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준(옥천중2) 학생 인터뷰

3일 안남면소재지로 들어가는 도로 한 가운데서 박선준 학생을 만났다. "안남에 사나요? 지금 시간 괜찮아요?" 갑작스럽게 성사된 인터뷰.
선준 학생의 집에서 만난 '동물친구들'. 이 치즈고양이(고양이 액체설에 신빙성을 더하는)의 이름은 '냥냥이'다.

[읍면소식-안남면] 박선준(옥천중2,안남면 화학리) 학생의 집은 안남면소재지와 2.5km 정도 훌쩍 떨어져 있다.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려고 안남초에서 옥천중으로 진학했다는데, 어쩐지 막상 선준 학생의 시간은 옥천읍은 물론 면 소재지와도 멀리 떨어져 있다. 

"아무래도 읍에 있으면 시끄러워서... 요새는 휴대폰으로 다 연결돼 있잖아요. 친구들이 보고 싶으면 전화하고 카톡을 해요. 친구들이나 저나 과묵한 편이라 오래 말하지는 않긴 한데... 물론 다른 할 일도 많아요. EBS 강의도 들어야 하고 플루트 연습도 하고, 게임도 해요. 휴대폰이 뜨거워지면 열 식힐 동안 마당에 나와서 동물 친구들이랑 놀아요." 

평상에 앉은 선준 학생 다리에 치즈고양이(연한 갈색과 하얀 털이 섞인 고양이) 한 마리가 열심히 치대고 있다.

선준 학생의 꿈은 플루티스트다. 약 1년 전쯤 안남 지수리 시온교회에서 교회 아이들을 태우고 옥천읍 행복한교회에 갔다. 행복한교회에서는 '와이즈오케스트라'라고,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데 선준이는 플루트를 배웠다. 일주일에 한번씩 꾸준히 행복한교회에 가면서 취미로 시작한 플루트를 어느새 소중한 꿈이 됐다.

'한 곡 들려줄 수 있어요?' 물으니 선준학생, 고개를 젓는다. 곡 하나를 제대로 완성하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도 소리를 들려주는 게 싫단다. 집에서도 소리 하나 새어나갈 틈 없이 문을 꽉 닫고 연습한다. 과정을 보여주는 게 부끄럽고 결과가 중요하단다.

"선준 학생은 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하는 친구가 멋져 보여요, 아니면 공부 안 해도 천재처럼 잘하는 친구가 멋져 보여요?" 물으니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요." 대답한다. "제 눈에도 그래요."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결과보다 과정이 더 멋질 수도 있겠구나...' 선준 학생이 진지하게 말한다. "사실요. 제가 오늘 아침에 플루트를 책상에 세워놨는데 그게 똑 떨어져서 어디가 망가졌어요. 그게 망가지지만 않았어도 지금 들려드렸을 텐데... 아쉬워요."

조잘조잘 이야기한다. 아니, 누가 선준 학생더러 과묵하다고 했나?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도 특별히 나쁘지 않다. 다만, "지금은 단축수업이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새로 만날 쌤도 궁금하고요. 수업하면 만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친구들이랑 잠깐 축구도 했으면 좋겠어요. 요새 준승이가 저한테 축구를 가르쳐주고 있어요." 

이제 그만 가보겠다고 일어설 때까지 선준 학생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오늘 플루트 못 불러드린 거 정말 아쉬울 거 같아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저희 집 여기 내리막길이잖아요. 겨울에 눈 오면 꽝꽝 얼어서 썰매도 탈 수 있어요. 자전거를 타면 튕겨 날아오를 수도 있고요. 재밌어요 진짜." 헤어지는 게 아쉬운 시간이다. 아니, 그런데 정말 누가 우리 선준이더러 과묵한 친구라고 했나?

산에서 흐르는 물이 수도관을 타고 내려와 마당 대야를 가득 채웠다. 1년 365일 마르지 않는 냥냥이의 물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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