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서울서 귀농한 정순점·김명성 부부
동대리·서대리·도율리 등지서 밤, 감자, 고구마 재배
"농사 짓고, 드럼치고, 또 농사짓고, 드럼치고…음악 가득한 삶 행복해요"

농사 짓는 고된함은 음악으로 날린다. 남편 김명성(50, 안내면 동대리)씨는 드럼으로 경쾌한 리듬을 만들고, 아내 정순점(58, 안내면 동대리)씨는 젬베(아프리카에서 축하연과 제식에 사용하는 큰 성배 모양의 북)로 화음을 얻는다. 농사 짓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지만, 음악을 향한 부부의 열정 덕분에 아안내면 동대리 '드럼치는 농장'에서는 음악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들 부부가 처음 안내면 동대리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건 2017년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들 부부는 농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정순점씨는 35년간 대기업에 다니다 정년퇴직했고, 김명성씨는 포크레인 기사로 일했다. 주요 근거지는 서울이었다. 그랬던 부부가 안내면 동대리로 귀농을 결심한 건 김명성씨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두통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약을 하루에 한 번 꼬박꼬박 먹었어요. 약을 먹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두통이 심했죠.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울에서 벗어나 동해, 남해, 서해 등지로 2~3년 정도 돌아다닌 것 같아요. 그러다가 인터넷을 통해 안내면 동대리 부동산 매물을 보고 이주를 결심했어요. 아무래도 옥천은 교통의 중심지다보니 (당시 직장을 다녔을 때니까) 편할테고, 무엇보다 공기도 맑고 자연환경이 두통을 완화시켜주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있었죠." (김명성씨)

그렇게 안내면 동대리에 자리를 잡은 부부는 기존에 있던 집을 부수고,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동대리 근처 밭에서 농사도 시작했다. 처음 농사 지었던 작목은 '감자'였다. 

"동네 분들이 감자를 많이 키우시더라고요. 어깨 너머로 보다보니까 저희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자를 우선 심었죠. 인력은 쓰지 않고 오롯이 저희 부부가 도맡았어요. 이를 시작으로 밤, 고구마, 고사리 등으로 범위를 넓혔죠. 땅은 동대리, 서대리, 도율리 등 각 마을에 퍼져 있어요. 아무래도 4천평 부지에는 밤나무와 고사리가 심겨 있어요. 감자는 2천평 고구마는 400평 가까이 심어요." (정순점씨)

지난주 김명성·정순점 부부는 수미 감자를 20박스(20kg 기준)를 2일에 거쳐 심었다. (사진제공: 드럼치는 농장)
논을 정리하는 정순점씨의 모습. (사진제공: 드럼치는 농장)
지난해 밤을 줍는 정순점·김명성 부부의 모습. (사진제공: 드럼치는 농장)
정순점·김명성 부부가 수확한 밤.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에 진열됐다. (사진제공: 드럼치는 농장)

남편 김명성씨는 안내면, 옥천읍 등에 사는 회원으로 구성된 '향수 밴드'에서, 아내 정순점씨는 옥천군 귀농귀촌연합회에서 재무국장을 맡고 있다. 특히 정순점씨는 식품가공기능사, 유기농 기능사 자격증까지 딴 능력자다.

"귀농하면서 취미로 뭘 배워볼까 하다가 오랜 꿈이었던 드럼을 치기로 했어요. 저희 또래는 가수 송골매처럼 밴드 음악이 유행했었거든요. 로망도 있었고 이 기회에 배워보자 했죠. 대전으로 드럼 학원을 약 3년간 다녔어요. 1년 정도 배우고 나서는 각종 축제에 가서 기부 공연을 했습니다. 가장 근래에는 감자·옥수수 축제에 재능 기부를 했죠. 매주 일요일은 저희 집에 향수밴드 회원들이 모여 합주를 하고 있어요. 드럼 뿐 아니라 기타, 색소폰, 클라리넷 등 회원들이 다루는 악기가 정말 다양해요." (김명성씨)

"저는 귀농귀촌연합회 안내지회에서 총무 일을 맡다가 올해 신임 재무국장 일을 맡았어요. 원래 오래전부터 귀농귀촌연합회 활동을 해왔죠. 그외에도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식품가공기능사나 유기농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벌써 3년이 훌쩍 넘었네요. 이외에도 가공협동조합 교육이라든지 로컬푸드 생산자 교육 등을 받고 있어요. 농기센터에서 많이 배우다보니 자연스레 로컬푸드를 알게 됐죠." (정순점씨)

현재 드럼치는 농장 이름으로 가공된 포도즙이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출하된다. 이뿐 아니라 소량이지만, 밤과 고사리 등도 선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안내면 동대리에서 직매장으로 직접 농산물을 비치하러 가야 하니 거리적 부담감이 있다.

"동대리다보니까 읍으로 나갈려면 시간이 꽤 걸리잖아요. 그래서 농산물 현물은 잘 안내게 되는 것 같아요. 팔지 못한 농산물은 회수한다는 원칙이 있으니까 수시로 왔다갔다 해야잖아요. 그래서 주로 포도즙처럼 가공품을 내고 있어요. 가공센터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가는 것 같아요. 포도도 농사를 작게 지었기 때문에 요즘은 포도즙을 내고 있습니다." (정순점씨)

정순점씨는 젬베를, 김명성 부부는 드럼을 치고 있다.
정순점씨가 드럼을 치고 있다. 
김명성씨가 드럼을 치고 있다. 
정순점씨가 젬베를 치고 있다. 

 

김명성·정순점 부부는 요즘 '체험농장' 운영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정순점씨는 이를 위해 농기센터 E-비즈니스 교육과 강소농 교육을 수료했다. 단순히 농사를 짓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농업 체험을 하면서 땀의 가치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고사리와 밤 관련해서 체험농장을 서서히 준비하고 있어요. 이달에는 체험농장을 위해서 고사리의 종근(뿌리)을 이식했어요. 지리산에서 자란 먹고사리인데 아무래도 더 맛있고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서 직접 공수했죠. 앞으로도 차근차근 체험농장을 위한 준비를 할 거에요." (정순점씨)

농사는 늘 불안정성과 함께 간다. 한달에 한 번 꼬박 꼬박 월급이 나오던 월급쟁이 시절에는 몰랐던 경험이다.

"저희 뿐 아니라 농사를 짓는 분들 모두 불안정한 소득 때문에 걱정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떤 때는 갑자기 재해가 닥쳐서 한해 농사를 망치고 또 어떤 때는 수입산 농산물로 인해 가격이 폭락하면서 어려움을 겪죠. 저희도 농사 시작하면서 항상 이런 불안정성에 시달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쩔 때는 작더라도 꼬박꼬박 월급 받는 월급쟁이의 삶이 그립기도 하죠. 그래도 저희는 농사를 즐겨요. 아내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능동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누구 손 안쓰고 직접 농사를 지으려 해요. 앞으로도 이런 즐거움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김명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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