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면 현리 카페 '토닥' 이종효(33)씨 인터뷰

11일 안내면 카페 '토닥'에서 만난 이종효씨. 이종효씨는 올해 귀촌 6년차다.
11일 안내면 카페 '토닥'에서 만난 이종효씨. 이종효씨는 올해 귀촌 6년차다.

[읍면소식-안내면] 서울에서 짐을 싸 안내면 월외리 집에 도착했을 때부터 꼬박 두 달, 이종효씨는 침대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7월, 슬슬 무더워지기 시작하는 여름이었다. 창밖에서는 귀뚜라미와 풀벌레가 울었다. 어느날은 후두둑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었다. 서울에서 이종효씨는 무대미술 일을 했었다. 엄청난 소음 속에서 먼지가 뿌옇게 시야를 가리고 페인트 냄새가 코를 찔렀다. 

더 열심히 했으면 괜찮았을까? 종효씨는 이미 한계치까지 달렸다. 대전에서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전공으로 대학을 다녔을 때 시 지원을 받아 벽화사업으로 창업을 시작했다. 3년 동안 실력을 닦아 서울로 갔고, 본격적으로 무대미술을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아리랑, 베어 등 유명 뮤지컬 일을 맡을 수 있었고 광주 비엔날레 폐막식 일도 맡았다. 

쉬어야 할 밤인지 일어나야 할 새벽인지 알 수 없는 시간에 있었다. 종효씨는 고시원 집에 돌아와 잠시 눈을 붙였다. 적막이 공기를 덮었다. '관 속에 누워 있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같은 삶을 원한 게 아니었다. 종효씨는 바로 다음날 짐을 쌌다. 안내면 월외리, 집에 돌아왔다.

"두 달 동안 정말 아무 일도 안했어요. 그러다가 아버지한테 질질 끌려 나갔어요(웃음). 아버지가 딸기농장을 하고 계셨는데, 아버지 따라 슬슬 농사 일의 재미를 알았죠. 지금은 현리에 카페를 차렸어요. 매일 아침 9시 즈음 느즈막히 눈을 떠요. 200평 하우스 한바퀴 돌아 딸기 10kg 정도를 따서 그날 장사를 시작하는 거죠. 2kg은 음료를 만들 때 사용하고 8kg은 직판을 하는데 반응이 좋아요. 오후 두 시쯤 되면 다 팔리거든요." 

현재 종효씨가 하는 일은 농사와 카페일뿐 아니다. 옥천군 청년네트워크, 안내면 주민자치위원회, 한농연, 또 특기를 살려 이장협의회에서 벽화강사도 하고 있다. 안내초 학생들과 함께 마을 벽화를 그리는 일이다. 안내초등학교 학생들을 행복교육지구 모범사례로 만든 마을벽화 수업, 이 수업 중심에 종효씨가 있었다.

"이건 비밀이지만요. 안내초 학생들보다 제가 더 벽화수업을 좋아해요. 학생들이 정말 신나서 벽화를 그리는데, 몇몇 아이들이 꼭 벽화에 낙서를 해요. '000 바보'라고 쓰는데, 근데 거기 아래에 자기 이름도 써요. 그럼 누가 누구를 욕했는지 다 들키잖아요? 한참 웃었어요. 너무 순수하지 않아요(웃음)?"

서울 생활이 가끔 그리울 때도 있지 않을까. 종효씨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서울에 있었을 때 내내 종효씨는 홀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안내면에 와서는 그렇지 않다. 그와 주변 사람들이 어우러져 함께 그림을 그린다. 마을은 오색빛깔이 물든다. 오늘은 또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종효씨는 매일 아침 그런 생각을 한다. 
 

카페를 찾은 손님들의 모습. 
카페를 찾은 손님들의 모습. 
안내초등학교 '마을과 함께 하는 벽화그리기 프로그램'. 이종효씨 모습이 보인다. (사진제공: 안내초등학교)
안내초등학교 '마을과 함께 하는 벽화그리기 프로그램'. 안내 어린이들과 함께 웃음이 터진 이종효씨 모습이 보인다. (사진제공: 안내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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