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브닝 스테이크, 종려나무샐러드, 치즈트리오토스트 등 브런치 일품
직접 담근 수제청, 허니 라떼도 좋아, 커피는 핸드드립으로 찾는 사람 많아
온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카페, 정지용 시인의 시와 근대식 분위기 물씬 

카페 창으로 보이는 대청호를 배경으로 두 모녀, 이심영씨와 엄정하씨가 사진을 찍었다.
카페 창으로 보이는 대청호를 배경으로 두 모녀, 이심영씨와 엄정하씨가 사진을 찍었다.

 풍경이 주는 힘이 분명 있다. 산과 강과 들이 어우러져 만든 한편의 서사시 같은 풍경은 요동치고 일렁이는 마음까지 잠재워준다. 속 시끄럽고 복잡다단한 사연이 몸을 힘들게 하면 그 곳에 가도 좋다.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불뚝불뚝 일어나던 화난 마음들이 일 순간에 가라앉는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다른 신세계에 다다른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인스타그램에 대표적인 ‘풍경이 좋은 옥천 카페'로 소개되는 호반풍경과는 또 다른 풍경을 작품처럼 선보인 카페 프란스테이션이 문을 열었다. 아직 정식 개장이 아닌 가 개장이라 손님들을 맞으면서 여러가지 손을 보고 있지만, 그래도 한번 가보면 좋을 듯 하다. 

호반풍경이 망망대해 바다같은 호수를 멀찌감치 조망하고 있는 느낌이라면 카페 프란스테이션은 좁디 좁은 해협의 아늑함과 아득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름도 정지용의 시 '카페 프란스’에서 영감을 얻었고 군북면 소정리 버스정거장 밑 위치를 함께 표현하고자 정거장의 영어표현인 ‘버스스테이션’을 합성해 만든 이름이다. 

‘카페 프란스’는 정지용 시인이 도시샤대 영어영문학과 재학 시절에 발표한 초기시로 시인으로서 데뷔작이다. 카페 프란스가 시인이 되고 싶었던 정지용 시인의 데뷔작인 것처럼, 카페프란스테이션은 오랫동안 카페를 만드는 것을 꿈꾸었던 이심영(대전 용전동), 엄정하 두 모녀의 데뷔작이다. ‘옮겨다 심은 종려나무 밑에/비뚜로 선 장명등/카페 프란스에 가자’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집을 직접 꾸미다 보니 정지용 시인이 살았던 그 시절 근대 분위기가 살짝 감지된다. 카페를 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급스런 찻잔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두 모녀는 정성스런 차와 커피를 기품있는 찻잔에 내어놓는다. ‘옮겨다 심은 종려나무’는 종려나무 샐러드로 카페에 등장하고, "오오 패롵 서방! 굳 이브닝!”이란 시어는 ‘굳 이브닝 스테이크’로 재 탄생한다. 커피와 음료 뿐 아니라 끼니가 될 만한 브런치 메뉴도 직접 공들여 만든 작품이다. 풍경과 이름에 어울리는 음료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생크림라즈베리스콘은 카페 프란스테이션이 야심차게 시판 준비 중에 있다.  모짜렐라, 체다, 에멘탈퐁듀치즈 등 치즈 삼총사가 들어가 알록달록 플레이트 된 '치즈 트리오 토스트’도 추천 각이다. 카페프란스테이션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공들여 고심하고 있다. 

음료는 국산꿀과 네팔꿀 등 천연꿀로 만든 허니 라떼와 직접 담근 매실, 오미자, 청귤, 자몽, 복숭아청 등이 준비되어 있다. 커피는 나중에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꿈꾸고 있지만, 지금은 잘 로스팅 된 원두를 들여와 핸드드립과 커피커신을 활용해 맛좋은 커피를 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구읍 군북면 국원리와 소정리와 장계리로 이어지는 옛 37번 국도는 풍경좋은 카페로 명명되어져도 좋을 만큼 카페가 하나둘 점점이 생겨 선이 되었다. 국원리 깊숙하게 들어가면 대청호와 맞닿은 펜션과 카페를 겸하는 ‘석호리 178’,  전통주도 함께 만드는 공방, 카페 정원, 도자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여토도예 카페부터 홍차가게로 유명한 ‘소정’, 카페 프란스테이션과 오네마루, 호반풍경으로 이어지는 카페라인업은 사람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게 하는 새로운 명소로 등극했다. 

 그 중 카페 프란스테이션은 옥천의 대표적인 인물 정지용의 시를 직접 재현하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지역 연계성이 더 깊다.

그들은 어떻게 오게 되었을까?

문학을 좋아하는 이심영씨는 오랫동안 카페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다. 아름다운 카페를 만들어 좋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싶었다. 삶이 ‘시처럼’ 아름답기를, 시와 같은 공간에서 차를 내리는 풍경을 늘 상상하곤 했었다. '내뱉으면 실현이 되더라’는 말을 되뇌이며 카페를 하겠다는 말을 여기저기 하고 다녔다. 하고 싶어서 그랬다. 내뱉은 말은 정말 실현이 됐다. 얼마전 미국 가서 큰 청바지 하나 사입고 싶다는 말을 내뱉곤 했는데 그 소원도 이뤄졌다. 그래서 카페 내겠다는 말도 여러차례 했고 직접 정말 꿈꾸던 카페를 만들게 된 것이다. 

딸 엄정하씨는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인근 대학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고 가수가 되고 싶기도 했다. 커피와 카페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쓰디쓴 커피를 싫어했고 달달한 음료를 좋아하던 청춘이었다. 그러나 호주 워킹할러데이가 그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시드니에 있다가 맬번에 잠깐 방문했는데 거기 한 카페에서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해줬는데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커피에 대한 신세계가 새롭게 열리는 듯한 느낌을 받은 그는 커피에 푹 빠져 버렸다. 바리스타가 되기로 결심하고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을 따고 직접 연수를 받기 위해 서울 건대 앞 컬컴에서 8개월 정도 눈코뜰새 없이 배웠다. 8개월 여동안 몸이 녹초가 되어 병원에 가기도 여러번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카페 운영의 실제에 대해 깊이 있게 배웠다. 진짜 나의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었다. 

어머니와 딸의 꿈이 합치되니 현실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버지 엄성현씨는 아내와 딸의 꿈을 꼭 실현해주고 싶었다. 가까운 옥천 나들이를 자주 하기 시작했다. 풍경이 아름다운 카페 자치를 찾기 위해서다. 자주 드라이브를 하다보니 눈에 띄는 곳이 들어왔다. 마침 급매가 나왔고 재고 할 것 없이 서둘러 매입의사를 밝혔다. 대청호가 훤히 보이는 쏘옥 맘에 드는 자리와 건물이었다.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건물 철거 일을 하고 있는 엄성현씨와 그 가족들이 직접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일이 생각보다 훨 많았다. 뼈대만 놓아두고 다 뜩어고치는 대 수술이었다. 이심영씨는 남편의 군대 깔깔이를 걸치고서 작업복 차림으로 화장도 하지 않은 몰골로 읍내 상점을 다녔다고 했다. 지난해 매입하고 수리하고 인테리어를 하느라 수개월이 소요됐다. 고난의 행군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한참 일을 하다가 저녁 6시30분쯤 되면 해가 지면서 생기는 석양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멍하니 30분 만 쳐다보고 있으면 모든 노고가 씻겼다. 그렇게 모든 게 좋았다. 

'옥천이 정말 좋아요. 이사올 거에요’

 풍경이 아름다운 옥천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인심 좋은 옥천에 푹 빠졌다. 

 “뭐랄까 대전에 가면 이제 빡빡한 느낌이 좋아요. 출근하는 길이 그렇게 신바람이 날 수가 없어요. 오늘은 멀리 부여에서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어요. 아! 조금씩 알려지는 구나 하는 느낌. 카페를 ‘액세서리’처럼 그냥 하고 싶지는 않아요. 풍경만 팔고 싶지도 않구요. 정말 맛있고 건강한 음료, 그리고 깔끔하면서 먹고 싶은 브런치, 조용하면서도 은은한 분위기 등 카페의 모든 요소에서 최고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물론 가장 중요한 커피맛도 핸드드립으로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려구요.” (엄정하) 

 정하씨는 외국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유럽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기 위해 계속 공부를 할 작정이다.  특히 직접 로스팅하고 핸드드립으로 정성들여 내리는 커피의 매력에 흠뻑 빠져 조만간 핸드드립 카페로 전환할 계획도 갖고 있다. 

 “카페에 데크를 깔고 버스 정류장과 연결되는 계단을 별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야외 탁자와 의자도 놓고 500평 되는 부지를 정말 아름답게 바꿔놓으려구요. 옥천은 뿌리깊은 나무도 자주 가보고 다슬기 잡으러도 많이 왔었어요. 정이 많이 들었는데 이제 일터가 여기에 생겼으니 옥천으로 아예 이사를 오려고 준비 중입니다.”

 곧 결혼할 아들 여자친구가 디자인을 직접 한 명함에는 온 가족 이름이 하나씩 정성스레 새겨져 있다. 바리스타에는 이심영씨와 엄정하씨 이름이 올려져 있다. 

 “온 가족이 함께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가족의 이름을 걸고 한 만큼 잘해야 겠다는 부담도 있지요. 제가 부모님께 고용된 노동자로 일하지만, 당분간 급여는 받지 않기로 했어요. 부모님이 이 카페를 만드느라 많은 돈과 힘이 투여됐거든요. 카페가 정상화될 때까지 저도 용돈 이외에 급여는 잠시 미루기로. 그렇지만 저도 주인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답니다.”

 정하씨는 엄마 이심영씨와 취나물, 돌나물, 가죽나물, 머위, 냉이, 쑥 등 봄나물을 직접 뜯고 요리를 해먹으면서 나물의 참맛을 깨달았다. 이처럼 옥천이 주는 선물은 많다. 오랫동안 머물 군북면 소정리에 대한 마을조사도 계속 하고 있다. 정지용 시인의 시집 초판본도 구해다 한켠에 전시해 놓았다. 정지용 시인의 시를 여기저기에 활용할 생각도 갖고 있다.  

 이층으로 된 근대식 한옥집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카페 프란스테이션, 그곳에 가면 아마도 1923년 정지용 시인이 카페 프란스를 쓴 그 시절도 시간여행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옮겨다 심은 종려나무 밑에/비뚜로 선 장명등/카페 프란스에 가자’

주소 : 군북면 소정리 45-6 문의 : 010-3539-3516 인스타그램 cafe.fran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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