어하는 소식을 지역사회에 잘 전달하도록 돕는 컨텐츠 생산은 물론, 금거북이길 벽화나 조형물 설치 등 공익사업도 진행했다.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에서는 지역민들이 만들어가는 다양한 창작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만화카페로 바꿔 지역 청소년들이 함께할 수 있는 길도 마련했다.

올 해에는 옥천버스 앞 상가 건물을 개선해 여행자 쉼터도 마련한다. 작지만 여행자들이 쉴 수 있고, 옥천과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이범석 대표는 지난 3년을 통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평가했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지역에서의 역할을 찾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처음 고래실이 만들어졌을 때 어떤 분들은 3년을 못갈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3년이 됐으니 최소한 3년 이상은 갔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웃음). 인구 5만여명 농촌 옥천에서도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할 것 보다 앞으로 할 게 더 많습니다.”

문화창작공간 둠벙은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은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청년들이 찾는 문화공간 만드는 게 목표

고래실은 향후 3년 내 자립구조를 만들기 위해 보다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올 해는 사회적기업 1년차로 3년까지는 인건비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지역 내 공익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자립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자립과 공익적 가치 실현을 위해 먼저 옥천내 청년들이 참여하고 이용하며 머무를 수 있는 청년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안팎의 청년들이 참여하는 청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마을여행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결합하는 활동도 구상하고 있다. 소극장을 마련해 밴드공연과 동아리 활동, 연극 등 문화프로그램도 활발히 열고 싶다고 밝혔다. 더불어 게스트 하우스를 마련해 외지 청년들이 지역사회에 머물며 보다 깊이 있게 교감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고래실이 있는 금거북이길(금구리 골목) 내 사회적기업을 보다 늘려 상호 협력할 계획도 있다. 현재 예비사회적기업을 준비 중인 옥이네 식당과 옥천기록공동체가 금거북이길에 자리 잡도록 했고, 그 외 다양한 문화예술 단체들도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이범석 대표는 이를 통해 문화와 예술이 넘쳐흐르는 옥천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허황된 생각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문화와 예술이 넘쳐흐르는 옥천을 만들고 싶습니다. 문화예술이나 청년문화라고 하면 아직 대도시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보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오히려 옥천은 작기 때문에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이고 주민들을 보다 자주 만날 수 있기에 저희들의 진정성을 알아주고 함께해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적으로 옥천을 살찌우는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2017년 7월 첫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달 월간 옥이네가 발간된다. 옥이네는 옥천을 중심으로 지역 안팎의 소식을 다채롭게 담아내고 있다.
2017년 7월 첫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달 월간 옥이네가 발간된다. 옥이네는 옥천을 중심으로 지역 안팎의 소식을 다채롭게 담아내고 있다.

관련단체 및 공공기관과 긴밀한 협업은 고민

이범석 대표는 지역내 다양한 문화예술단체나 회사가 생기길 바랐다. 서로 경쟁하는 대신 옥천이라는 공간 속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지역문화 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믿어서다.

때문에 지금보다 더 활발한 단체 및 공공기관과의 협업이 고민거리다. 이미 옥천군이나 민예총 등 다양한 기관단체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긴밀한 관계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해서다. 일부 사업은 옥천군과 예술문화단체, 고래실이 각각 진행하면서 같은 지향을 가진 사업이 중복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문화예술과 관련해 군이나 저희나 지역 문화예술단체나 지향점은 비슷합니다. 서로 협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결과물을 보면 충분히 협업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앞으로는 보다 긴밀하게 협업해 지역예술문화 발전에 더욱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래실에는 현재 10명이 일하고 있으며, 이 중 5명이 청년들이다. 청년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하고 또 지역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건 이곳이 옥천이기에 가능하다는 이범석 대표. 그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고래실 사람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할 것이라 설명했다.

인구 5만여명의 작은 지역에서 저희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토대를 만들어준 지역주민 덕분입니다. 군의 협조도 컸고요. 무엇보다 고래실에는 젊은 사람들이 옥천에 와서 문화예술 융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오래오래 문화예술로서 옥천에 기억되는 사회적기업으로 남고 싶습니다.”

 

이범석 대표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과 예비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옥이네 식당. 고래실은 둠벙과 옥이네식당 2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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