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사 송재순씨 인터뷰

안남면 연주리 71-1번지. 옥천성당 안남공소 들어가는 골목길 입구를 보면 이제 안남에 유일하게 남은 이용원 조일이용원이 있다. 사진은 이발사 송재순씨와 종미리에서 온 손님 이종석씨.

[읍면소식-안남면] 안남면 연주리 71-1번지, 새마을금고 맞은편 옥천성당 안남공소 들어가는 골목길입구. 이곳에 30년 가까이 안남을 지켰고 이제는 유일하게 남은 이발소 조일이용원이 있다. 맞은편 집이 담벼락이 낮고 나무가 크지 않아 조일이용원 안으로는 햇볕이 쨍하니 잘 든다. 널어진 수건들이 빳빳하게 잘 마르고 안에서는 따듯한 비누 냄새가 나는 작은 이용원이다.

18일 오후 2시, 문을 두드렸다. 이용원 안쪽 소파에서 낮잠을 자던 이발사 송재순(67,옥천읍)씨를 깨웠다. 송재순씨는 당신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방송과 옥천신문사 인터뷰를 거절했는지 나열했다. '나는 정말 말을 못하는 사람이어서 인터뷰 못한다'는 송재순씨와 한참 입씨름을 벌였다. 그 와중에 눈이 부셔 송재순씨가 잠시 소파에서 이용원 좌석에 앉았는데,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아니, 왜 자네가 내 자리에 앉아 있어?"

손님 이종석(74,종미리)씨다. 안남에 정착한 지는 15년여, 이종석씨는 조일이용원 단골 손님이다. 한 달에 한 번 머리 깎을 때 꼭 조일이용원으로 온다. 머리 깎을 일이 없어도 일주일에 한 번 꼭 들러 말수도 없는 송재순씨를 상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간다. '오늘은 머리 깎으러 온 거야.' 

"여름에는 스포츠, 겨울에는 조금 더 냄겨놓지. 철 따라 깎는 거야. 이 사람(송재순)은 말 안 해도 다 알아. 우리는 침묵이야. 이 사람이 떠나면? 아냐. 오래 있을 거야. 이제 (송재순이는)안남면을 못 떠나지. 돈벌이가 돼도 안 돼도 있어야 하는 거야." (이종석)

말을 정말 잘 못한다는 송재순씨의 말에 따르면, 대전 동구 신하동 출신 송재순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용원에 들어갔다. 그 시절에는 다들 그랬다. 자전차포며 양복점, 자장면집, 공장, 집이 정말 잘 사는 게 아니면 다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기술을 배웠다. 스무살쯤 어찌어찌 이용사면허증 따서 일을 하다가 집이 수몰되면서 옥천으로 넘어왔다. 옥천읍에서 회사 생활을 10년 가까이 했고 직장을 그만둔 뒤에는 안남 조일이용원을 인수해 30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발하는 과정은 송재순씨가 이발을 배웠던 5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빗으로 꼼꼼히 머리를 넘기며 가위질을 하고, 비누거품을 내서 뒷머리를 면도한다. 뒷머리 면도가 끝나면 이어 수염 면도를 한다. 면도크림과 수염을 깨끗이 면도칼로 걷어내고, 코털을 자르고, 마사지 크림을 얼굴에 살살 발라준다. 그리고 머리를 감고 머리 말리기까지 분주한 30분이 지났다. 이종석씨는 수염 깎는 동안에는 까무룩 잠들기도 했다.

"이발소 사람은 정말 요술가야." (이종석)

이종석씨가 만족스럽게 옷을 입고 송재순씨가 멋적게 웃는다. 

그나저나 나는 말을 잘 못하니 다른 데 가서 인터뷰하는 게 좋을 거라고, 송재순씨가 다시 이야기한다. '아닙니다. 인터뷰 정말 잘하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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